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본제 고문과 한국제 신앙의 대결

선지자선교회

1. 신사참배(神社參拜)의 사상적 배경

신사참배는 19359월부터 시작되었다.

6대 총독 우가끼(우가끼) 말년에 학교를 중심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다.

신사참배는 일본국신(日本國神)을 숭배하는 일종의 우상숭배이다. 일본 개국신 아마데라스 오미까미를 비롯하여, 역대 천황(天皇)이나 무사들, 공로자, 순국 군인의 영을 숭배하기 위하여 신사를 짓고 그 앞에 참배하는 것이다.

이 참배는 처음 일본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한 것을 일제가 만주를 점령하고 북지를 침범하여 국제 연맹을 탈퇴함으로써 한국에도 시행하게 되었다.

일제는 한국에선 우선 학생들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함으로써 사로잡으려 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평양 숭실학교와 숭실 전문학교, 숭의 여학교 등이 반기를 들고 신사참배를 거부하였다. 당시 평안남도 지사 야스따께는 반대하는 세 학교에 대하여 60일의 여유를 주면서 회담을 바랬다.

193511, 세 학교에서는 신사참배 반대 성명을 발표하게된 것이다. 야스따께 지사는 노하여 숭실학교, 숭실 전문학교 교장 윤산은(G.S. Mcunne)선교사와 숭의 여고 교장 스누크(V.L. snook)여사를 면직시켰다.

19368, 미나미 지로(南次限)가 제7대 조선총독으로 부임하면서 신사참배는 본격적으로 감행되었다.

미나미 총독은 간악하고 교활한 자이다. 그는 본래 우가끼 계열의 장성(將星)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가끼가 물러서면서 추천을 해 주어 총독이 되었고 우가끼 정책을 계승할 것을 약속한 처지였다.

그러나 우가끼 세력이 일본 국내에서 힘을 잃게 되자 미나미는 조선 총독된 지 6개월만에 우가끼를 배신하고 신흥 전쟁군벌에 아부하면서 잔혹한 정사를 펼치게 된 것이다.

미나미는 철저한 황국신민화(黃菊臣民化)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전쟁물자 수탈정책(收奪政策)을 실시하였다.

창씨개명(創氏改名)과 일어(日語) 사용을 강요하였고, 신사참배를 실시하므로 종교생활을 탄압하였다.

형식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하면서 천황(天皇)을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존재로 조작하여 절대 순종을 주장하므로써 실은 신앙의 자유를 박탈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잠잠할 수가 없었다. 목사들은 강단에서 설교를 통하여 우상주의를 배격하였고, 신자들의 마음 속에 배일 사상을 침투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 인본주의는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목사들 중에는 시세의 바람을 타고 날쌔게 일제에 아부하면서 탄압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날이 갈수록 반대자의 세력이 확장되자 일제는 노골적으로 교회 탄압 운동을 꾀하게 되었다.

주 목사는 신사참배 문제가 나오자 직감적으로 이는 말세에 나타날 바벨론 우상예배란 걸 인식하였다.

?그럴 수는 없다. 우상이 교회로 들어올 수는 없다. 교회가 우상을 용납할 수 는 없다. 이미 세상은 다 되었구나 이 우상숭배 문제 때문에 피를 흘리게 되겠구나.?

주 목사는 혼자 중얼거리며 기도 생활에 더욱 힘썼다.

2. 해운대 교회에서 터진 불씨

19383월 해운대 교회에서 봄노회가 시작되었다. 주 목사는 그 날 늦게 노회장소에 들어섰다.

노회원들의 얼굴들이 굳어 있었다. 이 날 오후에 심상찮은 일이 있었다. 그 되어진 일을 이야기 듣고는 주 목사 자신도 같은 심정으로 동의하였다.

오후에 되어진 일은 이러하였다.

한상동(韓尙東) 목사가 노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해운대 교회에 들어선 것은 오후 5시경이었다.

별관으로 가니 이약신(李約臣) 목사가 먼저 와 있었다.

?한 목사님, 이제 오십니까??

인사를 하는 이 목사의 얼굴에 검은 구름이 꽉 끼어 있었다.

?예 일찍 오셨군요.?

한 목사는 자리에 앉으면서 인사를 하고는 묵상 기도를 하였다.

한 목사가 머리를 들어 이 목사를 바라보니 이 목하는 근심 어린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 입을 열었다.

?한 목사님, 큰일났습니다.?

?큰일이라니요.?

?삼 김이 허락을 하고 왔습니다.?

삼 김(三金) ?, ?, ?진 세 목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언젠가 경상남도 도경찰부에서 노회에 요구해온 일이 있었다.

노회가 모일 땐 노회장이 일을 처리하고 권한이 있지만 노회가 폐하고 나면 아무도 상대하여 말 할 대상이 없으니 노회대표 세 사람을 뽑아 달라는 것이었다.

