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30 18:28
제4장. 10년 걸린 졸업
1. 권서 일을 보면서
개신교는 성경이 중심이다. 그러므로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먼저 하는 일이 성경을 그 나라말로 번역하여 보급하는 일이었다.
1882년 만주에서 선교하던 로스(John Ross)목사 등이 우리나라 학자들의 도움을 얻어 누가복음을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이것을 장사꾼들의 손을 통하여 반포하였더니 그 효과는 대단하였다. 선교사가 정식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벌써 성경(누가복음)은 압록강을 건너 한국 사람들의 손에 들려졌다.
선교사들은 문서전도의 효과를 잘 알고 있었다.
언더우드와 아펜셀라 목사는 한국에 들어 온 2년 후, 성경번역위원회를 조직하고 번역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신약성경은 1900년에, 구약성경은 1911년에 완역 출판이 되었다.
한편 장로교와 감리교에서 합동작업으로 1908년에 찬송가를 번역 출판하였다.
선교사들은 그 외에도 교리문답, 주기도문, 십계명, 사도신경등 소책자도 인쇄하여 반포하였다. 이미 한국에는 1885년에 대영성서공회 한국지부가 서울에 생기고, 성경 반포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1923년 이른 봄, 주남고 전도사는 출옥 후, 신학교를 더 계속할 경제적 형편이 못되어 성경반포 사업에 나서게 되었다.
신학교 졸업까지를 그는 10년으로 잡았다. 너무나 어려운 가정 경제를 생각하고 권서일에 나선 것이다. 권서 일은 힘드는 일이었다. 성경 찬송과 기타 종교 서적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며 책을 팔면서 복음을 전하였다.
교역자가 없는 교회에서는 집회도 인도하였다. 교회가 없는 곳에는 전도하며, 교인들을 모우고 가정을 정하여 예배를 드리게 하고 교회가 서도록 협력을 했다.
권서의 길은 고달팠다. 이런 일이 있었다.
초 봄이었다. 그 날도 주남고 전도사는 책 짐을 짊어지고 신원면 소재 소야 교회를 찾아 산길을 가고 있었다. 잿빛 구름이 하늘을 꽉 덮고 있는 깊은 산길을 들어섰다.
계곡에 이르니 안개 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침밥을 거르고 나왔는데다가 수십리 길을 걸었으니 허기져 더 이상 길을 갈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안개구름마저 끼어 길을 분별할 수 없게 되었으니 앞이 캄캄하였다.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았다. 머리가 띵 해오면서 전신이 나른하였다. 그는 짐을 벗고 앉아 기도를 하였다. 나무 포기를 꼭 붙잡고 몸을 흔들며 간절히 기도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일어나 다시 짐을 질려고 하는데 안개구름이 걷히면서 계곡저쪽에서 무엇인가 빨간 알맹이들이 눈에 보였다.
날쌔게 일어나 계곡으로 들어서니 산딸기가 빨갛게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주여! 감사합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열심히 딸기를 따먹었다. 얼마나 따먹었는지 배가 불렀다.
개구름도 걷히고 길도 환히 보였다. 그는 다시 책짐을 짊어지고 능선을 올라서서 길을 따라 소야교회로 향하였다.
뒤에 안 일이지만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 때는 딸기가 익는 계절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깊은 산골짜기에 달기가 있었으니 참으로 부락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을 먹여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을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그는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의 일이었다. 그 날도 책짐을 짊어지고 길을 걷고 있었다. 합천 접경인 가조교회로 가는 길이었다.
검은 구름이 하늘 가득히 덮혀 있었다. 집을 출발 할 때는 날씨가 몹시 포근하더니 얼마가지 않아 눈이 내리는 것이었다.
주남고 전도사는 열심히 길을 걸었다. 집동재를 넘을 때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렸다. 솜털 같은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이었다. 머리와 어깨위에 쌓인 눈송이를 털며 고갯길을 내려갔다.
가도 가도 인가는 없고 눈만 펑펑 쏟아질 뿐이었다.
짚신을 신고 있었던 그는 바닥에 눈이 묻고 묻어 얼마가지 않아 신이 높아져서 길을 걸을 수 없었다. 눈 위에 앉아 짚신 밑에 붙은 눈을 털어 버리고 길을 걷곤 하였다.
종일을 눈과 싸우며 길을 걸었다. 인가가 있으면 들어갈 것인데 인가도 없고 배는 고프고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찬송을 불렀다.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험악하여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옥중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자유로운가? 어디든 자유로이 갈 수 있고, 쉬고 싶으면 눈 위지만 앉아 쉴 수 있고, 목마르면 눈을 먹고........ 그는 감사가 넘쳤다.
해가 졌는지 어두움이 밀려왔다. 눈도 멎었다.
바람이 좀 차게 불기는 하지만 눈이 멎고 살 것 같았다. 부지런히 길을 재촉하였다.
한 골짝을 지나니 등불이 보였다. 인가가 있는가보다 생각하며 부지런히 걸어갔다. 등불이 여러개 보이고 사람들의 웅성 우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보니 어느 넓은 집 마당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등불이 들려 있었다. 알고 보니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었다. 오늘 낮에 눈 때문에 길이 막혀 신랑이 오지 못하다가 늦게야 도착되어 밤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 날 밤은 푸짐한 대접을 받았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보음을 전하며 성경을 여러 권 팔기도 하였다.
