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는 웃고 성도들은 울고

  선지자선교회

5월 들어 최 목사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때로는 아픔을 참으려는 표정을 그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어떤 때에는 담요 위에 누운 최 목사를 교우들이 받들어 들고 빈방과 마루를 돌기도 하면서 그 아픔을 잊게 하려고도 했다. 일제 때 고문당하고 무수히 매 맞은 몸의 살과 뼈마디에 그 상흔이 나타난 것이다.

 

슬프다. 1956513, 최 목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 날은 주일이었다. 최 목사는 새 옷을 갈아입었다. 주일에는 예배를 위해 항상 토요일에 목욕하고 새 옷을 갈아입었다. 성도들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최 목사댁으로 모여 들었다. 밤 마지막 예배를 다 마친 후 최 목사는 성도들의 찬송소리를 들으며 한국 기독교 진리파수의 오랜 투쟁 속에 꿋꿋이 외길을 걸어온 생애를 마치고 영화롭게 웃는 모습으로 떠났다. 가신 주의 사자는 기쁜 얼굴이었지만 간호하며 기도하고 지켜보던 성도들은 뜨거운 눈물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 부음이 전국교회로 알려지고 임원회와 재건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의논한 결과, 예수교 재건교회 남한지방회장으로 결정하고 장례는 5일장으로, 그 일시는 517일에 거행키로 하였다.

 

부산교회당에 최 목사의 영구가 운구되었고 장례절차는 사회에 강상은 목사(지방회장. 현 총회장)가 맡고 설교는 김영숙 목사(지방회 부회장)가 하였다. 본문 디모데후서 47-8절과 제목 하나님의 종 최 목사라는 주제로 설교하여 많은 감명을 주었으며 최종숙 조사의 애도사에 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사회 유지들이나 전국교회 교우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별식은 엄수되었다. 화훼는 3일 동안이나 성도들이 꽃을 손수 만들어 준비된 것으로 3층 흰 꽃송이에 붉은 십자가를 붙인 것이다. 장례행렬의 상여는 남녀 청년들이 메고 교우들이 뒤따랐다. 부산 원예고교 악대가 동원되어(당시 조광제 장로가 이 학교에 근무함) 이 악대의 주악 속에 영구는 부산 시내를 일주하고 그 유해가 초량동 뒷산에 안장되었다. 이 장례 행렬을 보고 혹자는 그 때 떠난 신익희 선생의 장례인 줄로 안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하여 최 목사의 위대한 생이 56세를 일기로 하여 그 육신의 생활을 마친 것이다.

 

애도사

 

오호 슬프다. 이날이여.

하나님의 사람이 가신 이날이여. 오늘 최덕지 목사님의 고별식에 임하여 한국교회 재건을 위하여 고락을 함께 하던 신앙동지 여러분과 진리의 후계인 불초는 목사님의 가심을 애통하는 전국 재건성도와 함께 삼가 애도사를 드리옵니다.

오호 통재여.

우리들은 죽음에 대하여 일찍 생리학에서 배운 바 있사옵고 이를 또한 시인의 애가 속에 들은 바 있사옵고 이를 또한 전기자의 기록에서 본 바 있사오니 어찌 타 죽음이 이날처럼 슬프오니까.

아 나는 죽음과 사후에 대하여 강단에서 소리높이 외쳤고 인생의 죽음을 듣게 될 때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고 영웅열사의 죽음들을 말하여 저들을 위로하고 만일에 나의 설교와 위로에 원기를 회복하지 못하는 자를 볼 때에는 마음 속 그들의 신앙이 부족함을 탄한 바 아니었던가. 부활의 소망을 말하고 내세의 행복을 찬미하지 아니 하였던가.

 

그리하여 죽음은 인생의 공도라 우리가 슬퍼할 것 아니라고.그러나 부활의 소망이 없는바 아니고 내세의 행복을 모르는 바 아니옵니다만 우리의 최대의 애모이신 목사님께 이 죽음이 임하시니 그 아픔과 슬픔과 괴로움을 비로소 맛볼 수 있나이다. 하물며 우리 전 교도들이 연야로 계속하던 열혈의 금식기도에도 또한 칠팔십 노인들이 생명을 바쳐놓고 대신 죽어 목사님을 구해보려는 희생의 성심에도 아 어찌 무참히도, 무자비하게도 우리의 생명이신 주의 사자는 가시었나이까.

