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8 20:04
제 3 장 유도장에서
와타나베: 1939년 4월 북부산 경찰서에 연행된 때부터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마도 이전부터 신사참배 거부자들에 대한 검거가 시작된 것으로 압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특별한 경우였습니다. 1938년 2월 초순에 제1회 체포와 구속이 있었습니다. 제2회는 8월부터 그 다음해 2월까지, 3회는 1939년 9월부터였습니다.
조수옥: 경관은 저에게 “그 의자에 앉아!”라고 명령했습니다. 앉았더니 그는 이제 “이곳을 바라보라”고 말했습니다. 그곳을 바라보자 백지를 한 장 꺼내어 제게 주면서 “여기에다 서명하고, 손도장을 찍어”라고 다짜고짜로 명령했습니다. 그 전날 했던 것을 반복했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역시 “내용도 모르고 서명 날인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와타나베: 이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들이 젊었을 때는 사색하는 훈련을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패전 그 다음해인 정월에 천황이 인간선언을 하였을 때 많은 일본 사람은 충격을 받았지만 나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죠. 그러나 이렇게 당연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입으로 시인하지 못했던 자신의 엉큼함에 대하여 나중에는 제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신변의 안전을 위하여 시인해야 할 것을 시인하지 못하는 부정직한 면이 자신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실 일본기독교회가 지금도 이러한 성향이 남아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님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게 인식되지 못한 채 애매한 관념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천황을 신으로 섬기는 일본에서 그들이 말하는 신과 우리들이 말하는 예수그리스도의 신이 서로 상이하다는 일본 기독교의 논리가 가지는 애매함이죠.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근거 없는 논리로 적당하게 자신들의 모순을 모면하려는 태도는 지금도 우리 교계 안에서는 건전한 것으로 압니다.
조수옥: 그래서 저는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주권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관하여 나는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우리 대 일본제국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다. 너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일본이 멸망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일본이든 어느 나라든, 멸망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수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면 이 말에 대하여 그들은 아주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경찰은 이제 나에게 일본에 대한 반란죄를 적용시키려고, 국가방침에 반대되는 어떤 말이라도 내 입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저는 성경에 있는 말씀만 했죠. 그것이 나의 본심이며 실제 그대로였습니다.
꿈속이었지만 무언가 ‘확’하고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렇다. 하나님은 살아 계셔서 역사 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이 순사들을 지배하시기 때문에 그들이 아무리 나를 죽이고자 해도 그들의 손이 하나님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이상 나를 죽이지 못한다. 나 역시 하나님의 통치아래 있는 인간이기에 누군가 나를 죽이려한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시면 절대로 나를 해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순간 눈을 떴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순사들의 행동들이 우습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종이인형과 같은 자들에게 위협을 받아 떨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해 보였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깨달았기 때문에 허리를 바로 하고 등을 펴며 바로 앉았습니다. 그리고 정면으로 그들의 눈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들도 놀란 나머지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습니다. 자신들의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 했습니다. 그 상태로 잠시동안 침묵이 흘렸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오늘밤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특별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여인을 특별조치가 있을 때까지 집으로 돌려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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