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쇠고랑
어느 날 아침 나는 몹시 흉한 꿈을 꾸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날 때 마음이 참 무거웠다. 꿈에 큰 썩은 나무에 크고 새파랗고 새까만 독사가 감겼는데 그 큰 독사가 눈을 흘기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들어서, 창검으로 그 독사의 몸통을 내려치니 독사는 두 개가 되어 꼬리는 꼬리대로 죽지 않았다.
다시 큰 소리를 치며 또 그 대가리를 창검으로 치니 또 두 동강나면서도 죽지를 않았다.
이날 아침에 간수장이 점검을 하면서 하는 말이 누구나 다 동방을 향해서 아침마다 천황에게 산신으로 경배하라고 시킨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간수장은 대노해서 상관에게 보고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천황에게 산신으로 경배를 하고 일본 팔백만 귀신에게 일본이 전쟁에 이기게 해 달라고 절을 하며 기도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얼마 있더니 남자 간수가 쇠수갑과 쇠사슬을 가지고 내 방문을 열더니 내 감방 죄수들을 모두 딴 방으로 옮기고 내 두 팔을 뒤로 모아서 수갑을 채우고 수갑에 긴 쇠사슬과 쇳덩어리를 달아놓았다. 남자 간수는 한인이었다. 쇠를 매달면서 그는 내 귀에 대고,
“이 개들에게 겨누어 싸울 것이 뭐요, 하라는 대로 하시지.”
나는 그의 호의에 고마웠다. 처음에 쇠를 찼을 때
“이까짓 것 못 견뎌?”
하고 비웃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신은 달라졌다. 너무 패래서 뼈와 가죽만 남은 내 몸에 무거운 쇳덩어리와 쇠사슬은 내 전신의 뼈를 뒤로 비틀어 당겼다. 뼈가 바작바작하면서 뒤로 당겨지니 그 아픈 것은 마치 칼을 가지고 가슴과 어깨와 목 밑을 도려내는 것같이 아팠다. 눈에서는 눈물보다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입에서도 뜨거운 불길이 나서 마침내 이 고통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쓰러져 엎드러지니 전신에 불을 붙인 것같이 쑤시고 아팠다.
나는 이렇게도 아픈데 의식이 몽롱해지거나 의식을 잃지 않은 것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겨우 소리를 지르며
“주님! 이 모양을 보아주세요. 사진을 하나 찍어 두셨다가 내가 천국에 들어설 때 내게 보여 주세요.”
하다가 기도를 더 계속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만일 믿음이 독실하고 거룩하였더라면 이런 때에 더 기도를 했을 것이고, 이렇게 아픈 일도 없었을지 모르며. 또 아팠어도 늠름했을 것이 아닐까. 믿음도 없고 거룩하지도 못한 내가 왜 이러한 고난을 자취하였던가. 나는 차라리 무식하고도 어려운 집에 태어나서 남의 집 아이나 보아주고 사는 여자였더라면 그 얼마나 쉬웠을까. 나는 문둥병 환자보다 더 비참한 것이 내 생애 같은 감이 들었다. 나는 또 죽어 가는 소리로
나는 죽을힘을 다해서 예수님께 부르짖었다. 이튿날 아침에 남자 간수가 들어왔다. 내 감방문이 열렸다. 그는 내 수갑을 풀어 주었다. 순간 나는 아악! 소리를 치고 기절해 버렸다. 얼마 있다 의식이 들었다 내 전신은 칼로 찌르고 째고 베듯이 쑤시고 아프며 나는 병자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흰죽이 들어와서 마시니 흐릿흐릿한 정신이 더 몽롱해지고 고통은 더 계속되었다. 의무과장이 들어와서 진찰을 하고 약을 보내 주었다. 그 후 나는 여러 날 동안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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