 

오호애재, 사랑이 생명일진데 우리의 사랑이신 당신의 가심은 우리의 생명을 잃음입니다. 아 이제는 천공에 반짝이는 뭇 별들도 그 빛을 잃어 흑암이 되고, 춘절이라 자랑하던 만화방초도 그 향기를 잃어 아름다움이 없고 공중의 종달새의 노랫소리도 마음만을 아프게 할 뿐입니다.

 

국가는 공의가 없어 아직도 다난하고 한국 교회는 여전히 부패하여 죄악이 관영한 때 우리의 진리재건에도 반란이 그 훼방을 끝마치기 전, 아 하나님의 충복이요 나라의 충민이신 당신의 장서는 진실로 통석함과 애도됨을 형언할 수 없습니다.

돌아보건대 주의 사자의 일생은 또한 기구한 역사와 파란곡절이 많았습니다.

 

소녀 15세 다감한 때 자모를 잃어 엄친 이모의 슬하에서 자라나시다 엄친마저 병드시니 단지의 효성을 다하였으나, 천도도 무심한 듯 19세 때는 아버지마저 여의었으니 가정적으로 이미 한이 많았으며 또한 결혼한 지 4년 만에 부군의 그 홍지를 이루시기 전 또한 사별의 쓰라림을 겪었나이다. 독수공방에서 어버이 얼굴도 알지 못하는 딸을 안고 무심한 달빛을 바라보고 한숨지음이 그 몇 번이시며 아버지를 찾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고 눈물지음은 그 몇 번이었겠습니까.

 

또한 뜻에 있어 동지요 정에 있어 벗이요 육친으로는 여서인 고 김진택 선생을 앞서 보낸 것은 또한 자녀의 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위에 아버지 없는 손남손녀를 아버지 대신 양육할 때 뼈 속에 사무치는 한이 오죽하였겠나이까. 당신은 부모의, 한 남편의, 한 자식의 한 많은 세상에 그 생애 실로 박행과 고단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호감사여. 그러나 당신의 불행은 이 민족과 한국교회에 행복을 주기 위함이였사오니 부모에게 효를 다함은 하나님께 충성을 위한 준비였사옵고, 남편에게 열을 다함은 진리를 위한 싸움의 준비였사옵고, 자녀에게 인자를 다함은 오늘 양떼를 사랑하는 준비가 되게 함이였사오니 오직 하나님 그 사자를 이 땅에 보내심에 일하기 위해, 투쟁하기 위해 보내시고 세상에는 모든 것 다 빼앗으므로 그 심신을 단련시켜 전심전력 오로지 당신께만 충성하는 기관이 되기 위한 준비이었습니다.

 

참으로 천도를 측량하기 어려웁고 세상사의 알기 어려움 또한 사자의 생애에서 이를 발견하나이다.

 

19193.1운동이 발발하자 가가호호 방문하여 독립정신 고취하며 군자금을 모집하여 상해 임시정부를 원조함은 애국지사로서 조국에 바친 충성이 위대함을 자랑할 바이요. 1938년 한국기독교회가 신사참배 결의로서 공적으로 범죄타락함은 생명보다 귀중한 진리를 배반하고 신앙정조가 유린된 것입니다.

 

, 그러나 오로지 당신만은 결사적 투쟁으로 일제의 총검 앞에 진리를 파수하고 한국기독교 생명을 보전하였으니 과연 사자는 여호와의 충복이요, 나라에는 지사요, 신앙에는 영웅이요, 생명에는 은인이었나니 당신이 이 땅에 있음을 우리는 삼천만 온 겨레와 한가지로 세계에 자랑할 바이었습니다.

 

오호통재. 하루 한 끼의 식사도 제대로 잡수지 못하시며 하나님의 법도를 준행하던 십일조의 정성, 성일을 범치 않기 위하여 변기를 안으시며 울던 모습, 하루 일곱 번 끊임없이 부르던 찬송에 고무 마스크를 차시던 심회, 무수한 철퇴에도 끝까지 굴하지 않던 예배, 우상숭배 일본제국이 망한다 외치던 애국적 용기, 조국해방을 위해 7개성상 기도하던 불굴의 신앙, 이 모든 것 회상할 때마다 성경의 위인이나 사상인물 그 누가 당신을 비견할 자 있으며 추종할 이 있겠나이까. 천우신조! 818일 사형당할 당신의 몸이 조국해방으로 817일 밤 기적적 회생으로 평양형무소를 출감하였나이다.

