어버이날 어느 선교사 아들의 편지

2011.05.09 10:03

김반석 조회 수: 추천:

■ 어버이날 어느 선교사 아들의 편지
선지자선교회
존경하는 아버지께

아버지, 둘째 아들 00입니다.

평소에 부모님을 잘 모시지 못하고 어버이날에만 이렇게 편지를 드리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벌써 18번의 어버이날을 보내고, 그때마다 하나님과 부모님께 훌륭한 자녀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째서 갈수록 부끄러운 자녀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또 저를 사랑해주시는 부모님께 편지를 올립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벌써 고3이 되어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게 아직 실감이 나지를 않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토플을 보러 장춘 갔던 기억이 소록소록 떠오르는데 이제 두 달만 있으면 한국으로 떠나야 하다니... 언제나 공부하는 책상을 마주할 때면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시간은 하루하루 가고, 해야할 건 많고, 몸은 따라주지 않습니다.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연약한 생각도 해봅니다. 마귀의 꾐에도 수없이 빠져듭니다.


그러나 이런 저를 항상 지켜주시는 주님과 부모님이 있었기에 부족하지만 지금의 저가 있다고 믿습니다. 기도할때마다 생기를 불어넣어주시는 느낌을 받고, 불안하고 짜증날 때마다 오히려 감사하라고 하시는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주님이 제게 능력과 지혜를 주십니다. 학교에서도 저를 쓰시는 것을 제 눈에 똑똑히 보여주십니다. 제 행동 하나 하나에 수없이 간섭하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직 신앙이 너무도 없어서 신앙 생활을 잘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서 예전에 신앙을 꼭 되찾으려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기도회도 가고, 현실현실마다 주님을 마음 속에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대학 입시 기간동안 주님께서 제게 어떤 현실을 주실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현실을 주실 것 같습니다. 그 연단의 시기를 거치면서 주님께 더 다가갈 수 있다고 형이 말했듯이, 또 주님께서도 그것을 바라시는 듯이 저는 이제 제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연습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머리가 뛰어난 것도, 서류가 좋은 것도, 시험을 잘 봤던 것도 아니니까요. 한국에 나가서 주님께 매달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겠죠. 토플 성적을 기다리며 한 간절한 기도로 한국 생활을 한다면 주님께서 저의 기도를 흔쾌히 들어주시겠지요?


그리고 아버지. 나이가 들수록 철은 안 드는데,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은 표현은 못한 채 속에서만 자라나나 봅니다. 저를 언제나 존중해주시고, 챙겨주시는 은혜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가끔 해주시는 덕담, 교훈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가도, 생각을 올바르게 고치기도 하고, 긍적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삶의 태도를 바꿔보기도 합니다. 또 아버지도 피곤하실텐데 저를 언제나 안마해주시죠. 얼마나 시원한지 몸이 쭉 풀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기회에 김00 전도사님이 오셨을 때 아버지를 보면서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본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중국 선교에 모든 것을 다 바치시고 계시구나, 김00 전도사님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서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형과도 아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버지는 강하시고 섬세하시고 대단하신 분이라고 형은 언제나 말했습니다. 저도 지금에서야 조금씩 조금씩 아버지의 자리를 보게 됩니다. 아버지의 성품이 아니었다면 저희가 이렇게 올바르게 자랄 수 있었을까요? 매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아버지의 건강입니다. 아무래도 간식을 줄이시고, 식사량을 늘리셔서 규칙적이고 일정한 식생활을 유지하시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체중도 조금 줄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면, 언제나 말씀해 주세요. 그 당시에 섭섭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간 날들을 보면 제가 훌륭히 교육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요새 어리광만 늘고, 나태해진 저를 보면 제가 좀더 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처럼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면 괜찮아 질까요?


앞으로 얼마 안남은 대학 입시에 요새 부쩍 생각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주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2개월을 집에서 준비하고, 또 한국에서 5개월을 보낼 때 언제나 주님을 모시면서 살도록 힘쓰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 많이 해주세요. 이 연단을 훌륭히 이겨내서 주님과 부모님 앞에 더욱 훌륭한 아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부모님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아버지의 중국 선교를 위해 기도로 동력하겠습니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아들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2011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둘째 아들 00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