노회가 이 일을 위하여 뽑은 사람이 삼 김이다.

도경찰부에 노회 대표로 간 삼 김이 신사참배하기로 허락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약신 목사의 얼굴은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슬픈 얼굴이었다.

?이번 노회 때 보고를 한답니다. 보고를 하면 반대할 자가 있겠습니까? 경찰에서 노회에 참석합니다. 사복 경찰이 둘러서 있다가 반대하는 자가 있으면 연행하여 갈 것입니다. 그러니 이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목사의 말을 듣고 있던 한 목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 목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큰 일은 큰 일이지만 별 수가 없지 않습니까? 내가 그 보고서 받지 않기로 동의를 할 터이니 이 목사가 재청을 하시오.?

?그러면 됐습니다. 내가 재청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한 목사는 가슴이 뛰었다. <이제는 죽었구나. 만일 신사참배 하겠다는 저 보고가 부결이 되고 나며, 동래 경찰서장 목이 날아갈 것이고, 또한 도경찰국장의 목까지 날라 갈 것이다. 그러한 형편에 일개 목사의 생명이 땅 위에 존속하겠는가? 끌려가 심한 고문을 받고 개처럼 처참하게 죽이고 말 것이 아니겠는가?> 한 목사는 사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죽든지 살든지 이제는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길 것 뿐이었다.

8, 개회 예배가 진행되었다. 사복 형사들이 교회당 내에 짝 깔려 있었다.

첫날 회무가 끝났다. 형사들이 흩어지고 회원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때 교회당 안에서 통곡 소리가 터졌다.

한상동 목사의 애절한 기도 소리였다.

회원들의 기도가 동시에 터졌다. 주 목사도 이미 각오하고 있는터라 올 것이 왔구나 싶어 이 밤을 밝히며 철야 기도에 들어갔다.

이날 밤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참석한 모든 회원들이 은혜를 충만히 받았다.

날이 밝자 김 ?환 목사가 자리에 일어나더니,

?나도 재청 삼청 하겠습니다.?

하고 외쳤다.

?환 목사는 친일파였다. 그런데 그 밤의 은혜 분위기 속에서 감화를 받아 용기 있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김 목사는 다시 소리쳤다.

?우리는 다 같이 행동합시다! 같이 죽읍시다! 주님을 위하여 죽을 때가 왔습니다.?

회원들의 마음은 동일하였다. 이 소식이 벌써 경찰서에 들어갔다. 동래 경찰서장이 해운대에 나타났다.

서장은 여관에 자리 잡고 앉아서 목사들을 호출하였다.

목사들은 담대한 마음으로 여관에 들어갔다. 서장은 목사들의 얼굴을 보더니 반가워하면서 부드럽게 말을 하였다.

?신사참배에 대하여 너무 심각하게 생각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번 당신들의 노회에서 꼭 지지를 결정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결코 신사참배 하라 말라 소리 안 하겠으니 이번 노회에서 그 보고를 하지도 말고 결의도 말아 주시오. 거듭 부탁합니다. 결코 이번 노회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거론하지 마십시오.?

서장은 설설 비는 투로 말을 뱉았다.

?좋습니다.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목사들은 이렇게 대답하고 여관을 물러 나왔다. 이리하여 이날 오전 회무는 무사히 끝났다.

오후 회무가 진행될 때엔 형사들도 다 돌아가고 서넛만 남아 뒷자리에서 졸고 있었다.

이러한 시간에 김 ?창 목사가 무슨 생각으로서인지 발언대에 나가 그 보고를 하고 말았다.

?이 보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보고가 나왔으니 회장이 물을 수 밖에 없었다.

한상동 목사가 일어나

?그 보고 받지 않기로 동의합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동의에 재청합니다.?

이약신 목사의 목소리였다.

결국 김 ?창 목사의 보고는 부결이 되었다.

졸다가 깨어난 형사들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보고가 나왔다고??

한 형사가 일어나 앞 회원에게 물었다.

?보고가 나왔습니다.?

그 보고 어떻게 되었오??

?부결되었지요.?

?뭐라구??

뜻 밖에 큰 일이 생겼다고 형사들은 뛰고 굴리며 야단법석이었다.

3. 금식기도와 굳은 결심

경남 노회를 마치고 돌아온 주 목사는 더욱 앞날의 한국 교회를 위하여 기도에 힘썼다.

거창 경찰서에도 경남 노회의 소식은 전해졌다. 신사참배 반대 강경파가 노회 안에 많다는 정보를 입수한 거창 경찰서에서는 주 목사를 거창 지방 요인물(要人物)로 지목하였다.

4얼 어느 날.

거창 경찰서에서 드디어 주 목사를 호출하는 것이었다. 주 목사는 가볍게 경찰서로 들어섰다. 서장은 반색을 하면서,

?지난번 해운대에는 잘 다녀왔오??

말을 던진다.

?, 잘 다녀왔습니다.?

