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8 20:06
제 7 장 옥중에서
조수옥: 특별한 비결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특별히 단련된 수양도, 방법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주만 믿고 성경말씀을 되풀이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말씀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주님의 말씀은 진리이시니 참되시고 거룩하다고 끊임없이 생각하였을 뿐입니다. 또한, 제가 그렇게 믿는다면 주님은 또 그렇게 응답해 주십니다. 주님은 자기 자신을 제게 알게 해 주십니다. 주님은 자기 자신을 제게 알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나는 너와 함께 있으리라”하신 말씀은 더욱더 확실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형무소의 구조는 우선 앞쪽에 사무소가 있고, 다음으로는 기결수 감방이 있고, 그 안에 운동장이 있고 그 다음에 미결수 감방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4년이나 감옥살이를 했지만 특별한 죄목으로 판결하기 곤란했던지 그냥 미결수감방에 갇혀 있었는데, 사상범으로 취급받아 모두 독방 신세를 지고 있었습니다. 신사참배반대로 옥에 끌려간 여자 죄수는 모두 3명이었습니다. 저는 제3호실에 수감되었는데 그때 제1호실에 벌써 안이숙 선생이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같은 날에 수감됐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1년 후에 최덕지 전도사가 제5호실에 수감되었습니다.
그분은 신사참배한 자들과는 서로 대화도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대단히 결백하셨습니다. 또, 신사참배한 목사들은 전부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는 해방 후 고향 경남으로 돌아와 어떤 시골교회에 초청되어 간 일이 있었는데 이 교회당은 신사참배를 한 죄로 오염된 교회당이기에 태워버려야 한다며 불을 지른 일도 있었습니다. 살아 계실 때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습니다.
최덕지 전도사는 평양신학교에서 수학한 분으로 전후 재건파를 이끌고 목사 안수도 받았습니다. 정말 훌륭하시고 존경할 만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다른 길이 준비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그 분의 신앙이었고 저는 성경말씀에 나타나신 하나님의 뜻을 순종함이 옳다고 믿었기에 최 선생님을 따라 재건파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와타나베: 전후 기성교회를 떠나 새로운 재건 장로교회를 떠나 새로운 재건 장로교회를 세운 최덕지 목사 자신은 부의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 파에 대해서 한상동 목사가 일치를 호소했을 때, 최 선생이 거부한 사실이 최근 출판된 「세계 개혁교회 편람」 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읽었습니다. 제네바의 존 낙스센타가 편집한 것으로 전후의 한국교회 분열상을 객관적으로 소개한 최초의 출판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책에도 씌어져 있듯이 전후 한국 장로교의 제1파는 신사참배를 받아들이고 전시 체제동안 교회 본래의 기능을 정지 당한 기성교회를 어떻게 하든지 붙들고 나가고자 하고, 제2파는 출옥성도를 중심으로 해서 신사참배의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재출발을 하고자 하는 개혁 운동파로 한상동 목사가 이 파의 대표적 인물이었고 조 원장님도 여기에 속한다고 봅니다. 제3파는 신사참배를 한 교회를 전면 부인하고 새롭게 재출발하고자 했었다고 봅니다. 최덕지 목사가 이 파에 속하지요. 제1파는 전후 한국교회의 주류를 이루어 나갔지만 친일파들과 현실주의자들이 득실거리던 그 파에 속한 자들은 결국 분열하고, 또 분열해서 오늘날 한국교회 내에 장로파만 해도 90여파로 갈라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분열제공자는 신사참배반대파가 아니고 신사에 참배한 친일파들이 아니겠습니까.
조수옥: 그렇습니다. 독방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환경이 나빠서 죄인으로 타락한 불행한 사람도 있었고, 죄는 범했지만 인간으로서는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죄수 한 사람 한 사람을 범죄인으로 취급하여 모욕 줄 것이 아니라 주님처럼 이웃으로 생각하여 동정하는 수련도 쌓을 수가 있었습니다. 범죄의 사회적 배경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게 있어서 형무소는 이제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교육기관으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저는 형무소에서 4가지를 배웠다고 가끔 말합니다. 그 하나는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는 것과 고난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 이 두 가지는 이미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평양에서 그것을 체험함으로써 확실히 깨닫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54년 간 그 확신그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고아들을 돌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깨달음, 그리고 네 번째로는 돈이 모든 악의 뿌리라는 것입니다. 죄를 범하고 형무소에 들어 온 사람들 중에 고아들이 많았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성장해야만 합니다. 부모가 없다면 누군가가 친부모를 대신해서 그 아이를 보살펴 줘야만합니다. 제가 해방 후 고아들의 후견인이 되어주고자 한 것도 형무소에 있을 때 그와 같은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며 고아원을 운영하게 된 동기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자기 부친이 너무 가난하여 이 처녀가 15, 16세쯤 되었을 무렵 훨씬 나이 많은 남자에게 억지로 돈을 받고 팔았다는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시집을 갔는데 그 남편 되는 사람이 너무 난폭해서 매일같이 두들겨 패서 고민하던 중에 때마침 이웃에 살고있는 젊은 남자를 알게 되었답니다. 그 청년도 처음에는 매맞는 새댁을 동정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사랑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 청년이 남편과 아버지를 독살하라고 꾀는 말에 속아 독을 타서 남편과 아버지를 죽이게 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독약은 늑대잡이 할 때 쓰는 약이라고 합니다. 장사를 지냈지만 소문이 퍼져서 경찰이 시체를 다시 파서 검시를 해 보니 과연 독살한 것이 틀림없어 이 여자는 체포되고 기소되어 1심에서 사형이 언도되었는데, 그 기간이 약 1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거기서 다시 공소하여 평양으로 송치되어 왔는데 이 사람이 옆의 4호실로 들어왔습니다. 4호실에는 이미 들어와 있던 죄수가 한사람 있었습니다. 이 살인범은 자기가 죽인 자의 환상을 보고 놀라서 겁을 먹고 정신이 이상하게 된 것입니다.
