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베이징 소재 미 대사관 앞에서는 나토군의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처음 베이징대학 학생들에 의해 주도된 이 시위는 베이징 전역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베이징 동남쪽 대사관 지구에는 수많은 플랭카드와 구호가 난무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의 플랭카드가 눈길을 끈다. "염황(炎黃) 자손이여! 총궐기하라!" 2001년 4월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발생한 중미간의 힘겨루기와 이에 이어 양국의 해커들 간에 벌어진 '사이버 세계 3차 대전'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반복된다.

같은 시간 상하이 시내의 루쉰공원(魯迅公園)에는 일군의 인파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주 주말에 모이는 영어회화 동아리다. 이 동아리 구성원은 유치원 꼬마서부터 70노인까지 다양하다. 왜 영어를 배우냐는 어느 기자의 말에 한 꼬마는 영어로 또박또박 대답한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시민이 되려고요." "나중에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벌려고요." 그 꼬마의 머리 위로는 목하 중원을 강타하고 있는 영어강사 리양(李陽)의 특이한 교수법 "크레이지 잉글리쉬(脚狂英語)"의 광고 플랭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그 곁으로는 좌대에 정좌한 루쉰의 동상이 물끄러미 이 풍경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