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숙 27. 히가시 긴수

2016.01.0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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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히가시 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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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옥에 온 지 3년이 지나서 어려운 일도 많이 겪고 무서운 일도 여러 번 당했지만 굉장히 좋은 일도 참 많았어요. 그러나 그 중에 제일 멋이 있는 일은 내 눈이 흐릿해지고 영양 부족으로 나빠져서 무엇을 보아도 뿌옇고 아름답거든요. 미운 것도 하나도 없어요. 무엇을 보나 다 아름답고 뿌옇고 참 좋아요. 나는 아름다운 것, 깨끗한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하게만 보이게 해주니 이거 멋있지 않아요?”

 

하니 그는 단번에 나와 가까워지면서,

 

제 남편은 도청에서 연료부 주임이에요. 구가 경시와 다른 경시들과 다 잘 알고 가깝지요.”

 

나는 이 말을 듣고 기절을 할 뻔했다.

무엇? 당신이 도청의‥‥.”

 

하니 그녀는 입을 손에 대면서,

 

!”

하며 내 말을 막으며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긴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차츰 조금씩 알기를 원하신다면 모두 말씀드리지요.”

 

나는 이게 내게 무슨 상급인가 하고 놀랐다. 천국에 들어가는 줄만 알았다가 코방을 맞고 떨어져 이 옥 속에 남은 나는 한없이 분하고 서러웠는데 그 대신 하나님은 굉장한 상급을 내 상한 마음에 보내 주시는구나! 나는 단번에 느꼈다. 나는 다시 펄썩 주저앉으면서,

 

! 아버지, 이게 무슨 일이며 무슨 상급입니까? 이 거룩하지 못하고 믿음이 없고 나약하고 걱정 잘하는 가치 없는 이 죄수를 왜 정말 선한 사람으로 대접하십니까?”

 

나는 주님 앞에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새 간수는 내가 펄쩍 주저앉는 것을 보더니

 

너무 야위어서 아마 일어나 있을 힘이 없을 거예요. 제 이름은 히가시 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감옥이라는 데는 제일 나쁜 사람과 제일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어요. 세계의 큰 정치가나 이름있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거의 다 형무소의 밥을 먹고 형무소의 쓰린 고역을 겪은 이들이라고 하더군요.”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나 같은 여자는 아무리 형무소에서 쓰린 경험을 해도 정치가도 될 수 없고 국가의 지도자도 될 수 없지만 한 가지 되고 싶은 것이 있지요.”

 

그는 큰 호기심을 가지고 내 말을 듣고자 하여.

 

무언데요? 재미있고 흥미 있는데요. 무엇일까요?”

 

한다. 나는 조용한 태도로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요.”

 

선수? 무슨 선수요? 감옥에 있어서 어떻게 무슨 선수가 되어질까요?”

 

신앙의 선수지요.”

 

신앙의 선수? 그런 말을 들어본 일이 없는걸요?”

 

신앙이 깊고 강하고 훌륭하고 뛰어났다면 그것은 신앙선수가 아닐까요?”

 

히가시 간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더니 그 다음 당번에는 도시락을 하나 더 만들어서 가져다 주었다. 흰 쌀밥에 잘 구운 맛있는 생선이 있고 계란이 부쳐져 있고 일본 김치 단무지가 있고 고기도 한점 들어 있었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나누어 먹을까 하고 연구했다. 그녀는 포켓에서 주먹밥을 몇 덩어리 내서 우리 방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 도시락은 나더러 먹으라고 하였다. 우리 감방사람들은 흰 주먹밥 속에 고기와 단무지가 들어 있는 것을 하나씩 받아먹고 나에게 그 도시락을 먹으라고 정성으로 권해 주었다. 나는 밥을 입에 넣으니 눈물이 쏟아져서 먹을 수가 없었다. 눈물 콧물이 음식에 섞이는데도 나는 그토록 맛있게 도시락을 다 먹었다.

 

대체 당신은 도청에 어마어마한 연료부 주임의 귀부인으로서 감옥에 얼마나 계실 작정이에요?”

 

하고 나는 제일 궁금한 것을 물었다.

 

처음에는 한 달쯤 있으려고 했는데 모르지요. 영원히 있게 될는지도.”

 

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지으면서

 

영원히? 흉금을 울리는 말이네요. 참 좋아요.”