 

, 조국은 양단되고 전 국민은 하나님의 은혜를 배반하고 출옥성도 신앙동지마저 노선을 달리하니 비탄과 우수는 여전히 가실 날이 없어 눈물로 예레미야의 생애를 다시 계속하였습니다. 오호통재. 우리가 참을 수 없는 슬픔이 있으니 당신같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롭고 성결하여 죄 밖에 무서움 없고 모든 사람 사랑하는 신앙의 사표로서 충성 밖에 모르시는 사자에게 어찌 하루도 마음 평안한 날이 없고, 한 일도 쉬운 것이 없고, 이 땅 위에 눈을 뜨실 때로부터 눈을 감으실 때까지 불행간난의 연속이며 마지막도 장구한 고통 속에서 가셨나이다.

 

, 나라에는 의무를 다하고도 파괴분자라는 지목을 받고, 교회에는 진리를 파수하고도 이단자란 낙인이 찍히고, 일가친척에는 효열을 다했건만 고집쟁이란 누명을 받고, 양떼를 사랑하여 생명을 주였건만 내가 세운 교회와 내가 기른 양들에게 배신을 받았으니, 오호통재. 불의와 허위의 세상에서 의인이 당하신 고난이 얼마나 심하였나이까.

 

환난 중에도 즐거워 할 것은 환단은 안내를 낳고 인내는 연단을 낳고 연단은 소망을 낳는 줄 앎이니 소망이 부끄럽게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물 붓듯 하심이라하였사오니 땅 위에 당신이 당하신 환난은 하나님의 사랑을 독점하게 하심인 줄 알았습니다.

 

주께서도 독생자로서 땅 위에 강림하사 당하심은 역시 고난이었고, 마지막 전 인류를 대속하신 죽음인 십자가를 지심에도 그 고통은 절정에 달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시나이까 애통을 발하였사오니 당신이 병듦은 한국교회가 병듦을 상징함이요, 당신이 마지막 그 숨을 모우기까지 신음하심은 한국교회 조짐을 담당하신 희생의 제물 됨을 알았나이다.

 

진실로 생애는 주님 생애 그대로 따랐나이다. 오호 슬프다, 이날이여. 당신이 가심에 우리는 창자를 끊는 아픔과 가슴을 치는 후회의 통곡을 또한 금할 수 없나이다. 재건은 특사의 선물이요, 은총의 기업이건만 이 은혜 감당치 못하는 에서와 같이 망녕됨이 있었고, 주고 싶은 당신의 마음에 받을 자격 못 되어 주지 못하던 그 심정은 누가 알 것이며 당신의 절대신앙에 우리는 미치지 못해 오해함이 또한 얼마던고. 우리가 연약하여 범죄할 때 당신이 금식하였으니 우리의 자신이 당신의 살을 찢고 피를 뽑았음은 또한 얼마입니까.

 

당신이 우리의 죄를 깨우쳐 생명과 진리로 인도할 때 원망과 불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함 또한 헤아릴 수 없나이다. 반란군에 상처입고 병석에서도 각 개인과 교회와 국가를 위한 기도를 끊임없이 하시며 우리에게 기도를 청하자 무정하게도 당신의 곁을 떠난 불실한 사람들입니다.

 

오호통재. 우상을 파괴하고 매를 맞음에 당신 홀로 이를 당하셨고 모든 잘못은 당신 어깨에만 책임을 돌리던 비겁한 저들입니다. 우리는 진리싸움에 당신을 뫼시다 곤욕을 당하게 하였고 어려운 일과 무거운 짐을 당신께만 맡기고 우리는 방관하던 자들입니다. 당신이 가심에 잘못이 기억나니 하늘과 땅에 부끄러움 금할 수 없나이다. 보답하고자 하나 당신 없고 용서를 청하오나 말이 없습니다.

 

어제 우리는 베드로처럼 주를 부인한 후 다시 통곡하듯 전비를 회고하고 통한의 눈물을 금치 못합니다.

