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숙 39. 유황불

2016.01.09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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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유황불

  선지자선교회

과연 일본에 유황불은 떨어졌다. 그렇듯이 자신 만만하고 견고하던 일본 동경과 모든 큰 도시들은 B29가 실어다 부은 폭탄으로 인해 유황불에 타고 말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20세기 소돔과 고모라같이 유황불로 소멸되고, 산신으로서 경배받으며 구름 위에까지 높이 들어 왔던 일본인의 왕 히로히또는 세계 인류에게 방송을 하면서

 

나는 신이 아니오. 사람이외다.”

 

하고 선포했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본인의 잔인한 학정은 부서졌다. 착취와 압박과 포악과 횡포의 열매는 내 앞에 보여진 참상 바로 그것이었다. 때리고 밟고 죽이고 삼키던 그 권세와 강력이 이제 어디 있는가? 우리를 이 꼴로 만든 그들의 많은 사술이 무엇을 했는가?

 

문득 내 머리에 히가시 간수가 떠올랐다. 나를 도우려고 자원해서 간수가 되어 온 그 사랑스런 얼굴, 그리고 그 정열적 봉사, 그는 담대하게 두려움 없이 나를 도왔다. 그의 친절과 사랑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비참하게 굶다가 말라죽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도움은 비상하고 결사적이라는 것을 내가 잊어서 될까?

 

일본으로 가는 길이 있는 모양이니 가야겠어요.”

 

했다. 그렇게도 사랑스럽고 귀하던 그는 이 변화된 환경에 완전히 휩쓸려 눈으로 볼 수 없을 만치 가련하고 처참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고향에 가면 살 길이 있겠지요.”

 

하고 못내 애석해하며 울먹울먹했다. 지금 형편에 일본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만류할 아무 계획이 나에겐 없어서 나는 아프고 서러운 충격을 억제할 수 없어 같이 울려고 했으나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여유도 없었다. 내가 인사하고 인사받고 정신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그는 슬그머니 일어서서 없어지고 말았다. 그를 따라가서 불러들일 수도 없었지만 또 데리고 왔다 하더라도 그는 안정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와 같이 그렇게도 다정했던 히가시를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섭섭하게 이별하고 말았지만, 그는 복음을 받았으니 어느 땐가는 만나서 손에 손을 잡고 기뻐 뛰며 지나간 이야기에 찬란한 꽃을 피울 때가 꼭 올 것이다. 그곳은 영원한 나라, 구원함을 받은 자들만이 모이는 평화의 나라, 예수님이 왕이신 천국일 것이다.

 

주님이여! 내 친애하는 히가시 자매에게 내게 주신 영생을 주시옵소서. 이것만이 내가 그에게 갚을 수 있는 그의 극진한 친절과 사랑의 답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나는 기원해 마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