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숙 16. 옴쟁이 갓난아기

2016.01.09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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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죽으리라 ()

  선지자선교회

안이숙 지음

기독교문사

 

16. 옴쟁이 갓난아기

 

이튿날 아침엔 어린 아기를 위해서 흰죽이 나왔다. 이 어린 것이 어찌 죽을 먹을 수 있을까? 죽을 먹이려고 해도 숟가락이 없었다. 나는 간수에게 애걸을 해서 숟가락을 하나 얻어서 숟가락으로 흰죽 국물을 조금씩 아기 입에 넣어 주었다. 이 어린것이 살아 보겠다고 죽 국물이 들어가면 힘을 다해서 움직거리며 죽을 삼켰다.

 

나는 그 옴쟁이 가슴속에 들어가는 어린것이 너무도 가엾어서 빼앗아 가지고 더러운 기저귀를 벗겨 버리고 발가벗겨서 옴투성이 어린것을 내 가슴속에 집어넣었다. 찬 어린 손과 발이 내 가슴속에서 아물아물하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에 너무 약하고 작아서 아버지가 나를 그의 가슴에 품고 다녔다는 말을 늘 들었다. 나는 이 옴투성이 아기를 가슴에 넣어 품고 말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 어쩌면 하나님이 지으신 중에 가장 영장인 인간이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생각할 수 없는 사실 같았다. 나는 이 어린 생명을 위해서 가슴속에서부터 복받치는 기도를 주님께 드렸다.

 

나는 이 어린것이 너무도 가련하고 가엾어서 이름이나 좋은 것을 가져 보라고 이름을 옥이라 지어 주었다. 옥이라고 하니 그의 어머니는 감옥에서 나서 옥이라고 하는가 해서

감옥이 라는 뜻인가요?”

 

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천만에, 옥이라는 것은 구슬이라는 옥이고 구슬이라는 뜻이 옥같이 이쁘고 옥같이 귀하고, 옥같이 사람들이 좋아하라고 해서 구슬인 옥이란 말이지요.”

아물거리는 어린것을 가슴속에 넣고 내 애정은 이 무심한 작은 생명에게 시간이 갈수록 두터워졌다. 죽물을 조금씩 먹고 그대로 오줌을 싸면 내 가슴은 젖어서 축축했으나 말릴래야 마르게 할 방도가 없어서 축축해도 그냥 그대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대로 8일을 지내온 날 아침에 아기의 숨이 강해지더니 숨지고 말았다.

 

가슴에서 끄집어내어 벗은 채로 기저귀에 싸여 나가는 주먹만한 어린 얼굴의 아기를 볼 때 오직 나 혼자만 울었을 뿐 아기 어머니는 너무도 불쌍해서 그런지 또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지 눈시울만 붉어질 뿐이었고 눈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린애를 품었던 내 가슴팍엔 아기에게서 옴이 올라서 온 가슴에 옴이 돋아 몹시 가려워 긁으면 긁을수록 더 따끔거리고 가렵기만 했다. 이젠 점점 더 퍼져서 가슴뿐만 아니라 손가락 사이와 온 목과 전신을 향해서 퍼지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아기 어머니에게서도 옴이 옮아서 저마다 긁고 저마다 손이 옴투성이가 되었다. 밤이 되어 가면 몸은 더 가려워서 우리는 저마다 몸을 긁는 고로 모두들 긁는 소리 때문에 한잠도 잘 수 없었다. 너무도 긁어서 손톱에는 피가 엉키고 전신은 옴과 피에 볼 수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나는 너무도 괴로워서 모든 수인들에게 성경 말씀 중에 병이 난 자는 장로를 데려다가 기도하라고 한 말씀을 설명하고 마음을 합해서 기도하자고 하였더니 모두들 합심해서 기도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옴은 점점 가라앉고 다시는 더 퍼지지 않고 그 무섭게 퍼지던 옴은 씻은 듯이 누구에게서나 없어지고 말았다.

 

! 주일이 되면 머리를 예쁘게 빗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제일 예쁘게 화장을 하고 제일 좋은 구두를 신고, 성경책과 찬미책을 들고 기쁘고 기쁜 마음과 모양으로 예배당에 가서 아! 크고 강하고 아름다운 청아한 음성으로 하나님을 찬송하고 또 하고 목이 터지도록 부르고 하나님의 말씀을 목사님이 전하는 대로 경건히 들었으면 그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이러한 기쁘고 복된 일이 내게 과거에는 있지 않았나? , 이 복을 가질 수 없는 내 생활은 그야말로 내게 주어져 있던 가장 행복된 기쁨을 빼앗겨 버린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자라서 찬양대에 가입했을 때 나는 너무도 기쁘고 좋아서 온 세상이 다 나를 위해 있는 것 같았다. 찬양대 자리에서 높은 소프라노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 나는 너무 기쁘고 너무 만족해서 이 세상이 왜 이렇게도 좋은지 몰랐다.

 

주일이 오기를 그렇게 기다렸고 주일만 되면 너무너무 좋고 즐겁고 기뻐서 나는 하나님 앞에 경배하려는구나. 그리고 내 음성으로 하나님이 기쁘시도록 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내 젊은 가슴에는 금비파가 울리는 것 같았다. 예배당에 들어갈 때 나는 천국의 대합실에 오는 것같이 마음이 설레었다.

 

찬양대에서 미리 연습한 곡조를 다시 연습해 볼 때 나는 그렇게도 좋았다. 바로 교회에 찬양대 자리에 서면 주님이 그 보좌에서 우리를 다 보시고 계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찬송을 부를 때엔 가슴을 다 펼쳐 놓고 그 찬송을 내 가슴속으로부터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찬송가 가사가 모두 내 심령의 부르짖음이 되고 호소가 되고 감사가 되고 결심이 되고 회개가 되고 고백이 되고 경배가 되었다.

 

찬양대의 순서가 왔을 때 진실로 나는 높으신 보좌를 똑바로 향해서 힘껏 아름답게 불러 올렸다. 나는 하나님이 그 보좌에서 우리가 부르는 찬송을 기뻐하시면서 듣고 계시는 것을 항상 느꼈다. 목사님의 설교는 언제나 나를 그렇게도 감동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