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쉴년, 그래도 감사한 안식년 소고

2007.05.16 00:03

선지자 조회 수: 추천:

이름 : 반석     번호 : 107
선지자선교회 게시일 : 2005/12/06 (화) AM 00:33:30     조회 : 66  

■ 안쉴년, 그래도 감사한 안식년 소고 - 고신 이정건 선교사(파라과이)


선교지를 떠나면서

이제 떠날 날이 1주일 남았다. 두 번째 안식년을 마치고 귀임한지 만 5년을 지내고 6년째 다시금 세 번째 안식년으로 출발한다.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도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안식년을 갖지 못하는 동료 선교사님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이렇게 세밀하게 배려하시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떠나기 앞서서 기쁜 마음과 함께 두려운 마음도 또한 있는 것을 부인할 수 가 없다. 열심히 사역한답시고 노력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무익한 종으로 하나님께 죄송하고 그동안 후원하고 기도해 주신 후원교회와 성도님들에게 뚜렷한 사역 보고거리(?)가 없어서 그렇다.

또한 드라마틱한 선교보고를 요구하는 오늘날의 교회 성도들의 구미에 맞출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자칫 잘못하면 과장된 보고가 되기 쉽기에 매사에 조심해야 하니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우리말로 마음껏 말씀을 전하고 싶은데 교회는 설교보다는 선교보고를 요구하니 어찌할꼬. 이런 면에서 역시 내게는 선교지가 훨씬 편하다. 이런 걱정거리는 최소한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내게 할 말을 입에 담아주실 것이니 진솔하게 순종하면 되리라. 두고 가는 선교지의 사랑하는 성도들도 주님의 전능하신 손에 의탁한다. 주께서 나를 교회의 담임 목사로서 혹은 신학교의 교수로서 성도들과 신학생들을 잠시 내게 맡기셨는데 이제는 목자장이신 그분께 돌려 드려야한다. 1년 후에 돌아와서 목자장의 보살핌 가운데 그들이 새끼를 치고 더 번식한 모습을 보고 싶다.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고국에 도착해서

“늙은 고양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쥐를 잡는다.”
이 유명한 말은 아르헨티나에서 20년 이상 사역하고 있는 김영화 선교사가 지난 1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3국(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위한 수련회 때 했던 이야기다. 다시 말해서 파송 된지 오래되면 후원교회가 처음 파송할 때의 그 열정이 식었는지 방문해도 별로 반갑게 대하는 것 같지 않고 선교비를 후원하는 교회들도 새로 생기기는커녕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고 있으니 외롭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은 고양이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고양이를 잡는다.”하면서 큰 소리를 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것은 노병은 선교비 몇 푼에 연연하지 않는다. 노병은 그렇게 쉽게 선교지에서 호락호락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선교를 계속한다는 말이다. 나도 그런 느낌을 전혀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귀국 후에 방문한 후원 교회와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 사랑에 이런 마음을 한꺼번에 불식 시키고도 남았다. 특히 거제 염광교회를 비롯한 후원교회들의 환대는 아직도 한국교회에 선교의 열정이 사라지지 않았고 선교사님들을 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오늘날 선교의 열정이 예전 같이 않다고 느끼는 것은 많은 부분에 선교사의 책임이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직하지 못한 선교사, 프로 기질의 선교사 때문이다. 나도 날마다 나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그런 부류의 선교사가 될 소지가 많은 연약한 인간임을 잘 알기 때문에 늘 하나님 앞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익숙하도록 안식년 기간 동안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


안식년 국내사역

누군가 선교사의 안식년은 ‘안쉴년’이라고 한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좀 쉬기 위하여 들어온 모국이 또 다른 사역들의 연장지가 되니까 하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교사는 그래도 마음 편한 안식은 선교지로 돌아가야 그 때서야 비로소 가질 수 있다고 했던가?

나도 올해 2월에 들어와서 꽤나 바빴고 지금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후원교회를 방문하여 선교보고와 함께 그동안 후원해 주심에 감사를 드리고 계속 후원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역이다. 후원교회 관리에 소홀하면 다음 사역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역지에서 지낸 시간들이 오래되다 보니 후원교회와의 관계가 느슨해져서 후원이 중단되거나 후원이 줄어드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라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로 후원하는 교회가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니 더욱 더 그렇다.

전반기 국내사역은 아무래도 경주 현대호텔과 코오롱 호텔에서 6월에 있었던 교단 선교 50주년 기념대회 및 1회 고신 선교사 수련회 준비를 도우는 일에 많은 시간들을 투자했던 일이었고 그 결과로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를 얻었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암울한 교단의 현실을 바보면서 역시 위기를 회복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선교밖에 없음을 확인했다. 교단 안을 바라보면 각자 정치적인 입장을 달리하고 계파간의 갈등이 실재하는 현실에서 선교라는 공통분모만이 교단의 화합을 한데 어우르는 유일한 대안임을 미흡하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기에는 천안의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1학년의 선교통원, 2학년의 교회개척론 그리고 3학년의 가족 공동체 훈련인 선교교육원에서 몇 강의로 섬기고 있다.

