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파송객
“왜 이숙이만치 영리하고 총명한 이가 나라에서 하라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까지 되어야만 해요?”
다른 여자가
“나는 이숙이가 이러한 신앙가인 것을 상상도 못 했어. 지금은 온 세상이 다 일본 나라가 되어가고 이숙이 같은 훌륭한 인재가 사회에 필요한데 왜 거역하고 이렇게 묻혀 쓰러지려고만 해요? 이즈음 나라는 높아지고 국토는 남양까지 점령해 나가서 정말 고양이 발이라도 빌려와야 할 만한 처지에 인물이 긴요하게 되었는데 정말 마음을 달리 먹고 감옥에서 나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해요.”
한 여자는 울기만 하는지 코를 소리내어 풀었다. 나는 절대 눈을 뜨려고 하지 않았다. 내 눈을 뜨고 그들을 볼 수 없는 터였다. 오히려 그들이 내 고름이 끼고 헤어진 눈을 보면 더 동정하는 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든지 할 게 아닌가.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간수장은 무어라고 내게 말을 시키려고 했지만 나는 못 들은 척하고 무시해 버렸다. 그들은 사무실 쪽으로 가고 나는 감방에 들어왔다. 추워서 떨리는 내 마음속에는 상상할 수 없는 물결이 일어났다. 대체 이 동창생들은 어떻게 되어서 이 감옥에 나를 찾아왔을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 간수는 결국 내 마음을 돌이켜 보려고 동창생들을 불러서 나로 하여금 부럽게 하여서 나를 꾀어 나가게 하자고 한 일본인 관헌의 수단인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런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그 친구들에게 일생에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주었을 것은 사실이다. 나는 내가 할 직책을 다 하지는 못했어도 그래도 그들이 받은 인상은 나는 결코 사형을 당할 만한 법을 범하지 않았고 다만 일본 귀신에게 절하지 않고 부인하는 것 때문인 것. 그리스도인으로 죽음 앞에서 신앙을 지키고 있다는 깃만은 무언 중에라도 전달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어졌다. 나는 이일이 있은 후 몹시 불쾌하고 신경이 더욱 예민해졌다.
“어머니, 힘들게 오시지 마세요. 서로 만나는 것은 마음만 상하니까요. 어머니! 말씀하신 천성문만 보고 거기서 만나야 되지 않을까요?”
“나도 그 말을 다시 하려고 했다.”
언니에게 부축되어 나가는 어머니를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면서 내 가슴은 몹시 아프고 쑤셨다. 어머님 마음은 그 얼마나 아프셨을까? 나는 소장의 그 계획이 무언가 잔인해 보였지만 할 수 없었다. 이후에도 나는 거의 매일 면회니 나오라고 명령이 났다. 나는 아파서 못 나간다고 거절을 하다가 너무 심하게 불러내는고로, 또 끌려나갔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아니고 언니 혼자였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자꾸 면회 오라고 독촉을 해 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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