 

나는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기뻤다. 히가시 간수는 내게 큰 위로를 가져다 주었다. 그는 그의 말한 바와 같이 나를 도우러 온 것을 증명할 수 가 있었다. 하루 와서 근무하고 하루는 쉬고 그 다음날 다시 오는데 그는 근무하는 날 오는 것이 그렇게도 즐거워졌다고 했다.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이제 겨우 한 돌이 된 것을 시어머니에게 맡겨두고 그는 충실히 감옥의 간수가 되어 버렸다. 시어머니는 어린애를 돌보아 주고 모든 세간살이를 다 해주면서 감옥에 어서 가서 나를 도와주라고 했다고 한다.

 

! 주여, 이 민족을 사할 수 없습니다. 이 일본인이 우리 선조들을 속이고 갖은 악을 다 했어도 그것은 혹시 잊어버릴 수가 있고 용서할 수도 있지만 이같이 높으시고 거룩하시고 참되시고 진실하시고 인자하시며, 긍휼하시며 아름다우시며 고마우시며 영원하신 대주재 하나님을 어찌 이렇게 모독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일본은 회개하라고 경고를 쏟아 부어 아주 멸망을 시키시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어찌 감히 이 악한 민족이 이 땅 위에 더 설 수 있겠습니까? 영원히 영원히 아주 멸망을 하여야만 될 것입니다.”

 

히가시 간수는 내가 주보를 읽은 후에 얼마나 번민하고 고민하는가를 보고 다시는 주보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알아본 후에 그는 내게 사과했다. 그리고 그는 슬기롭게도

히가시상, 당신의 친절은 참으로 하나님이 내게 베푸시는 친절일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그 얼마나 나를 위로하고 나를 돕는지 알아요. 이것은 내 양심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죄수인데 그래도 죄수는 죄수의 도리가 있지 않아요? 내가 이대로 당신이 가져오는 좋은 음식만을 먹으면 버릇이 되어서 신앙을 가진 자로서 마땅히 있어야 할 연단의 맥이 풀리고 김이 빠져서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안 되고 말지 않는가 하는 두려움이 생겨서요. 첫째로 규칙을 어기고 비밀리 먹는다는 것이 벌써 비열해지고 신앙을 낮추는 태도의 생활 방식이 되는 것 같아요. 나는 벌써 버릇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이 형무소콩밥이 그렇게도 중요하고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냄새가 나고 맛이 없어 도저히 먹어지지가 않아요. 내가 이곳에 죄수가 되어 들어온 것은 우연히 오다가다가 잡혀 온 것이 아니고 주님이 나를 풀무 불에 넣어서 내 신앙을 달구어서 빛나게 해주시려고 시작하신 것이고 또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내 하나님은 이제도 옛날같이 살아 계셔서 주관하시고 다스리시는 것을 증명하시려는 것이고, 예수님은 죄의 멸망에서 건져 주시는 구원의 주님이라는 것을 증거하시려는 것이에요. 그런데 나는 규칙을 어기고 비밀리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내 속의 신앙이 변해질까 무서워서 그래요. 나에게 있어서의 신앙은 생명이에요. 더 귀한 것은 내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신앙에 지장이 되는 일이 있다면 위장이 문제를 일으키면 이 위장도 떼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니까요. 히가시상, 나도 인간이에요. 나도 감정, 인정, 육정, 연정 다 가지고 있어요. 나는 그런 것이 좀더 강하지 않았는지 모르지요. 나는 노래를 좋아하고 좋은 일 기쁜 일을 즐겨 하고 잘 먹고 사치한 것을 좋아하고 남보다 낫고 칭찬받기를 좋아하여 좋은 말 듣는 것을 좋아하고 따뜻하고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모든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곱절이나 좋아한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좋은 것을 거절하고 거역하고 이같이 비참한 자리에 빠져야 하는 것은 내 속에 뚜렷이 자리를 잡고 있는 신앙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 같지는 않은데 나만은 이같이 왜 유달리 하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어요. 이것을 나는 무엇이라고 하는가 하면 예수님에게 발목을 붙잡혔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아무리 비참하고 힘이 들어도 정말 예수님이 내 발목을 꼭 붙드셨다면 나는 다른 아무것이 없어도 만족해서 울고 행복해서 울고 감사해서 울어서내 눈이 얼어 고름이 나서 거의 소경이 될 뻔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있더니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한참이나 침묵하고 내 곁에 서 있었다.