 

당신의 풍부한 덕망, 철저한 사랑. 절대의 신앙, 발군의 지모. 그 어느 것이나 광세의 사표로서 우리의 지도자임에 틀림없는 주의 사자여. 어찌 차마 재건교회를 두고서 가셨나이까. 한국교회를 잊고 가셨나이까.

 

백만실양을 누구에게 부탁하고 어이하려고 가셨나이까. 어지러운 조국과 이 겨레를 어이 잊고 가셨나이까. 마지막 진액이 다 말라 혀가 입천장에 붙어질 때까지 이 강산과 재건의 발전을 위해 간구하시던 그 불변의 기도를 누구에게 부탁하고 가셨나이까.

 

오호통재. 옛말에 집이 가난하면 어진 처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좋은 신하를 생각한다 하였는데 이 어지러운 세태와 재건의 전도가 다난하온데 어찌 가신단 말입니까.

 

우리의 잘못은 누가 충고해 주며 교회의 죄악은 그 누가 경책하며 누가 생명을 다 바쳐 제단을 사수하며 악령의 계획을 누가 방지하여 거리에 헤매는 동포와 누가 생명 나누리까.

재건이 어려워도 당신 계셔 안심했고, 마귀 방해 많아도 당신 있어 평안했소. 앞으로 오는 환난 누가 막아주리까. 당신이 월남할 때 소련군 앞에서도 예배할 때 하나님이 지켜 주셨고 625동란 때 서울이 잿더미가 되어도 당신이 계신 곳에는 피난처가 되었사오며, 남한이 재난의 불바다를 이루었으나 중공 괴뢰가 부산만은 침범치 못함은 하나님의 사람 의인 당신이 계신 연고입니다. 이제 우리는 사자없음을 울고 울어도 시원치를 않습니다.

 

오호애재 목사님의 일생은 기구불행한 그대로, 싸우기 위해 오셔서 싸우기 위해 살다가 이제는 사도 바울의 말과 같이,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다가고 믿음을 지키었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면류관을 예비하여 두셨으니 주께서 의로우신 재판장이 되사 그 날에 내게 주시고라고 말씀을 하신대로 면류관 받으실 것을 기뻐하나이다.

 

목사님의 불변의 신앙과 열심의 기도로써 이미 우상철퇴 명령은 내려졌고 공사창도 완전히 폐지되었사옵고 중첩문제도 완전 해결은 못되었으나 대한민국 형법에 쌍벌주의가 채택되었사오니 국가와 재건을 위해 일생을 통해 분투로써 뿌리고 간 씨는 반드시 결실이 있어 조국이 전리 위에 확립되고 세계가 우리 재건을 취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번 322일 오후 530분 마지막 유훈으로 주시던 대통령각하께와 국회에 진리 증거할 것과 신학과를 필수하여 목사 장립 받아 당신의 뒤를 후계할 것과 아울러 성경학교, 신학교 잘 경영하여 진리 후계의 인재양성을 할 것을 깊이 명심하오며 진리를 분석하여 재건제단 파수할 각오를 이제 굳게 하나이다.

 

모세를 느보산에서 부르심에 여호수아를 강하고 담대케 하시던 만군의 여호와 우리와 함께 하며 엘리야를 승천케 하시매 엘리사에게 성신을 갑절이나 주시던 하나님, 오늘 저희들에고 성신 충만하게 주셔서 당신의 뒤를 따름에 부족이 없게 하소서. 뿌리고 가신 씨 가꾸고 거두어 추수의 기쁨을 주 앞에서 만날 때 함께 나누기를 영원하는 바입니다. 오호통재. 지난 513일 성일을 맞이하여 저녁예배까지 마지막 마치던 때 해금을 권하자 이제는 영원히 풀 것이다하시던 마지막 말씀대로 지금은 저 황금보석 꾸민 집에 그 아픔도 그 고통도 그 금식의 괴로움도 죄악 보고 우심도 없는 이제는 주와 같이 그립던 모든 가족과 성도와 친구를 다 만나서 할렐루야 찬송하실 것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그러나 영원의 사표 당신을 잃은 저희는 슬픕니다. 말은 한이 있거니와 정은 한이 없어 소리를 삼켜 울며 삼가 이 애도사를 올립니다.

 

주후 1956517

예수교재건교회 남한지방회 대표 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