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박사 학위

2007.05.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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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박사 학위
선지자선교회

즉, 학력, 경력, 공로, 경험 등등.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존경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세상적인 조건들이 목사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속으로 그런 것을 다 말하나 하고 비웃을 것이며, 더 못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거리감을 가지고 아니꼽게 생각할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웃기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아무리 목사가 좋은 인생의 여정을 살았다고 해도 목사 보다 더 좋은 인생 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목사는 자기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인격과 겸손을 성도들에게 보여 성도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을 때 목회를 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은 나를 통해 살아 역사 하는 말씀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다음에 필요한 것들은 높은 학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유명 대학의 졸업장을 가질 수 있고 그럴듯한 박사 학위를 가질 것인가를 탐구했다. 지금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1970년대의 젊은 목사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리가 졸업할 당시의 우리 총신은 문교부의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여서 그 졸업장을 가지고는 정규 대학에 편입할 수도,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 방법은 있었다. 문교부에 대학 인가를 받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문교부에 학사 등록이 되어 있는데 문교부에 학사 등록이 안 되는 조건으로 편입해서 단순히 그 학교의 졸업생을 졸업시키는 학교가 있었다. 즉 그 대학교의 졸업생이지만 문교부에는 학사 등록이 되지 않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몇몇 목사들과 함께 그런 대학의 3학년으로 편입을 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아시아연합신학교(ACTS) 와 제휴하여 목회학 박사를 수여하는 미국의 풀러 신대원에 입학을 해서 목회학 박사(D-Min)를 받았다.

이 학위는 우리 한국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미국 문교부에 등록된 학위이며 세계 어느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학위여서 이 박사 학위로 대학의 교수하는 목사도 잇고 대학 교목을 하는 목사도 있다.

목회학 박사는 학문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수여하는 학위가 아니고 목회를 오래한 사람에게 주는 일종의 공로패와 같은 성격을 가진 것으로 미국에서는 그 학위를 받기 위해 특별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학위를 받는데 해도 무려 8년이 걸렸다.

물론 열심히 하지 않아서도 그랬지만 교회 사정이 그렇게 공부만 할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했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선호했던 박사라는 것이 별로 자랑하거나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 차례 공부를 중단했다. 박사가 되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끄러웠다.

그리고 박사 학위가 목회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시험이 되고 괴로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과정을 밟은 것은 아내의 권유 때문이고 공부하는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나는 지금 내가 목회학 박사가 되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지 않다. 어떤 신학교에 강의를 하고 있는데 졸업식에 참석하라면서 박사 가운과 모자를 쓰고 나오라는 통보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부끄러워서 도저히 그것을 입고 쓸 수가 없었다.

나와 같은 과정을 밟아 목회학 박사를 받으신 여러 목사님들에게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 되겠지만 내 경우에 이 하찮은 박사가 된 것을 부끄러워 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우선 박사가 되면 성도들이 나를 더 알아주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이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목사가 하나님의 종으로 성도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는데 박사가 되어 인정받으려고 했다는 것은 얼마나 세속적인가?

2, 다음 이유는 학문적 연구도 없이 그저 신학 대학에서 공부를 하듯 해서 박사가 되었다는 점이다. 학위를 따기 위한 전문적인 토론은 전혀 없이 일방적인 교수들의 강의를 듣고, 해오라는 리포트를 제출하고, 시험을 보고 그리고 정말 부끄러운 논문이라는 것을 내고, 그것을 위해 정해진 돈을 지불하고, 대학원생들을 시켜 영어로 번역해서 풀러 신학교에 제출해서 학위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예 박사도 아니고 연구 박사도 아닌 그야 말로 어정쩡 하기 그지없는 욕심 많은 목사의 장식품이라고 생각이 되어서다.

3, 나는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으리 만큼 목회를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자격 미달자인 것이다.

4, 그 다음은 박사가 되었는데도 목회에서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이다. 우리가 신학교를 다닐 때 우리 총신 학제는 2년제 예과가 있었고 3년제 신대원이 있었고 그 위에 대학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예과는 4년제 대학부가 되었다. 나는 2년제 예과를 마쳤기 때문에 일반대학 3학년에 편입을 한 것이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신학부에 속했고 우리 예과 졸업생들은 본과라고 했으며 예과를 졸업했지만 신대원 전원 이외에 입학생들은 전수과라고 했다. 그리고 지방 신학교를 졸업하거나 타 신학교를 졸업해서 편입한 편입생들이 있었다.

