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손가락 자르는 소년

선지자선교회

1. 신안 주씨의 역사

주남선 목사.

그의 젊은 날의 이름은 주남고였다.

주남고는 1888914, 거창군 읍내면 동동 28번지에서 태어났다.

그는 신안 주씨 한학자 주희현씨와 최두경 여사와의 사이에 둘째 아들로 출생하였다.

거창에는 주씨가 많지 못했다. 많은 성은 유, , 장씨이며, , , 이씨 성도 꽤 많았다.

그러나 주씨는 별로 없어서 씨족을 많이 찾는 지방에서 주씨는 외로운 처지였다.

주씨는 본관이 많지만 신안에서 갈라진 것으로 신안 주씨를 가장 정통으로 본다.

신안 주씨의 시조는 주 잠이었다. 그는 본래 중국 송나라 신안현 사람으로 위대한 성리학자 주 자의 증손이었다.

송나라가 외적의 침범을 받고 있는데도 권력자들은 당쟁만 일삼고 있으므로 울화가 치밀어 아들 여경을 데리고 고려로 망명하여 와서 나주 땅에서 살았다. 아들 여경은 고종 때, 은사지 벼슬에 올랐고, 여경의 아들 주 열은 문과에 급제하여 원종 때, 충청, 경상, 전라도의 안찰사로 나가 크게 공을 세웠다.

주 열은 문장이 좋고, 글씨가 뛰어났다. 그는 검소한 생활을 하므로써 왕의 신임을 받았으며 충렬 왕 때에는 1품 벼슬인 지도 검의 부사를 지냈다.

그가 죽고 그의 세 아들로 인하여 주씨가 웅천과 전주파로 갈라졌다가 구한말에 와서 주석면씨의 노력으로 본래의 신안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나주 주씨는 그 시조를 다르게 여기고 있으며 주 잠의 후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2. 서북 경남의 중심지 거창

주목사가 태어난 거창은 경치 좋고, 유서가 깊은 곳이었다.

소백산맥이 남서로 뻗은 능선을 타고 가야산, 덕곡산, 지리산 등의 이름 있는 높은 산들이 거창을 둘러싸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거창은 삼국시대에는 거열이라 불렀다. 신라, 백제, 가야 삼국은 종종 이곳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신라 문무왕은 663년에 백제를 격파하고 이 주변에 거타주를 두어 다스리기도 하였으며, 경덕왕 16년에는 전국에 아홉 주를 두고 군과 현의 명칭을 고쳐 부르게 되었는데 그 때 이곳은 거창군이 되었다.

이조 태종 때에는 거제와 가소를 합하여 제창이라 부르다가 세종조에 거제는 고도로 돌아가고 거창현이 되었다.

그러다가 19143, 지방행정 구역을 변경함에 다라 안의 일부와 삼가 일부가 합하여져서 거창군이 되었다.

지금 이 곳은 농사가 잘되어 곡창을 이루고, 산지에는 사과과수원이 많고, 특수재배로서는 인삼, 송이버섯 등 특산물이 나와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여주고 있다.

그러나 1888년대에는 밭 농사와 천수답에 생계를 맡기는 정도였기에 가뭄만 계속되면 흉년을 면하지 못하였다.

3. 민란과 흉년의 1888

주남고 소년이 태어나던 1888년은 불안한 시대였다.

그 해 삼남지방에는 대 흉년이 들었고 관서 지방의 의주 일대는 큰 수해로 많은 인명을 잃었고 전국은 식량 부족으로 난관에 빠져 있었다.

흉년이 들자 곳곳에 화적떼들이 일어나 그 횡포가 심하였다. 국고는 바닥이 났고 흉년으로 화적떼가 횡행하여 도처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고종 황제는 819일에 좌의정 김병시에게 유지를 내려 이 난국을 지혜롭게 타개해 주기를 바랬다.

서북 경남 거창에도 이 시대적인 격랑은 예외 일 수 없었다. 흉년에 먹을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농가에서 어린 남고는 엄마의 치맛자락에 감싸여 배가 고파 보채었다.

