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문화의 운동사적 성격
중국 근현대문학을 처음 접하거나 소위 '순수문학'이란 개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가장 낯설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문학사 전체가 하나의 운동사로 될 수도 있구나 라는 점일 것이다. 사실 근현대문학을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운동으로서의 문학 개념이다. 중국의 근현대문학이 문학 자체의 가치보다는 효용성이나 공리성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선지자선교회
그 하나는 근현대 중국의 현실이 문학에 강력한 현실 추동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계몽운동, 사회주의운동, 안으로 국민당과 공산당간의 장기적인 대치와 전쟁, 바깥으로 일본의 침략과 전쟁, 사회주의국가 건설로 이어지는 근현대 중국의 현실 역사 속에서 자연히 문학은 정치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정치는 또 문학에 강력한 선전·선동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문학은 변혁운동의 '톱니바퀴와 나사못'을 자임했고, 그 방법으로 현실의 미학적 반영으로서의 현실주의(realism)를 채택하게 되었고, 이 독존적 현실주의마저 '로맨틱'한 격정을 내부로 수용함으로써 미학적 파급력을 극대화시켰다. 중국 근현대문학사 전체를 통틀어 수준 높은 작품이 많지 않다거나, 문학사 자체가 논쟁사로 점철되었다거나, 현실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예를 들면 보고문학, 낭송시, 대자보, 화극 등-가 대거 출현한다거나 하는 사실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
다른 하나는 3000년 문학사를 통틀어 지속되어 온 이른바 "문이재도(文以載道, 글로 도를 싣는다)"와 "문이명도(文以明道, 글로 도를 밝힌다)" 전통이다. 비록 문학사 속에서 文(형식)과 質(내용)의 길항 관계가 교대로 번복되면서 출현했다고는 하나 글 자체의 고유한 가치는 언제나 형이상학적·현실적 대의(大義)에 가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근현대문학이 고전문학의 타도를 기치로 내걸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체질을 쉽게 바꾸기는 어려웠다. 문학 자체의 가치에 대한 본격적인 자각은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이후 그 '10년 동란'의 '상흔(傷痕)'을 확인하고 다시 그것을 '성찰(反思)'하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가능했으니, 문화적 체질의 완고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근현대문학의 탄생과 전개과정을 고전문학과의 단절이라는 맥락으로 설명하는 것도 여러 가지 면에서 무리가 따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