이렇게 모두 10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했는데 신학부와 본과의 모든 커리큘럼은 동일했고, 전수과는 히브리어와 헬라어가 없었다. 우리는 신학부 과정의 학생들을 부러워했다.
그들은 정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로서 얼마든지 일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끼리 따로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우리는 1971년 2월에 학교를 졸업하고 100여명의 동기 동창들이 목회 일선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런 학력 차이가 목회에 별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그때 함께 공부한 서울대학교를 나온 친구는 무엇을 하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물론 본과 출신 목사들도 목회를 잘하고 있다. 전수과 출신 목사들도 목회를 잘하고 있다. 총회 일도 아주 잘한다. 모 교단의 총회장도 전수과 출신 동기 목사 가운데 나왔다.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보다 학위가 없는 사람이 더 잘한다.

내가 오늘 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말을 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하나님의 종으로 교회를 섬김에 있어 많은 학문적 지식을 가지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저 남 보기에 좋고 성도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형식적인 학위는 목회에 지장을 주고 목회에 아무 유익이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 같이 스스로 자랑하게 하고 교만의 원인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아주지도 않는데 스스로 자만해서 하나님의 종의 위치에서 실족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말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 목사 가운데 가짜 박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진짜건 가짜건 나이 50이 넘은 목사들 가운데 박사 아닌 목사가 얼마나 될까?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박사 목사가 아닌가? 오히려 박사 학위가 없는 목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나는 학위가 없는 목사에게 신선감을 느낀다. 그리고 존경스럽다. 내 친구 한 사람도 정식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인데 학위가 없다. 나는 그 친구가 정말 좋다.

젊은 목사 여러분!
박사 그것 하려고 돈 쓰고, 정력 낭비하고 시간 버리지 말라. 그것을 하느니 그 시간에 성경 많이 읽고 기도 많이 하라. 그래도 시간이 남거든 어거스틴의 참회록을 읽고, 발트의 로마서를 읽고, 칼빈의 기독교 강요를 읽어라. 잘 몰라도 박사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의 경우에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목회학 박사가 목회를 잘 하는 것이 아니며, 학위를 가졌다고 성도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박사 학위 없는 목사가 성도들에게 더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정식으로 목회학 박사를 받았는데도 우리 성도 가운데 어떤 사람은 '그거 가짜 박사 학위 아니예요?' 라고 수군 거렸다.

이 시간에는 학력에 대해서 말했지만, 다른 것들 목사의 경력, 공로, 경험들도 자랑하지 말라. 그런 것을 성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브라함, 이삭, 요셉의 이야기, 주님의 이야기, 바울 사도, 마르다, 나사로 이야기는 평생해도 듣는 성도들이 싫어하지 않고 은혜를 받는다.

그러나 목사의 이야기들은 두 번 말하면 또 시작한다 하고, 세 번 말하면 지겹다고 하고, 네 번 말하면 교회를 떠날 생각을 할 것이다. 왜 그런지 아는가? 성경의 말씀은 복음이지만 내가 받은 박사 이야기, 경력들은 복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목사의 자기 살아온 이야기 듣고, 공부해서 박사 학위 받았다는 이야기 듣고 구원 얻었다는 사람이 있던가? '없지 암 없고 말고' 그런 말 듣고 구원 얻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씀을 한 분은 바로 우리 주님이실 것이다. 그리스도는 오직 한 분 우리 주님 박에 없으시다.

바울이 자기 이야기 한 것은, 여러 사람이 바울 사도를 비방하고 못 쓸 인간 취급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새롭게 되었다는 것을 간증하기 위함이지 그것을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는 바울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고후11:16-33) 그리고 바울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바울처럼 주님을 위해 살라. 그렇지 못하면 자랑하지 말라. 듣는 성도들이 대단히 매우 싫어한다. 목사의 자랑은 오로지 그리스도요, 교회요, 하나님의 종 됨을 감사하는 말  뿐이다.




위의 글은 김 청수 목사님이 쓰신 글 중에서 부분 발췌한 글입니다.

도서명: 금기(禁忌)(목사가 해서는 안될 일들)
저  자: 김청수 목사
출판사: 도서출판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