그런 가운데도 세월은 흘러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식량이 없는 농가에서는 가을철에 주워 놓은 아주까리 잎사귀와 도토리 등으로 연명을 하여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으나 봄은 사람들을 더욱 허기지게 한다. 동네 아낙네들은 날이면 날마다 들과 산에서 살았다. 쑥을 캐고, 산나물을 뜯었다.

남고 어린이는 엄마의 저고리 등에 매달려 들로 산으로 다녔다. 철없는 어린것은 배고픈 것도 잊은 듯 엄마의 등이 좋아 방긋방긋 웃음만 날리는 것이었다.

아가는 걸음마를 배우면서 송피 죽과 도토리묵으로 배를 채웠고, 파리한 모습으로나마 무럭무럭 잘 자랐다.

진달래, 철쭉이 피고 지는 봄이 여러 차례 지나갔다.

4. 아버지의 운명 앞에서

주남고 소년의 형제는 삼 형제였다. 위로 형이 있었고 아래로 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형 주남재는 이미 어린 나이에 백부 댁으로 입양되어 양자로 갔고 집에는 그와 동생 남수만이 부모님 슬하에 있는 셈이었다.

남고는 설상 장자의 위치에 있었다. 어린 남고 소년은 남달리 총명하였고 말 수가 적고 조용하였다. 희생 정신이 강한 그는 매사에 남이 하기 꺼려하는 일에 잘 나서곤 하였다. 자기가 해를 볼찌라도 남에게 해를 주지 않으려는 착한 마음은 그의 생활에 뚜렷이 나타났었다.

남달릴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하였고 형제간엔 우애가 깊은 소년이었다. 남고 소년은 여섯 살 때 서당에 들어 갔다. 아버지가 한학자였기에 교육열이 대단하였던 것이다.

무슨 일에나 열중하기를 잘하는 소년 남고는 공부에도 그러하였다. 종일 벽을 바라보고 글을 암송하는 날이 많았다.

아들의 글 읽는 모습을 바라보고 아버지는 혼자 말로,

?남고는 앞으로 반드시 한 자리 할꺼야.?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성공을 보지도 못한 채,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남고 소년이 15세 되던 해 였다. 아버지는 모진 병에 걸려 약 한첩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숨을 모우는 것이었다. 남고는 차마 아버지의 마지막 고통의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밖으로 뛰어나간 그는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잡아 쥐었다. 아버지의 운명을 지켜보던 남고는 불현 듯 언젠가 이웃 어른들이 주고 받던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숨이 넘어가는 운명의 순간에 사람의 피를 마시면 다시 얼마간은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년 남고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자식은 부모의 피를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난다. 자식에게 피를 주어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그 부모가 숨을 모운다. 이 절박한 순간에 자식이 부모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부모를 위하는 일이라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여서라도 도우고 싶었다.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 남고는 칼을 쥐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머니가 놀란 눈으로 남고를 본 순간 만류할 사이도 없이 남고는 칼로 왼쪽 무명지 손가락을 싹둑 잘랐다.

붉은 피가 치솟는다. 그 피를 아버지의 입에 떨어뜨렸다.

진한 피가 한 입 고인다.

'아버지!'

남고는 목메인 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채 한 입 고인 피를 꿀꺽 삼킨다. 계속 피는 입으로 흘러 들어간다. 아버지는 피를 계속하여 마셨다.

'아버지!'

부르는 남고를 아버지는 빤히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말을 할려고 하였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계속 입을 우물거리드니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남고 소년은 아버지의 시체 위에 얼굴을 묻고 소리 내어 우는 것이었다.

'아버지! 우리를 두고 어디로 가십니까?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버리고 가십니까?'

참았던 슬픔이 강물처럼 넘쳐 흘렀다. 울고 또 울었다.

남고 소년의 이 효성 어린 아름다운 이야기는 거창 온 마을에 널리 널리 퍼졌다.

훗날 남고 소년이 거창 군수에게서 효자상을 받게 된다.

5. 어머니를 위하여

남고 소년은 편모 슬하에서 네 살 아래인 동생 남수와 그렇게 자랐다. 부지런하고 착실한 남고는 어머니를 도우며 집안 일을 잘 돌보았다.

어느 해 겨울, 어머니는 몹시 중한 병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하며 자리에 몸져누워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러나 가난한 살림이라 끼니조차 이어가기 어려운 처지였기에 약 한 첩 제대로 쓰지 못하였다.

