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선 선교사 평전  - ● 31. 한부선의 교회와 국가 분리개념과 양심의 자유

 

321>한부선은 철저하게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심을 믿었고, 교회의 영역은 세속 군주에 의해 조종될 수 없는 영역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분리되어 있으며, 교회에 의한 정치운동이나 정치 권력에 의한 교회탄압을 반대하였다.

322>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신사참배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자들 역시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다는 주장을 근거로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화하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길창이었다. 그는 손양원 부친에게서 신앙적인 감화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자랐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갔다. 김길창은 신사참배를 옹호하는 궁색한 설교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내가 신사참배 할 때 무엇을 보았는지 아십니까? 신사참배 뒤에서 예수님이 대신 절을 받으시는 환상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신사참배 할 때는 코가 땅에 닿도록 최상의 경의를 표해 절해야 합니다. 로마서 13장 1-2절에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일본을 이토록 축복하고 일본에게 권세를 주어 지금 세계와 싸워 이기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성도들은 이 권세에 굴복해야 합니다. 옥 중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어리석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외곬입니다.」

323>종교개혁자들도 두 왕국의 개념과 언약 사상에 근거하여 정교(政敎)의 분리, 혹은 교회와 국가의 분리 개념을 통하여 교회 개혁운동을 전개했다. “개혁자들은 국가에 예속되지도 않고 국가를 지배하지도 않는 독립된 형태의 교회의 이상을 내세우며 교회는 정치적인 방법이 아닌 영적인 방법으로 사회와 국가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의 주권과 언약사상을 강조하는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에서는 국가에 의한 교회의 지배나 간섭을 철저하게 배격한다. 그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민족주의라는 테두리 속에 교회와 기독교 신앙을 종속시키는 것을 반대한다. 일제 말기의 한국 교회는 신사참배 강요를 받아들임으로써 일본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수용함으로써 기독교의 보편적인 본질에서 떠나고 말았다. "한국교회는 무너졌고, 어용 기독교가 되었다. 일제의 시녀로 전락했다.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순 일본 기독교로 개종한 한국교회의 거짓과 강제력과 불성실한 실천에 항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