?그 때 노회에서 신사참배 반대를 결의했다면서요??

?당연한 일이지요.?

?뭐라고요??

서장은 책상을 꽝 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기독신자로서 하나님 외에 딴 신이 없다고 주장한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주 목사의 목소리는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처럼 줄줄 흘렀다.

?하하, 이거 큰일나겠군.?

서장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서장은 태도를 바꾸어 인식시켜 볼려고 온갖 말을 다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늘은 그냥 가시오.?

서장은 더 이상 어쩌지를 못하고 돌려보내는 것이다.

조선 총독부가 형식상이지만 신교(新敎)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사참배 반대 이유 만으로서는 구속(拘束)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주 목사는 계속 심방하며 기도하는 일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6월 어느날이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답답하고 초조해 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주 목사는 가조리(加祚里) 교회로 건너갔다. 조용한 곳이라 그곳에서 특별 기도를 시작했다.

신사참배 문제를 주제로 하고 2일간 금식기도를 하였다. 낮에는 주로 요한계시록을 탐독하였고 밤에는 기도에 열중하였다.

계시록을 읽으며 연구하는 중, 신사참배는 틀림없는 말세의 바벨론 우상숭배였다.

?이 우상숭배는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는 것이므로 싸워야한다.?

주 목사는 마음에 굳은 결심을 하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싸워 이겨야 해! 못이기면 죽는 거다. 영혼이 죽는 거다. 영혼이 죽는 것은 영원히 죽는 것이다.>

혼자 말하던 주 목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영혼이 죽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인생으로 태어나서 태어난 목적을 상실하고 상실되는 것 아닌가? 무서운 일이다.

주 목사는 마음을 모두어 기도하였다.

?주님! 담대한 힘을 주옵소서. 나는 무능하고 나의 힘은 약합니다. 하나님께서 이김을 주시지 않으시면 별 수 없이 넘어집니다. 주님 힘을 주옵소서, 힘을‥‥ 하늘의 힘을 주옵소서‥‥.?

주 목사는 신사참배를 반대를 위하여 싸울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가조리 교회를 떠났다.

거창교회로 돌아온 주 목사는 줄곧 방에 앉아 전적 하나님께만 매달렸다.

?사람은 세상에 났다가 한 번은 죽고 만다. 한 번은 죽고 말 인생, 그렇다면 한 번 뿐인 인생의 죽음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 보다 참되고 보람되게 죽어야 할 것이 아닌가? 참되고 보람된 죽음은 어떤 것인가? 나를 위해 죽어 주신 주 예수님을 위하여 죽는 길 밖에 더 참되고 가치있는 죽음이 있겠는가??

죽자! 주님을 위하여 죽자. 주 목사는 눈을 감는다.

?주님, 나에게 순교의 큰 축복을 주옵소서.?

두 줄기 눈물이 양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

이상한 일이었다. 기도 할 때 마다 힘이 솟았다. 전에 체험하지 못한 큰 힘이었다. 담대하여 지는 것이었다.

주 목사는 매일매일 신비한 은혜 세계에서 믿음의 힘을 기르고 있었다.

4. 치욕의 제27회 총회

9월이 되자 전국 교회는 술렁술렁하였다.

경찰의 손길은 교회에 미쳐 신사참배 반대 교직자들에게 압력을 가하였다.

총회 전체 각 노회에서는 노회가 모였다. 경남 노회는 밀양읍 교회에서 모였다. 주 목사는 참석하지 못하였다. 경찰에서 예비 검속을 하였기 때문이다.

총대를 뽑는 노회이므로 신사참배 반대자가 총대가 되면 큰일이라고 미리 선수를 쓴 것이었다. 주 목사 뿐 아니었다. 부산에서는 한상동 목사를 비롯한 몇 목사들이 예비 검속되었다.

검속 이유는 신사참배 반대가 아니고 다른 이유에서였다.

총독부는 신앙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법을 내 걸고 있기 때문에 신앙문제 정식 체포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남고 목사는 사상이 불건전하다 하여 검속하였으며, 한 상동목사는 싱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천황에 대한 불경죄를 적용하여 검속하였다.

평양에서는 주기철(朱基撤) 목사와 송영길(宋永吉) 목사도 검속하였는데, 그들은 대구 유재기(劉載奇) 목사의 농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농우회(農友會)사건을 적용하였다.

채정민(蔡廷敏) 목사, 이기선(李基宣) 목사 등 허다한 목사들도 근사한 이유를 붙여 미리 예비 검속을 하였다.

총회 날자가 가까웠다. 지방 경찰서에서는, 선정된 총회 총대들을 불러 신사참배를 인식시켰다.

99.

조선 예수교 장로회 제27회 총회가 개회되는 날이다.

평양 시내에는 사복 형사들이 깔렸다.

총대들은 풀이 죽어 총회 장소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기가나서 펄펄한 총대들도 많았다. 그들은 친일파 목사들이었다.