 

그의 친절로 내 눈도 좋아졌고, 음성도 좋아졌고 구부러진 허리도 펴졌고 뼈만이 남은 내 몸에도 살이 조금씩 쪘다. 먹을 것을 가져오지 않은 히가시 간수는 맥이 풀려서 그렇게 즐겁던 기쁨을 다 잃어버렸다고 했다. 나는 다시 콩밥을 사모하여 기다리게 되었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그러나 먹을 수 없이 되어 있는 나에게 억지로 먹일 때 불안이 따르고 겁이 났다. 더욱이 나는 주를 위해 죽어야 하는데 죽을 몸이 규칙을 어기어 가면서까지 먹어 보양해 간다는 것은 양심을 아프게 했고 어지럽게 했다. 그러나 콩밥을 다시 먹으면서 내 육체는 다시 심한 기갈이 생기게 되었다. 히가시 간수가 주던 음식은 너무도 잊을 수 없는 맛있는 영양식이었다.

식욕과 비참함에 얼마나 슬프고 분하며 얼마나 전신이 말라 빠져 들어가며 얼마나 그 생각에만 정신이 쓰이는가? 부르짖음과 애걸하는 마음과 안타깝고 어지러운 마음뿐이 아닌가? !”

나는 소리를 질렀다. 바울의 부르짖음을 나도 되풀이하여 부르짖었다.

 

내 지체 속에는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아 오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7 :23-25).

 

나는 이렇게 바울 서신을 외우면서 흐느끼다가 마지막엔 큰 음성으로 외우면서 울다가 엎드리고 말았다.

 

주님, 예수여! 나를 내 몸 밖에 있는 바깥 세계의 원수에게서도 나를 해치지 못하게 하실 뿐 아니라 이 내 몸 속에 같이 살아 있는 지체의 강력한 불협조적 항의에서 저를 구원하여 주옵소서. 내 지체도 나와 동의해서 내 편이 될망정 이렇게 나를 항거하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예수님 내 구주여, 나는 주님께 능력을 달라고 빌지만 결단코 하나님께서 만드신 성품을 변경하여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즉 내가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맛있는 것은 맛이 없게 되고 좋은 것은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이 되고 아름다운 것이 추한 것으로 알아지도록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것이라도 좋은 것이라도 또 먹고 싶은 것이라도 지금 이때에 내가 누릴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런 것에 대해 이길 힘을 달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정말 정을 붙이지 않는 이구먼요. 저는 집에 가서도 감방생각만 나서 하루 동안 쉬는 것이 짐이 되어 버렸는데요,”

 

하면서 그는 몹시 섭섭해했다.

 

그가 공장으로 이동되고 겨울이 다시 왔다. 무서운 것은 겨울이다. ! 천국에 가면 거기는 겨울이 없다.

 

요한이 본 천국에 으레 겨울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겨울은 유달리 추웠다. 앞 창문으로 보이는 내려 붓는 흰 눈을 보면 그것은 악마들의 군대와 같고 원수들의 군병과도 같이 느껴졌다. 눈이 내리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고 밑으로 막 가라앉는다. 또 이 악마같은 겨울은 강한 압력을 가지고 쳐들어오는구나! 겨울을 지으신 자에게 겨울을 옮겨 달라고 기도할 수 없는 것을 아는 나는 무어라고 기도할까?

 

소위 대동아 전쟁이라고 해서 성전이라고 이름한 일본인은 이제 정말 일본 귀신을 세계에다 자랑으로 소개한 셈이다. 또 여호와 하나님 위에 초월한다는 것을 정기적으로 출간하고 선포하며 미국과도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여호와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가 참신이냐, 일본의 아마데라스오미가미와 팔백만 일본 잡신이 참 신이냐를 겨루는 싸움이라고 호언했다. 또 일본 귀신과 그 잡신들을 지구의 절반과 전 인류에게 높이 들어 민심을 통일한다고 덤벼들었다. 거의 광증이 된 일본인은 통일 정신이라 하며 말 한마디 잘못해도 잡아 가두고 얼굴 표정 하나 달라도 사상이 온건치 못하다는 이유로 잡아 가두었다.

 

학교에서는 일본말과 또 미국인을 미워하고 죽이는 연습만 가르치는고로 젊은이들의 사상이라는 것은 부모들의 마음을 절망케 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또 어린이들이 매번 공부를 하게 하는 것보다는 산으로 신사로 끌고 다니며 미국인을 욕하고 하나님을 모독하고 일본 귀신을 높여 거기에 경배시키는 일과 일본의 신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참 신이라는 것과 일본인 왕이 살아 있는 참 신이라는 것 등을 인식시키는 데 전심 전격하지 공부하는 일에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아서 공부하러 학교에 가는 것인지 일본인 귀신을 공부하러 가는 것인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 해는 유달리도 몹시 추웠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습관이 되어서 처음같이 어렵지 않았다. 또 때가 때인 만큼 복음을 받는 사람들의 생각은 진지했다. 우리는 예배를 보고 기도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내 자신을 언제나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