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귀가
내 몸은 몹시 쇠약해지고 더욱이 눈은 안개 낀 것같이 뿌옇고 손으로 눈을 닦고 닦아도 똑똑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 또 더욱이 눈을 뜨고 있으면 무언지 평안치 않고 눈을 감고 있으면 평안했다. 그리고 눈곱은 자꾸 끼어서 손으로 닦으면 눈이 몹시 아파서 눈곱이 덮여도 그대로 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구리야마 간수는 나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나를 염려해서 의무과에 보고했다. 의무과장이 들어와 보더니 눈도 얼고 발도 얼고 손도 얼어서 그런 것이라고 하며 염려말고 기다리라 하고 나갔다. 이 일이 있은 얼마 후에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전해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구리야마 간수는 기뻐 축하하면서 한편 섭섭한 얼굴로
“감방에 올 재미를 잃어버리게 되는군요. 아무 말도 하지말고 집에 가라고 하니 가세요.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나는 아직도 믿을 수 없어서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나을 수가 있냐? 다른 성도들은 하나도 못 나오시는데?”
“아 그것은요, 어머니. 저는 눈알이 얼어서 눈에 고름이 많이 생겨서 이대로 두면 눈이 멀고 또다시 얼어서 고름이 자꾸 생기면 아주 장님이 되고 만대요. 그래서 집에 가서 언 눈이 낫기를 기다리라는 거예요. 눈 때문에 나온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어요. 절을 하고 안 하고는 여기에 관계가 없어요.”
어머니는 그래도 이해를 못 해서 얼마 동안 머뭇머뭇하고 있더니
“얘, 너를 잡아 가두는 편은 네게 원수일 텐데, 또 너를 죽이려는 이들인데 네가 장님이 되는 것을 생각해 줄 리가 어디 있겠니? 네 눈을 염려해 줄 형편이면 왜 너를 잡아 두겠니?”
나는 어머니의 이해치 못하는 마음을 충분히 알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우선 이해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 주님이 이 같은 기적을 베풀 수 없을까요? 주님이 특별히 베푸신 기적으로 믿을 수 없어요? 주님이 나를 위해서 이만한 기적을 베푸시지 아니하실까요?”
어머니는 나의 말을 진실로 알아듣지를 않았다. 나는 공든 탑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기쁘고 좋아서
“어머니! 집에 가서 영양 있는 음식을 먹고 좀 따뜻한 방에서 산 다음 눈이 나으면 다시 부르는 때 감옥으로 돌아오라는 거예요. 이제는 아셨죠?”
하니 어머니는 내 손을 잡으면서
“얘. 어디 이 천하에 영양 있는 음식을 얻을 수 있으며 따뜻히 방을 덥게 할 나무를 살 수 있느냐? 모든 것은 다 배급 제도인데 나는 나라법을 안 지킨다고 아무것도 배급을 안 줘서 비지 찌꺼기와 잡풀을 먹어 내 눈은 거의 다 어둡고 발이 얼어서 걸음도 걷지 못하는데 네가 나오면 네가 나라법을 지키지 않는 한 어디서 영양 있는 음식을 구하여 먹을 수 있겠니? 나나 너나 일반이다. 너는 감옥에서 살고 나는 형무소 담장 밑에서 너를 위해 밤마다 종야 기도하고 낮에는 집에 가서 비지 찌꺼기도 있어야 먹고 없으면 물만 마시는 판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 땅이 꺼지는 것 같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현기증에 흔들리는 몸을 겨우 지탱할 수 있었다.
“오! 주여”
하고 기도했다. 어머니는 조용히
“얘! 너 왜 눈을 위해 염려하니? 네가 네 생명을 주님께 바쳤을 때 넌 네 눈도 같이 바치지 않았느냐?”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감을 느꼈다.
“아무렴요. 눈도 바치고 모든 것 다 바쳤어요. 어머니! 알았어요.”
“주님께 일단 드렸으면 주님의 것이지 네 것이 아닐 게 아니냐? 주님께 한번 바친 네 몸과 네 생명은 주님이 알아 잘하실 것인데 너는 왜 네 것같이 네가 염려하며 네 재간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주님이 그 능한 지혜로 다 좋게 하시는 것인데. 너나 내가 눈이 어두워야 좋을 것인고로 어둡게 하시는 것이 아닐까? 주 목사님은 도라홈으로 벌써 눈을 못 쓰게 되셨고 그로 인해 더 충성하시는 것 잊어버렸냐? 사도 바울도 눈에 가시 때문에 순교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 눈을 뜨고 보지 못할 것을 보고 마음이 더 상하는 것보다 눈을 감고 아무것도 안 보는 것이 너를 위해 좋은 것인 줄 생각해 본 일인 없지?”
나는 이러한 위대한 대선생이 내 어머니인 것에 또 한번 탄복했다. 언제나 그는 내게 이런 대선생이었다. 주는 내게 합당한 신앙 모범의 어머니를 주셔서 지금까지 나를 기르시고 귄면하시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머니를 품에서 내놓으면서
“어머니! 안이숙의 어머니는 이 세계에서 1등 가는 대선생님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더 자랑스러워요. 저는 어머니의 10분의 1만 되기를 원해요. 10분의 1이면 만족하겠어요.”
그리고 나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면서
“자! 우리는 용사들인데 무엇 눈 같은 것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겠어요. 자, 어머니 진정하세요. 저도 용진 맹진하겠어요.”
그리고 바라만 보고 섰던 여간수와 부장과 남간수에게
“미안합니다. 저는 제 갈 곳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하고 사무소를 나왔다. 여간수는 기가 막혀서
“나는 세상에 살다가 이런 일은 처음 봐요. 딸도 딸이지만 어머니는 더 하시는군요.”
나는 명랑하고 활발한 소리로
“어머니가 좋으시니까 이런 굉장한 딸을 낳지 않았겠어요?”
라고 웃으면서
“사실은 굉장한 이는 내 어머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감방문으로 들어섰다. 내 속에서는 우렁찬 찬송이 용솟음쳤다.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내 모든 일들을 다 주께 고하고 저 천국 먼길로 향하여 가리니 살든지 죽든지 뜻대로 합소서.”
나는 언니를 생각해 보았다. 그는 어렸을 때 너무 예뻐서 이름이 ‘부전’이었다. 부잣집에 시집을 간 그는 남편의 방탕으로 눈물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어머니의 간곡한 기도로 그는 신앙 중심의 생활을 했다. 그는 남편의 사랑은 잃었어도 재물에는 자유로웠다. 그래서 언니는 아버지 집에서 나온 어머니에게 집도 사 드리고 생활비도 대어 드리고 내게도 너그러웠다. 그는 언제나 제일 좋은 옷을 입었다. 더욱이 겨울이 되면 명주를 안팎으로 한 햇솜바지를 둘씩 입고 저고리도 둘씩 입고 그 위에 양털 갓저고리나 값진 두루마기를 입었다. 겨울이 될 때면 그는 어머니와 나를 위해서 양단 구단 값비싼 옷에 햇솜을 넣어서 한 벌씩 해오고 특별히 나를 위해서 여우 목도리와 값비싼 장갑과 두루마기 등을 잔뜩 만들어 가져왔다.
나는 새 옷을 보면 으레 묵은 옷은 남에게 모두 주었다. 그러나 어떤 땐 양심이 찔려 새 옷을 남에게 다 나눠주면 언니는 섭섭해하며
“애쓰고 애써 고르고 골라서 해 오니까 그렇게 쉽게 남을 다 주어 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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