총회 장소는 성문 밖 교회다.

하오 8시 정각. 총대 목사 86, 장로 총대 85, 선교사 22명 등 총회원 193명이 총회장소 지정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방청은 겨우 3명이었다. 97명의 경찰관들이 틈틈이 끼어 앉아 억압을 주었다.

총회장 이문주(李文主) 목사 사회로 조선 장로회 제27회 총회가 개회된 것이다.

예배가 끝나고 임원 서거에 들어갔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회장에 홍택기(洪澤麒), 부회장에 김길창(金吉昌), 서기에 곽진근(郭眞根), 회계 고한규(高漢糾) 제씨가 각각 피선되었다.

총회는 정회가 되었다.

다음 날, 역사적인 910.

오전 945분에 정시보다 15분 늦게 총회가 속회되었다. 이유는 임원들이 밖에 게양된 일장기에 경배하는 일과, 평남 도지사와 경찰서장이 늦게 도착된 일로 인하여 15분 지연된 것이다.

1030, 공천부장 함 ?영 목사의 보고가 시작되었다.

?‥‥평양, 평서 안주 3노회 연합대표 박응률 목사의 신사참배 결의 및 성명서 발표의 제안권은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이 가한 줄 아오며‥‥?

하고 낭독되자 회장이 가결을 지울려고 하였다. 그 때 방위량 선교사가 회장을 불렀다. 옆자리의 형사가 제지를 하였다.

회장이 소리쳤다.

?선교사는 잠잠하시오!?

방위량 선교사는,

?항의합니다!?

하고 외치다가 앉았다. 권세열 선교사가,

?회장 발언권을 주시오!?

소리쳤지만 그 소리도 묵살되고 말았다.

회장은 그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입을 열었다.

?가하면 예하시오.?

?‥‥?

힘없는 대답이 나왔다.

?가결되었습니다.?

하고 강대상을 쳤다. 그 때였다.

?회장! 규칙 위반이오!?

외치며 일어난 사람은 한부선(韓富善) 선교사였다. 회장이 가만 묻고, 부를 묻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선 것이다.

?왜 가만 묻고 부는 묻지 않습니까? 이것은 불법이오.?

그러나 말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옆에 앉았던 경찰관이 한 선교사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안간힘을 쓰며 규칙을 들고 항의하였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27회 총회는 신사참배하기로 결의를 보게 된 것이다.

총회는 폐회가 되었다. ?창 부회장은 총회를 대표해서 각 노회 노회장들과 함께 평양신사를 찾아가서 참배를 하였다.

5. 금족령(禁足令)

주 목사는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소식은 다 들었다. 총회 소식을 듣고 흥분하여 탄식하였다.

하루는 경찰에서 다시 주 목사를 불렀다. 점점 험악하여 지는 형편이었다. 서장은 주 목사를 보더니 비굴한 웃음을 얼굴 가에 날리며 의자를 내어놓았다.

?앉으시오.?

주 목사는 미소 어린 서장의 얼굴에서 눈을 도려 창문 가를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평양소식 들었겠지요??

서장이 입을 열었다.

?들었습니다.?

?어떻소? 이제는 총회에서도 신사참배 하도록 결의가 되었고 하니 거절 못하기겠지요??

?총회 결의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총회 결의가 소용없다니‥‥ 총회를 불복종 하겠다는게요??

?총회가 불법으로 결의를 한 일이라면 순종할 수 없지요.?

?그래요.?

서장의 얼굴엔 다시 살얼음이 일기 시작하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신사참배만은 할 수 없습니다.?

주 목사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범할 수 없는 위엄이 풍겨 흘렀다.

서장은 버럭 성을 내면서,

?당신의 발을 오늘부터 묶어 두겠오! 집에서 한 발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거요. 나 거창 경찰서장의 명령이오!?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주 목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날 오후 일절 자유가 없었다.

고등계 형사들이 집을 교대로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경남 노회에서는 주 목사에 대하여 거창읍 교회 위임목사 해제통보가 왔다.

강제로 교회 사면이 되었다. 그리고 사택을 내어놓아야 했다.

노회의 압력을 받은 교회측에서는 사택에서 옮겨 주기를 통보해 왔다.

참으로 비정한 일이었다.

주 목사는 말없이 죽전(竹田)에 있는 자택으로 짐을 옮겼다. 밤에 니고데모처럼 박병영 집사가 쌀 몇 되를 가지고 찾아왔다.

?목사님‥‥?

말을 계속하지 못하는 박 집사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주 목사는 박 집사의 손을 꼭 쥐어 주면서,

?박 집사, 참 고맙소! 마음은 결코 불의한 자들에게 빼앗기지 마시오. 하나님께서 은혜 주실 것입니다.?

뜨거운 말을 들려주었다.

박 집사는 후에(19471130) 주 목사 주례로 장로 장립을 받았다. 주 목사 댁에는 교회 직분자들의 발까지 끊어졌다.