교단의 문제의 핵심중 하나인 신학대학원이 복음병원의 향후 진로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이 비상시기에 하나 되지 못하는 교수님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러나 소망이 있음은 새벽기도 시간마다 부르짖는 학우들의 기도가 있다는 점이다. 긍휼에 풍성하신 주께서 이들의 간구를 외면치 않으실 것으로 믿는다.

이번 학기의 강의를 마치면 학기말 시험과 채점 그리고 성적을 내는 일을 마치고는 슬슬 보따리를 다시 싸고 선교지 파라과이로 돌아 갈 채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3가지에 우선을 두고..

안식년 기간 중에 3가지에 특별히 중점을 두고 열심히 해 보려고 했었다. 그것은,
첫째로, 영적인 면에서 성경을 많이 읽고 묵상하는 일과 기도에 전혀 힘쓰는 일이다. 이것은 내가 특별히 고안해 낸 이야기도 아니고 초대교회의 사도들이 중점을 주었던 일 중에 첫째였다.

선교사역중에 끓임 없이 퍼내주기만 했고 퍼마시는데 게을리 했으니 영적인 기갈이 온 것은 정한 이치였다. 영적인 무기력증! 이것이 선교사가 조심하야 할 위험 요소 1번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사역 중에 끓임 없이 날 괴롭혔다.

나는 자주 내가 모든 사역을 다 접고 최소한 6개월 정도만 아무것도 안하고 성경 읽고 기도하는 일에만 몰두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 이것을 실천하도록 내버려 주지 않았다. 나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사역을 위하여도 이것이 필요함에도 정작 사역 때문에 이것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 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영적으로 목마르고 배고픈 채, 영적으로 목마르고 배고픈 또 다른 사람들이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는 또 무슨 아이러니인가? 그래서  이번 안식년은 이 일에 집중하려고 결심했다. 그리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고민을 누가 알까.

둘째로, 지적인 면에서 지식의 보고인 책을 많이 읽는 일이다. 성경 속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오늘의 상황에서 전달하려면 오늘의 상황들을 설명해주는 미디어 매체들을 많이 접할 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내용부터 현대의 폭넓은 지식까지를 이해하면 성경말씀을 전달하는데 큰 효과를 본다. 그래서 가능하면 여러 분야의 책들을 접하고 읽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빠뜨릴 수 없는 책은 경건서적이다. 책이라고 아무 책이나 읽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선교사로서 기본인 풍성한 영성을 갖는 것보다 이 영성을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 책 가운데는 불을 붙이는 책이 있고 불을 끄는 책이 있다고 들었다. 소위 불을 끄는 책들은 기껏 쌓아놓은 영성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거나 식게 만든다. 이것을 다시 뜨겁게 하기 위해서는 이 전보다 두 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책을 읽되 영성에 불을 붙이는 책을 많이 읽도록 노력한다.

마지막 셋째로, 체력적인 면에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다. 아무리 사역이 잘되어도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이 사역을 오래 지속할 수 없고 나중에는 사역을 그만 두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훌륭한 선교사는 자기 몸을 잘 관리하는 선교사이다.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사역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안식년이 반쯤 지난 후에 깨닫고 건강을 챙기기 위하여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습관이 안 되어 내 육체에 이 운동이 무리기 되었으나 처음에는 약하게, 그리고 짧은 시간부터 시작하여 시간을 늘리고, 강도도 높여가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아직 두 달이 채 되지 않았건만 이 운동에 흠뻑 빠졌다. 아침 일찍 새벽기도를 다녀온 후에 6시부터 7시 20분까지 운동하고 30분은 사우나탕에서 몸을 풀면 그 후에 오는 개운함은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앞으로 몇 개월 더 이런 스케줄에 따라 운동할 수 있겠고 선교지로 돌아가서는 그 나름대로의 상황에 따라 조정해 가면서 열심히 건강을 챙기는 일에 힘을 쏟아야겠다.


나가면서..

안쉴년, 그래도 감사한 안식년 소고라고 이 글에 제목을 붙인 것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들 가운데서도 안식년의 참된 의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고 또 누리고 있다는 감사의 마음 때문이다.

선교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육신적인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박은주 선교사가 그 원인의 제거를 위하여 큰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계속하고 있으나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것은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다.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셨고 방문해 주셨다.  

어떤 분은 우리가 쉴 수 있도록 콘도를 예약하고 떠밀 듯이 우리를 보내어 쉬게 해 주셨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학업관계로 떨어져 있던 우리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고 장기간 선교지에 있느라 대 소간의 가족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조금이나마 가족의 일원 노릇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다시 선교지로 돌아가서 4기 사역을 시작하기 위하여 준비해야겠다. 준비된 만큼 사용하시는 주님이시기에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르며 영적 전투의 현장으로 달려가기 위해 전신갑주들을 하나, 둘씩 챙겨야겠다.

해외선교 119호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