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8 20:07
제 9 장 작은 자들에게 봉사하고
조수옥: 열흘 후에 전액을 지불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하루하루 지나도 여전히 돈은 한푼도 없었고 어디서 돈이 생길 것 같은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급을 3일 남겨둔 날, 마산시청의 후생과에 근무하는 공무원이(이 사람은 의사 자격을 가진 독지가) 제게 와서 “집을 사신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정말 샀습니까?” 하고 물어왔습니다.
마산은 작은 소도시였기 때문에 제가 고아원을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예, 사기로 했습니다만 아직 대금은 지불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니까 그 사람 말이 오늘 저녁에 자기 집에 좀 오실 수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날 밤 그 댁을 찾아갔지요. 그랬더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합니까?”라고 물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제 형편을 설명했더니 그 사람 하는 말이 “그 4만원은 제가 내겠습니다”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형무소에 있었을 때는 사람이 먹을 수 없지만 하다 못해 콩 깻묵이라도 하루 세끼를 연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크게 달랐습니다. 때로는 선물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양식이 떨어져 굶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마워서 울었던 때도 있었고, 행복해서 울었던 때도 있고, 이렇게 하기를 셀 수도 없이 했습니다. 아이들과 산으로 가서 산채를 뜯기도 하고 쥐를 구워서 먹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개구리를 잡아오게 해서 먹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모두가 가난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먹는다고 해서 비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예, 처음에는 그 절이 더럽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그 절간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가서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지키고 있었는데 우상숭배는 용납할 수 없지만 건물은 튼튼하게 지어져 있고 뜰은 넓고 주위는 깨끗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간절해지고 여기라면 아이들을 키우는 장소로써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을 저에게 주십시오’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에 가서 이 절간을 고아원으로 사용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집은 일본인이 세운 절이니까 그때 당시 일본인 재산은 모두 접수하여 미군정의 지시 하에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아직 정치능력이나 정돈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군정 하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군정당국에 가서 사정을 말하니,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 재산을 당신에게 드려야지요”하고 군정관리인은 즉석에서 제 이름으로 그 집을 넘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시청으로 다시 갔습니다. 시청에 군정도 함께 있었으니까요. 제가 가서 정식으로 그 집을 완전히 접수하고 정식으로 이삿짐도 모두 들여놓아야 하겠다고 하니, 군정당국자는 “아직도 들어가지 못했습니까?”하고 내용을 듣고는 직접 전화를 걸어 퇴거명령을 내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을 불러 “내일 경관 3명을 고아원에 파견하여 줄 것이니 경찰관 앞에서 원장님이 앞장서고 아이들을 데리고 짐 실은 짐차와 함께 절간으로 이사해 들어가십시오."라고 조처해 주었습니다.
그 다음날, 과연 경찰관이 왔고 제가 앞장을 서고 아이들 40여명을 줄을 세워 뒤따르게 하고 짐 실은 인력거는 그 뒤를 따르게 하여 이사했습니다. 사실 이삿짐이라 해도 얼마 되지 않는 식기하고 미군이 준 깡통 등이 고작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절로 들어오는 것을 본 절간지기가 도망가려고 하는 것을 도망가지 않아도 되니 당신 물건을 모두 챙겨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불상도 가져가라고 했지만 그들은 불상에 감히 손대는 것을 두려워해서 옮기려고 하지 않아, 그 주위에서 일하는 인부를 불러서 돈을 지불할 테니 불상을 좀 치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사람들마저도 불상에 손댔다가 벌받을까 두렵다며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해도 그 짓은 못하겠다 하므로, 저는 “만일 벌을 받게되면 내가 받을 것이니 겁내지 말라. 부처라는 것은 돌덩이지 살아있는 신이 아니니 겁낼 것 없다”라고 설득하여 마침내 그 무거운 돌부처를 인력거로 옮겨서 시청창고에 갔다 넣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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