쓸쓸한 서재에 앉은 주 목사는 기도와 성경 연구에만 전념하였다.

금족령이 내려 바깥 출입이 금지되었다. 식량이 떨어져 어려움이 극심하였다.

이웃에 조재룡(曺在龍) 장로 댁이 있었다. 조 장로는 평소에도 주 목사 편에서 정신적으로 도와준 분이다. 그는 농사를 얼마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지만 양식을 숨겨 놓고 굶지는 않았다.

그는 틈틈이 얼마의 양식을 주 목사 댁에 전해주곤 하였다. 문제가 있을 때 목사를 도우고 위해 주는 덕과 인정이 있는 장로였다.

그의 아들 조상덕(曺尙德)은 당시 15세의 소년이었는데 아버지가 목사를 위해 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였다 한다.

주 목사의 집문 밖에는 형사들이 항시 사나운 맹수들처럼 어르릉 거리고 있었다.

이런 때에 경남 노회에서 임원 중 몇이 거창에 왔다. ?창 목사와 김?일 목사였다. 그들은 주 목사와 가까운 사이였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회일을 염려하였고 의논하였다. 그러나 신사참배 문제가 나자 그들과 주 목사 사이에는 거리가 생겼다.

오늘 그들이 주 목사를 찾아 온 것은 도경(道警)의 부탁을 받고 파송되어 온 것으로 주 목사를 설득하기 위하여 왔다.

허나 주 목사는 조용히 거절하였다.

?일 목사가

?주 목사님, 우리 강변에 나가서 좀 이야기합시다.?

다시 제의를 하였다.

?그 일이라면 더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일로는 대화가 되겠지만 신사참배에 대하여는 두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아무래 도 되지 않을 것 같자, 두 목사는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했다.

주 목사도 따라 일어났다. 그때, 주 목사 부인 남술남 여사가 주 목사에게 눈치를 하였다.

주 목사가 부인쪽을 향하자,

?따라 나가지 마시오, 나가면 무슨 말로 유혹할런지 모릅니다.?

부인의 음성이 날카로웠다.

?안심하시오, 내가 그들의 말에 넘어갈상 싶소??

?장담하지 마십시오, 베드로도 장담하다가 실패하였습니다.?

?인사만 하고 오겠오.?

주 목사는 일어나 회색 두루막을 입었다. 그러나 두루막 깃고 대가 붙어 있지를 않았다.

?여보, 이 두르막 동전 좀 달아 주시오.?

그러나 부인은 따라나가 시험을 받을까 염려하여 깃 고대를 달아주지 않았다.

주 목사는 더 부인에게 졸라 봤자 소용없음을 알고 털실로 짠 녹도리로 감싸 두르고 밖으로 나갔다. 문밖에서 전송을 하곤 곧장 들어왔다.

주 목사도 주 목사지만 부인의 애국심과 신앙심은 주 목사 못지않게 강하였다.? 그러기에 어떤 어려움과 수난도 가정에서 다 참고 이겨 나간 것이고 주 목사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교회에서는 생활비가 나오지 않았다.

교역자 생활에 한 달만 생활비가 나오지 않아도 빚을 져야한다. 겨우 생활 할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생활비에다 그것마저 끊어졌으니 생활은 막연하게 되었다.

가을이었다. 들에는 추수가 한창이고 농가에서는 쌀가마가 오고 갔다.

여름동안 검게 타고 깡마른 농부들의 얼굴에 약간의 윤기가 돌고 살이 붙는 것도 이때이다. 허나 주 목사의 집에는 양식이 모자랐다.

큰 아들 경중이 마산 복음 전수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해 3월부터 거창 보성학원에 교원으로 나가긴 하지만 그 월급은 가정에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하였다.

간혹 할머니 교인들이 치마폭에 쌀 얼마씩을 숨겨 비밀리에 전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쌀을 가지고 다니다가 일본 형사들에게 붙잡히면 용서가 없는 때였다. 그들은 경제범으로 취급을 했다. 그러기에 여간한 용기와 간절함이 없이는 감히 쌀을 치마폭에 싸들고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고등계 형사들이 주 목사의 집을 경계하고 있는 이런 살벌한 환경에서 쌀을 전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일이겠는가?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은 환란 때에 더욱 꽃피는 것이었다.

핍박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극력했다. 경찰에서는 수시로 주 목사를 호출하였고 들어가면 매를 맞는 것이었다. 심한 고문으로 괴로움을 주기도 했다.

장작 쪽으로 모질게 때렸다. 피가 나고 시멘트 바닥이 피로 물들면 물을 부어 씻고 또 때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기절이라도 하면 물통을 덮어 씌웠다.

이럴 때 경중과 경효가 양유 넣은 주전자를 들고 경찰서에 찾아갔다.