어머니의 병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목에는 담이 끓고, 신열이 많이 나면서 기침이 나는 것이다. 남고는 밤마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머니 머리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머니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며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자 남고는 이웃 노인을 찾아갔다.

'할아버지! 담이 끓는 데는 무슨 약이 좋심껴?'

노인은 측은한 생각으로 남고를 바라보고는,

'모친이 많이 편찮으시다면서.... 그래 기침을 많이 하냐?'

'예, 신열이 나면서 담이 끓고 기침을 많이 합니더, 너무 심합니더'

'담이 끓고 기침하는데는 엄나무가 제일인데....'

'엄나무가 예?'

'그래, 엄나무 껍질을 벗겨 다려먹으면 나을 거야.'

'감사합니더.'

남고는 집으로 돌아와 망태기에 낫을 챙겨 넣어 어깨에 메었다.

산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엄나무 껍질을 벗기려가는 것이다. 엄나무란 오갈피 나무과에 딸린 낙엽고목으로 전나무 소나무처럼 줄기가 굳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이다. 재목은 집안 살림에 쓰는 모든 가구를 만드는데 쓰이고, 껍질은 한약 재료에 많이 쓰이는 것이다.

남고는 이 엄나무를 구하기 위하여 덕유산 깊은 골짜기로 들어갔다.

계곡을 가로질러 능선에 올라서다가 나무를 발견하였다.

망태기를 내려놓고 낫을 들어 껍질을 벗겼다. 어머니의 병을 고친다는 일념에서 열심히 껍질을 벗겼다.

가을 햇살이 따갑게 쏟아진다. 이마에 구슬땀이 솟는다. 눈앞이 어지러워지면서 팔에 기운이 빠진다. 찬밥 한 덩이 제대로 먹지 못하는 몸이기에, 일이 지나치면 이렇게 현기증이 나는 것이다.

남고는 눈을 감고 얼마를 멍하게 앉아 있었다. 다시 맑은 정신이 돌아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흘렀다.

계곡 쪽에서 산 꿩이 운다.

남고는 다시 손에 힘을 주어 낫을 움직였다. 오후 늦게야 한 망태 캐어 산을 내려왔다. 종일을 굶었지만 배고픈 줄을 몰랐다.

어둠이 짙게 깔린 길을 밟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왔다. 부엌에 들어가 솥을 씻고 엄나무 껍질을 부었다.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댕겼다.

밤을 지새우며 약을 다리는 것이다.

잠시도 부엌을 떠나지 않고 불을 지폈다. 닭이 홰를 치며 울 때에야 약을 떠내어 방으로 들어갔다.

약 사발을 어머니 머리 곁에 놓고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남고는,

'어머니, 약 드이소!'

나직이 말을 한다.

남고 소년의 두 눈엔 눈물이 빙그르르 돈다. 가물거리는 호롱불 밑에 뼈만 앙상한 어머니가 주검처럼 묵묵히 누워 있었다.

'어머니! 약을 다려 왔심더!'

힘주어 말하는 남고 소년의 두 번째 목소리에 어머니가 멍히 눈을 뜬다.

'일으켜 드릴까예?'

남고 소년은 몸을 굽혀 어머니를 부축하려 한다.

'약이 어디서?'

'제가 산에가서 캐와서 고운 것 아닙니껴, 엄나무 껍질입니더. 가래 기침에는 제일 좋은 약이라 캅니더!'

어머니는 남고 소년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나 꿀꺽꿀꺽 약을 마셨다.

'빨리 일어나셔야지예.'

'그럼예, 오래 오래 사셔야지예.'

남고 소년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 방울이 방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엄나무 약을 먹은 이후 어머니의 병세는 차도가 있었다. 밖에 나와 움직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완전히 건강한 몸으로 회복되지는 못하였다.

낮에는 밖에 나가 일을 하시며, 별로 아픈 표를 내지 않았지만 밤만 되면 고통을 심하게 당하는 형편이었다. 남고 소년은 계속 엄나무 껍질을 벗겨와서 삶은 물로 단술을 만들어 어머니께 드리기도 하였다. 어머니의 병은 점차로 나아 건강이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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