주남고 전도사는 그 밤도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오렸다. 하나님은 고난을 통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는 것이었다.
2. 10년 만에 신학교 졸업
보통 3년만에 졸업하는 신학교를 주남고 전도사는 10년 만에 졸업을 하였다.
경제적 사정을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그러나 늦지만 졸업을 하게 되는 것만이 감사할 뿐이다.
1930년 3월 어느날. 졸업식을 마치고 나오는 주남고 전도사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어렷다. 오늘이 있기까지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있었던가?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것을 기쁨과 감격을 바꾸기에는 충분하였다.
그 무렵 거창읍 교회는 어려움에 처하여 있었다.
지난 해 11월에 부임해 오신 이홍식 목사께서 건강이 좋지 못하여 사면을 한 것이었다. 이 목사는 젊은 부흥사로서 정열과 패기가 있는 목사였는데 너무 몸을 무리하게 사용하여 병을 얻었다.
교회에 부임한지 일 개월만에 병을 얻어 5개월간 고생을 하시다가 회복될 가망이 보이지 않자 사면을 하고 고향으로 떠났다. 이 목사의 고향은 함안군 군북이었다.
주남고 전도사가 졸업을 하고 거창으로 오니 교회는 쓸쓸하였다.
1930년 4월 2일 임시 당회장 이자익 목사 사회로 당회가 열려 생활비 55원으로 주남고 전도사를 교역자로 맞을 것으로 결정하였다. 주 남고 전도사는 다시 거창읍 교회 교역자가 된 것이다.
4월 5일.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군북에서 치료 중이던 이홍식 목사가 별세하였다는 것이다.
다음 날, 주남고 전도사는 교회 대표로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거창에서 군북까지의 길은 이백리가 넘는 먼 길이었으나 그는 걸어 나섰다.
젊은 목사의 죽음은 더욱 슬펐다. 젊은 미망인과 철모르는 두 아들 삼열과 진열. 미망인은 울음으로 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허나 어린 삼열과 진열은 아버지의 장례 날이 무슨 잔치 날이나 되는 듯 우쭐거리며 신바람을 낸다.
주 전도사는 남의 일 같잖게 코가 찡 느꼈다.
주 전도사는 미망인을 조용히 위로하였다.
?이 목사님은 이 세상에 오시어 할 일을 다 하시고 가셨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사모님의 할 일입니다. 어린 저 두 아들을 신앙으로 잘 기르십시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주님을 위해 일하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전도사님........,?
미망인의 얼굴엔 굳은 결심이 익어가고 있었다.
과연 훗날, 이 목사의 두 아들은 어머니의 교훈과 피눈물의 기도와 수고로 목사가 되었다.
한 목사가 죽고 두 목사가 열매로 나타난 것이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 25 | 해와 같이 빛나리 - 제 6장 일본제 고문과 한국제 신앙의 대결 | 선지자 | 2015.12.30 |
| 24 | 해와 같이 빛나리 - 제 5장. 맹물 솥에 불때는 사택 | 선지자 | 2015.12.30 |
| » | 해와 같이 빛나리 - 제4장. 10년 걸린 졸업 | 선지자 | 2015.12.30 |
| 22 | 해와 같이 빛나리 - 제3장. 선동자 삼형제 | 선지자 | 2015.12.30 |
| 21 | 해와 같이 빛나리 - 제2장. 장터에서 얻은 복음 | 선지자 | 2015.12.30 |
| 20 | 해와 같이 빛나리 - 제1장. 손가락 자르는 소년 | 선지자 | 2015.12.30 |
| 19 |
해와 같이 빛나리 - 저자 서문
| 선지자 | 2015.12.30 |
| 18 | 박관준 장로의 '여호와의 사명이다' | 선지자 | 2015.12.30 |
| 17 | 암흑시대의 선지자 박관준 장로 | 선지자 | 2015.12.30 |
| 16 |
일본 국회의사당에 신사참배 반대성명서 투척
| 선지자 | 2015.12.30 |
| 15 |
순교자 박관준 장로님
| 선지자 | 2015.12.30 |
| 14 | 순교자 박관준 장로 일대기- 박영창 목사 | 선지자 | 2015.12.30 |
| 13 | 최권능 목사님의 전도 | 선지자 | 2015.12.30 |
| 12 |
최봉석 목사님 생애 -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
| 선지자 | 2015.12.30 |
| 11 |
예수 천당, 최권능 목사
| 선지자 | 2015.12.30 |
| 10 |
주기철 목사님과 오정오 사모님
| 선지자 | 2015.12.30 |
| 9 |
거세지는 신사참배 도전앞에 선 주기철목사 - 박용규 교수
| 선지자 | 2015.12.30 |
| 8 | 주기철 목사 생애 요약 | 선지자 | 2015.12.30 |
| 7 | 주기철 목사님의 一死각오 | 선지자 | 2015.12.30 |
| 6 | 주기철 목사님 마지막 설교 | 선지자 | 2015.12.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