아버지께 양유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주 목사 집에는 젖 짜는 양이 한 마리 있었다. 이 양이 주 목사댁의 식구들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는 유일한 원천이였다. 경중이와 경효가 경찰서 뒷문으로 들어섰을 때, 장 작쪽으로 사람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경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했다. 살금살금 기어들어 창문 안으로 보니 다른 사람이 아닌 아버지 주 목사가 매를 맞고 있었다.

경효는 순간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 단번에 뛰어들어 장작을 뺏어 형사에게 휘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뿐이었다. 힘이 없었다. 자신에게도 힘이 없었고, 나라를 잃은 백성이기에 더욱 힘이 없었다.

경효는 고사리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바드득 갈았다. 순사를 만나 주전자를 주면서 아버지께 좀 전하여 달라고 간청을 했다.

순사는 주전자를 받아 경호 네가 보는 앞에서 그냥 땅에 부어 버리는 것이었다. 아버지께 드리기 위하여 온 식구가 아끼고 아낀 야유이다.

그러나 그 아까운 양유를 순사는 땅에 부어버리는 것이다. 치솟는 어린 가슴의 분노를 그대로 삼킨 채, 경효는 경중 형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경효의 눈에 눈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피로 범벅된 모습이 어른거렸다.

고등계 형사들은 면회 온 두 아들이 돌아간 후에도 고문을 계속하였다. 때리고 또 때려 실신 상태가 되면 그들은 비웃는 것이었다.

마치 예수님을 고문하던 로마 군인들처럼,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찌어다.?고 하듯이.

?지도자가 되어 가지고 이게 무슨 꼴이람!?

하고 그들은 비웃었다.

찬물을 끼얹어 희미한 정신을 가다듬어 몸을 일으키면,

?잘 생각해봐!?

말을 뱉는다.

?백 번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요. 참 신은 하나님 뿐, 다른 신은 없는게요. 신사참배는 할 수 없어!?

다시 때린다.

주 목사는 실신상태 그대로 업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며칠을 치료를 받고 겨우 일어났다. 그는 조용히 생각하여 보았다.

<신사참배, 이것은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죄다. 그런데 일반 신자들은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몰라서 계명을 어긴다면 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한 일인가? 알게 해야지, 가르쳐 주어야 한다.>

주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간다. 그의 옷은 언제나 무명 저고리 바지에 두루마기다.

철저한 한복주의자. 이 한복주의자는 그의 민족의식에서였다.

그만큼 그는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의 것을 소중히 여겼다.

그의 한복차림 바람에 고생하는 이는 부인 남술남(南述藍)여사였다. 그녀는 불평 한 마디 없이 남편의 일을 도왔고 어린 자녀들을 보살펴 왔다.

남편에겐 열녀요, 자녀들에겐 너무나 훌륭한 어머니였다. 씻은 듯 가난한 무임교역자의 가정 살림을 짜증 없이 끌고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주 목사는 그지없이 미안했다.

때묻은 한복을 어느 사이에 씻고 말려 다듬이질을 하였는지 언제나 깨끗한 것을 내어 주었다.

그 후 경중은 징집(徵集) 문제로 집을 나가 행방을 감추게 되었다. 경도(璟道)는 전주 신흥 중학교를 다니다가 대구 개성 중학교에 편입하여 다녔다. 물론 고학을 하였다.

경도는 개성 중학을 졸업하고 일본 경도에 있는 고종 형의 주선으로 도일하였다. 유학의 길을 떠난 것이다.

경순(璟順)은 동래 일신학교에 재학 중이다. 영양부족과 기관지염으로 쇠약하고 공부를 하는 것보다 병을 앓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약 한 첩 제대로 쓰지 못하고 병과 싸우는 그녀는 하나님의 도우심만 바라볼 뿐이었다.

6. 신사참배 반대 운동

주 목사는 깨끗하게 다듬어진 한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거창시찰 구역내의 교회들을 순방(巡訪)하기 위해서이다.

주 목사는 거창, 합천, 함양지방 교회들을 순방하면서 교인들을 만났다. 그리곤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신사참배는 결코 해서는 안됩니다. 어떻게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있습니까? 하나님과 우상을 동시에 섬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주 목사의 권면은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모두들 그렇다고 굳은 마음의 결심을 보여 주었다.

1939126.

주 목사는 다시 거창 경찰서에 연행되었다.

담당 고등계 형사는 심문을 하였다.

?모든 목사들이 다 신사참배를 하고도 예수를 잘 믿고 있는데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냐??

?나는 그럴 수 없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진리요.?

?이 거창은 조용하단 말이야! 당신 혼자 때문에 우리도 귀찮아!?

아무리 타이르며 욱박 질러도 소용이 없었다. 형사들은 유치장으로 끌고 가서 가두어 버렸다.

12월 초순인데도 덕유산(德裕山) 봉우리엔 흰눈이 덮여 있었다. 눈 위로 굴러 내려온 바람은 거창의 넓은 벌판을 지나 시가지로 휘몰아치면서 더욱 싸늘하고 그리고 어둡고, 침울하였다.