형무소에서는 저녁밥 먹고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이 제일 슬프고 힘든 시간입니다. 여죄수의 눈에는 그 시간만 되면 죽은 자가 나타나서 ‘왜 나를 죽였느냐?’라고 협박을 하는 것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같은 방에 있는 다른 죄수에게 달려들어 도와 달라고 덤벼드는 바람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내용을 어떻게 형무소 당국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는 제 입으로 간수들에게 무언가 요구하는데는 서툰 사람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형무소에서는 죄수가 직원들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어떤 요구사항을 말하는 자체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역시 기도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음에 힘을 얻고 용기가 생겼습니다. 매일아침 점호가 있고 간수장이 둘러보는 시간에 밤에 기도하고 얻은 용기로 말을 했더니, “네가 정말 그릴게 할 수 있겠느냐?”하고 다짐을 놓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내 방에만 넣어주면 반드시 내가 돌볼 수 있다”고 장담하였더니, 결국은 허락 받아 실현되었습니다.
신사참배를 강요받았을 때, 삼천포에 있는 와룡산에 올라가 기도한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너는 내 것이라”는 음성을 들었다는 이야기도 제가 해 드렸지요. 그때하고 똑같은 음성이 이번에 또 제 마음에 고동쳐 들려왔습니다.
지금의 이 여인이 미쳐서 소리소리 치는 것이 마치 그때의 제 부르짖음과 어떤 유사점이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탄이 이 여인을 가지고 농락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게 경험이 조금 있다는 것뿐이었지만, 옥중에서 들려오는 절망의 부르짖음을 끊임없이 듣고 있던 중에 그 여인을 이해하고 도와주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저는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천국문이 있었습니다. 문 앞에서 한 사람씩 저울에 달아보고 있었는데 저울은 의자형으로 되어 올라가 앉으면 계량기 눈금이 움직이는 것이지요. 보고 있으니까 천국에 들어갈 사람이 앉으면 ‘덜컹’하고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의자가 천국문 쪽으로 쭉 돌아서 사람을 천국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만일 저울이 덜컹하고 소리가 나지 않으면 의자는 돌지 않고 그 사람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 차례가 왔습니다. 의자에 올라가 앉았습니다. ‘덜컹’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겁니다. 무게가 미달인 것입니다. 큰일났습니다. ‘아! 나는 어쩌면 좋아, 어찌할까’하면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십자가가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앗 주님의 십자가다’라고 깨닫는 순간 ‘덜컹’하고 저울에서 소리가난 것입니다. 저울이 한바퀴 돌고 천국문에 막 발을 들여놓는 순간 저는 잠을 깨고 말았습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레기온’이라는 마귀 들린 자가 예수님 앞에서 자기 몸을 찢기도 하고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고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악령을 쫓아냈습니다. 꼭 그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사탄이 겁주고 덤벼들거든 예수님을 계속 부르라고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그녀는 제가 말한 대로 예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점점 더 열심히 부르더니 사탄의 힘을 억누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예수님을 체험한 것입니다.
사형 집행일은 미리 예고하지 않고, 당일이 되면 “면회할 사람이 왔다”라고 간수가 불러 데리고 나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그날 아침이 왔습니다. “면회 왔다”라고 간수가 불렀는데 그 여인은 자기 삶의 마지막 날이 왔음을 짐작하고 조용히 일어나 제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갔습니다. 지상에서는 불행한 일만이 그녀 앞에 있었는데 그녀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주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십자가를 붙들고 세상을 떠나갔고, 주님께서 천국으로 데려갔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이! 정말 이 일을 어쩌나 싶었어요. 전쟁이 범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부모가 친다면, 가난해도 이렇게는 안될 것 아닌가! 도적질은 잘못된 일이라고 야단칠 것이며, 죄를 지어도 같은 죄를 짓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며, 먹을 것이 궁해도 가정이 있다면 부모자식이 함께 일해서 서로 도우며, 부족한 것도 서로 나누며 살아갈 것입니다. 가진 것이 없다는 것보다도 부족한 것을 서로 나눈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이 더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 일본제국은 이와 같은 무모한 짓을 실행하고 있으니 멀지 않은 장래에 필연적으로 넘어질 것으로 믿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 멸망보다 제가 먼저 억눌려 견디지 못하고 주님 곁으로 갈 것을 또한 예감하고 있었지요. 일본의 권력은 제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강력했습니다.
저 같은 것 하나쯤은 벌레 밟아 죽이듯 해도 아무도 놀라지도 않고 간단히 끝내 버릴 수 있는 것이니까. 그 막강하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듯 치솟아 교만하던 대 일본제국이 지푸라기 쓰러지듯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위엄 있던 일본이 이렇게 약해질 수 있는가, 무조건 항복은 사실인가’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에는 ‘과연 그러면 그렇지! 이것은 모두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라고 믿었습니다. 물론 그 시기를 부족한 제가 감히 예측 못했던 것뿐입니다.
일본은 패전 직전 미군이 필리핀을 함락시킨 직후, 미․소가 한반도에 진격해 오면 조선인 기독교신자들이 이에 합세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미리 그 세력을 거세할 목적으로 처형할 대상자를 골라 8월 18일로 예정하였는데 그 수가 27,000명이라고 “불라이어”와 “모파트”는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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