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8 20:05
제 5 장 다시 체포되어 유치장으로 구속되다
와타나베: 일본 정부를 향해 활동한 사람으로서는 박관준 장로와 안이숙 선생 두 분이 일본 참 의원(귀족원)에 들어가 삐라를 뿌린 사건이 있었지요. 1939년 3월 23일의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는데, 일본 정부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니까 덮어 둔 것 같습니다. 안이숙 선생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책을 보면 전 조선 총독이 현직 총독인 미나미지로의 난폭한 정치 방식을 듣고 분개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인에게도 다소의 양심은 남아 있었기는 했던 모양이지요. 그러나 대세를 바꿀만한 힘은 없었던 것입니다. 안 선생님의 책에 의하면 그들이 동경에 오기 조금 전에 신사참배 지지파의 두 목사가 상경해서 참배를 선창했다고 합니다. 조선교회를 찢고 주의 몸된 교회를 분열시킨 것은 신사참배를 앞장서 선창한 친일파 목사인데, 어째서 한상동 목사를 분리주의적인 인물이라 평하는 학자가 생기는지 일본인인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조수옥: 그곳은 정말 고통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악취가 코를 찌르고 내장 깊은 곳까지 악취가 스며드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러 더러운 대로 놔두게 해서 유치장 속에 한번 처넣어지면 인간으로서 살아갈 용기도, 자존심도, 의욕도 잃고 생존 그 자체를 포기해 버리거나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인격이나 신념, 그 어떤 정신 같은 것을 잃어버리기를 기대하며 그토록 더럽게 해놓았던 것 같아요.
그리되면, 저항하고 투쟁하겠다는 정신도 내던지고 말 것이에요. 낮도 어둡고 밤도 어둡고 마루바닥에는 배설물이 그대로 있어 거기서 썩고 냄새나고 구더기가 꾸역꾸역 기어 나와 마루바닥 전체가 구더기로 덮여 있고, 심지어는 사람 몸으로 기어서 올라옵니다. 털고 쓸어도 계속 기어오르니 구더기와 같이 그 오물통 속에서 사는 거지요.
와타나베: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고 그 더러운 환경에 던져 둔 이유는 인간으로 대접하면 우월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을까봐 인간 이하로 짐승 같이, 벌레 같이 취급함으로써 지배 권력에 머리 숙이고 굴복하라고 그리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일제 때라고 해서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마 상층부에서는 알아도 모른 척, 보아도 못 본 척 한 것 같습니다.
조수옥: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깜짝 놀라며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나를 보고 계신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환상을 보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님의 모습을 육신의 눈으로 보았다는 경험과는 다른 것입니다. 사실 나의 이 더럽고 부끄럽고 수치스런 내 사정을 주님이 보고 계신다는 사실은 내가 현실적으로 믿어 온 사실이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것입니다.
나를 보아주시는 주님! 그 주님은 사람들의 부끄러운 수치를 몸소 뒤집어쓰시고 십자가를 등에 지고 지쳐 넘어지는 순간까지 견디셨고, 지금도 그 분은 나를 굽어살피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아, 주님! 나를 살펴보옵소서”하고 심중으로 부르짖었습니다. 그때 “나는 너를 위하여 골고다로 갔느니‥‥‥”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음성이 심중에 떠올랐습니다. 이윽고 네 기분과 감정이 안정되고 정리가 되면서 내 자세를 바로 세울 수가 있었습니다. 내 고달픈 처지를 부끄럽게 생각하며 고개도 못 드는 내 모습!
주님은 이런 나를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까짓 것을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현실이 얼마나 죄송한 일인가!! “아- 주님!! 죄송합니다” 하면서 내 눈에 눈물이 넘쳐흐르고 복받치는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조수옥: 정말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살아 계시고 하나님은 더욱 은혜로운 일을 베푸시는 것이 바로 이때와 같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내 앞에 가시는 것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현실에 있어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의 바로 뒤편에 나도 함께 그 길을 뒤따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여! 당신이 가신 그 길, 그 곳 골고다까지 나도 뒤따르렵니다” 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기도하면서 맹세했습니다. 사람 눈에 수치스럽다 생각한 것이 오히려 주님 앞에서는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었습니다. 나 자신의 자존심만을 높였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 내 잘못이었습니다.
와타나베: 조 원장님께서 박해받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메모해 주셨는데 그 메모에 보니, ‘십자가의 길’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내용에 꼭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함께 계시고 붙들어 주신다는 것 외에 십자가의 주님이 함께 해 주신다는 것, 주께서 나 이상의 욕설과 치욕과 고통을 당해 주셨다는 것, 그것만이 원장님의 고난의 길들을 지켜주신 등불이 되었다는 것과 십자가의 주님은 승리의 주님이시니 역시 십자가의 길은 반드시 승리의 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조수옥: 우리들은 거기서 해를 넘기고 그 이듬해(1941년) 7월에 평양 형무소로 이송될 때까지 감방 생활을 했습니다. 한상동 목사, 최상림 목사, 주남고 목사(역자 주 : 보통 주남선 목사로 불려지고 있음. 주남고는 호적상의 이름이다. 주 목사는 거창 출신이고 거창교회 목사로 시무 중 투옥되었다가 해방 후 다시 거창교회 목회 하였으며 경남노회를 재건하였고, 고려신학교 창설 맴버로 초대이사장이다. 아들에 주경호 장로, 딸에 주경순 권사가 있다.) 이현속 장로, 거기다 나 조수옥, 이렇게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평양으로 옮겨졌습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 15 |
조수옥 선생님과 옥중성도
| 김반석 | 2016.01.08 |
| 14 |
조수옥 전도사님 생애 요약
| 김반석 | 2016.01.08 |
| 13 | 조수옥 원장의 오늘 | 김반석 | 2016.01.08 |
| 12 | 제 10 장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 | 김반석 | 2016.01.08 |
| 11 | 제 9 장 작은 자들에게 봉사하고 | 김반석 | 2016.01.08 |
| 10 | 제 8 장 해방 그 후의 비극 | 김반석 | 2016.01.08 |
| 9 | 제 7 장 옥중에서 | 김반석 | 2016.01.08 |
| 8 | 제 6 장 천년 왕국 | 김반석 | 2016.01.08 |
| » | 제 5 장 다시 체포되어 유치장으로 구속되다 | 김반석 | 2016.01.08 |
| 6 | 제 4 장 신사참배 거부투쟁과 교회의 분열 | 김반석 | 2016.01.08 |
| 5 | 제 3 장 유도장에서 | 김반석 | 2016.01.08 |
| 4 | 제 2 장 풍랑이 불기 시작하던 그 때 | 김반석 | 2016.01.08 |
| 3 | 제 1 장 고난의 바람이 불기 전 | 김반석 | 2016.01.08 |
| 2 |
역사서문
| 김반석 | 2016.01.08 |
| 1 |
출옥성도 조수옥 선생님
| 김반석 | 2016.01.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