이 음침한 유치장 안에 주 목사는 혼자 앉아 있었다.

8시가 되자 고등계 형사 둘이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주 목사에게 무릎을 꿇게 하였다.

심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은 기대하였던 대답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갖은 심한 고문을 가하였다.

참으로 지독한 고문이 계속되었다. 몽둥이를 가지고 패다가 그것이 부러지자 장작개비를 가지고 와서 때리는 것이다.

굶주린 육체는 추위를 더 많이 느낀다. 살갗이 얼어 여들여들한데 장작으로 때렸으니 그 아픔이 어떠하였을까?

피는 시멘트 바닥을 불게 물들였다. 형사들은 그 피를 물로 씻어내고 또 때렸지만 그러나 주 목사는 말이 없었다.

원래 주 목사는 조용한 사람이다. 말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더 심한 고문을 당했는지 모른다.

주 목사는 고문을 당하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 목사가 눈을 떳을 땐 사방은 조용하였다. 30촉짜리 전등불이 환히 유치장안을 비추고 있었다. 출입문이 잠겨 있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시멘트 바닥에 그냥 쓰러져 있는 것이다. 정신을 가다듬은 주 목사는 그대로 업디어 주님께 기도를 하였다.

?사랑하는 주님! 감사합니다. 불의한 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은 것을 감사합니다. 주께서 나의 곁을 떠나지 모옵소서.?

그의 마음은 한없이 평온하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물에 젖은 시멘트 바닥은 얼음덩이처럼 차가와야 했고, 그 다신의 몸은 오한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를 않는 것이다. 그는 추위를 잊고 있는 것이다. 고문 때문에 긴장되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었다. 분명히 그는 훈훈한 온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몸 전체가 훈훈하였다. 그 손을 내밀어 시멘트 바닥을 만져 보았다. 뜨끈뜨끈한 것이 마치 온돌방 같았다.

그는 전시이 폭신폭신한 털로 담요 속에 파묻혀 있는 듯 한없이 편하였다.

사르르 눈이 감기며 잠이 왔다. 잠을 자게 되었다.

주 목사는 뒤에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푹신푹신한 털은 실제 털이 아니라, 우리 주님 자신이었습니다. 나는 주님의 품속에서 잠자며 편안히 쉬면서 지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한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주님은 고난 당하는 자와 함께 하신다. 반대하다가 고난 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신다.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들과는 불꽃 속에서 다니엘과는 사자굴 속에서 주님은 함께 하여 주셨다.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는 일이 우상숭배 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유치장에서 고문당하는 주님의 종을 주께서 외면하시겠는가?

주님은 주님의 이름 때문에 주님의 종을 얼마나 바라보시며 기뻐하셨을까? 주 목사는 구금된지 8일만에 석방이 되어 나왔다.

물론 장정의 등에 업혀 나온 것이다.

집에 누워 치료를 받았다.

전신이 바스라지듯 아팠다. 바로 누워서는 허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겨우 일어나 뒷간 정도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13일 오후.

두 분의 손님이 왔다.

밀양 마산에서 한상동 목사가 이인재 전도사와 함께 주 목사를 찾아 온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손님들이었다.

주 목사는 두 분의 동지를 방으로 영접하였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주 목사의 말에 한 목사도 피차 마찬가지란 걸 말했다.

?나도 약 2주일 들어가 고문을 당하였습니다. 생명을 내놓은 마당에 그게 뭐 대단한 일입니까??

한 목사는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조용히 계속한다.

?평양과 만주 지방에서 신사참배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이 일을 위해 이 전도사가 뛰어 내려왔지요.?

한 목사의 말을 받아 이인재 전도사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는 평양신학교 재학중인 신학생이었다.

지난 9, 27회 총회에서 신학교 개학을 무기 연기시켰기 때문에 정식 강의를 받지 못하고 그는 선교사들에게 개인 교수를 받고 있었다.

그 때, 선교사들을 통하여 신사참배 반대 운동의 소식을 들었다. 북한 일대에 많은 동지들이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만주에서는 한부선 선교사가 신사참배 반대 이유를 인쇄해서 교회마다 나누어주었다고 했다.

그 무렵 한 청년이 기숙사에 이 인재 전도사를 찾아온 것이다. 청년은 돈 400원을 내어놓으면서 신사참배 반대 운동에 사용해 달라고 하였다.

이인재 전도사는 더 이상 한가하게 앉아 공부할 수 없었다. 그는 깊이 생각하였다.

<, 지금은 공부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모두들 신사참배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는데, 나 혼자 한가하게 공부를 하고 있다니‥‥>

그리하여 이 전도사는 평양을 떠났다.

그 무렵 한 목사는 마산 문창교회에서 강제 사면을 당하고 부산 다대포 고향집에 내려가 있었다.

집에서 기도하던 중 아무래도 신사참배 반대에 조금 소극적인 태도로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 반대를 하여야 하겠다고 생각되어 행동으로 나섰다.

그래서 교회를 찾아다니며 반대를 주장하였다.

그렇게 다니다가 193810, 밀양 마산 교회에서 일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손이 이곳에서 뻗쳤다. 수차 경방대원(警防隊員)들과 형사들에 의해 경찰서에 연행되어 고문을 당하였다.

193912월 어느 날은 밀양 경찰서에서 2주일 동안의 지독한 고문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수난 속에 있는 한 목사를 이인재 전도사가 찾아온 것이다. 반가웠다. 이 난국에 참 동지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밤이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며, 두 주의 충성된 좋들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같은 신앙의 동지들을 만나기 위하여 길을 떠났다.,

거창 까지 온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주 목사는 감격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소식이 궁금하였는데 이렇게 소식을 듣고 나니 생기가 납니다.?

주 목사의 파리한 얼굴에 미소가 지나갔다.

?반대운동을 하여야지요. 우리가 소리치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칠 것입니다.?

주 목사는 한 목사와 이 전도사의 손을 굳게 잡았다. 한 목사는 이 전도사와 세운 실행종목을 말하였다.

?우리는 신사참배 반대 운동의 적극적인 방법을 이렇게 세워보았습니다.?

신사참배 하는 교회에는 출석하지 말 것.

신사참배 한 목사에게서 성례 받지 말 것.

신사참배 한 교회에 십일조와 연보를 하지 말 것.

신사참배 하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끼리 모여 예배하되 특별히 가정예배를 위주 할 것.

이상입니다. 주 목사님은 이 안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목사에게 한 마디 더 제의를 하였다.

?이 반대 운동은 결코 비밀리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공공연히 보란 듯이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밀리 반대운동을 해 놓으면 경찰에서 탄압할 때 물러설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난 받을 것을 각오하고 정정당당하게 공개적으로 반대 운동을 하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일제는 쉽사리 신사참배 강요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이 이 땅을 물러서기 전에는 더욱 심한 횡포로 나타날 것이니 이 운동은 장기전이지요.?

주 목사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한 목사는 일어서면서 주 목사 손에 백원(百圓)을 쥐어 주었다.

?신사참배 반대 운동에 사용하십시오.?

세 동지는 굳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1월 중순경, 주 목사는 함양 교회(咸陽敎會)를 방문하였다. 황보기(皇甫基) 장로를 만났다.

?신사참배는 계명에 위반되니 하나님 앞에 큰 죄인입니다.

절대로 신사참배 하면 안됩니다.?

주 목사의 말을 들은 황보기 장로는,

?감사합니다. 계명을 어기는 일을 해서 되겠습니까??

마음에 굳은 결심을 하는 듯 하였다.

황보기 장로는 전부터 주 목사를 존경하고 따르던 분이었다. 이번 주 목사의 방문은 그에게 힘을 주었다.

327. 주 목사는 진주 봉래정에 있는 황성호(黃聖浩)씨 댁에 갔다. 마침 한상동 목사와 이인재 전도사가 와 있었다.

함께 기도회를 가지며 더욱 신사참배 반대 운동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 후 계속 주 목사는 경남 여러 지방을 다니며 반대 운동을 열열히 하였다.

5월 하순경에는 김해 대저 교회에 가서 심문태씨를 만나고 그 밤에 대저 교회에서 집회를 가졌다.

주 목사는 개인을 만나 권면 할 때나 집회를 통한 설교에서나 제목은 ?하나님은 사랑이다?였다.

성경은 요한 14장을 중심 했다.

첫 대지,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므로 독생자를 주셨다.

둘째 대지,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므로 성령님을 주셨다.

셋째 대지,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므로 계명을 주셨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사랑해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배반하고 계명을 어길 수가 없다.

벧후 3장에 말세적 신자는 성결한 행실을 가지고 경건한 신앙으로 예수님의 재림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마태복음 24장에 예수님께서 말세의 징조를 말씀하셨는데, 말세에는 환란이 심하고, 기근이 극심하고, 교회에 박해가 오며, 거짓 그리스도가 출현하고, 거짓 선지자들이 많이 일어나며, 악한 사상들이 일어날 것을 말씀하셨다.

지금 이 땅에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아서 예수님의 재림이 가까웠으니 천년왕국에 들어갈 신자들은 우상숭배인 신사참배를 절대 배격해야 한다. 결사적으로 신사참배를 반대해야 한다.

이상이 주 목사가 다니며 외친 설교의 요지였다.

주 목사는 해운대, 함양, 안의, 각목, 개평, 가천, 무능, 위천, 산청군 단계, 합천삼가, 장대 각 교회를 순회하며, 성도들에게 설교하였다.

그리고 개인개인에게 권면 하였다. 6개월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드디어 1940716, 주 목사는 거창경찰서에 또 다시 구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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