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진짜 죄수
“간수장님, 죄수라는 것은 죄를 지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나는 죄를 짓지 않으려고 여기에 와 있으니까 죄수가 아닌 것 아니에요? 나는 죄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 즉 죄수가 될까봐 무서워서 여기에 와서 갇혀 고생하는 것입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응?”
더욱더 노한다. 나는 더 냉정해졌다.
“간수장, 당신은 이곳에 들어오는 소위 죄수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들어오는지 아세요? 오이 1개 몰래 사 먹고 4개월 징역을 받고, 계란 4개를 몰래 사 먹고 석 달 동안 죄수가 되어 징역을 받고, 콩나물 배급받으러 가서 전쟁에 갔었나 왜 대가리만 남았나 했다고 2년 동안 징역을 받고, 이 세상 못살아 먹겠다 했다고 1년 반 징역을 받은 이런 모든 사람들이 죄수라고 당신은 보세요?”
그는 살기가 등등한 눈을 가늘게 뽑으면서,
“잡혀 와서 징역을 받아 징역 살면 죄수지 뭐야, 응?”
“당신은 당신이 어떠한 법에 저촉이 될 만큼 죄를 범했는지 생각해 본 일이 있으세요? 당신은 소위 이 죄수들을 감독하고 벌하고 고쳐 주는 책임을 가진 일본 국가의 관리인 것을 아시지요. 그런데 당신은 어둔 밤이 되면 요오꼬 어머니 나까무라와 못된 간수를 시켜서 암시장에 가서 술과 담배를 몇 번씩이나 사다 달라고 해서 사다 먹지 않았습니까? 또 히가시 간수가 주는 술과 담배는 모두 뇌물로 들어온 것인데 그것을 매번 받아먹고도 뻔뻔스럽게 죄 없는 나를 죄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오? 나는 당신보다 교육도 많이 받았고 또 당신이 옆에도 못 갈 높은 사람들에게도 바른말을 하는 사람인데 멋도 모르고 마구 덤벼들면 나는 당신의 태도 여하에 의해서 나도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되지 않소? 나는 재판소에 나가서 진정을 해서 재판소에 제의를 하여야겠다고 생각을 해요. 오이 1개, 계란 4개, 콩나물 대가리 사건으로 사람을 잡아다 죄수를 만드는 일본 관리들! 소위 감옥의 간수장이라는 당신이 10년, 20년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있어 일본의 법의 신성을 모독한다고 나는 이렇게 고발하고 변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눈에 긴 안경이 미끄러지고 코 위에 걸려지고 눈은 뜬 채 깜박도 못 하고 쳐다보는 눈초리는 큰 충격에서 놀람으로 그리고 약해지고 애원의 눈빛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잔뜩 버티고 서 있었는데 자리에 턱 앉으며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더러
“의자에 앉으시오.”
한다. 나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간수장님, 그러니까 저는 죄수가 아니라는 것만 아시면 되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죄수가 될 수 있어요. 그것은 당신이 너무도 생각 부족이고 판단 부족이고 지식 부족이고 인식 부족인 까닭이지요. 여보 간수장! 여기 있는 모든 간수들은 당신을 무서워해도 저는 당신이 싫다뿐이지 무섭지는 않아요. 왜 그런지 아세요? 나는 죄수가 아니고 당신은 죄인이니까요. 또 한 가지 기억하세요 여기 있는 모든 간수와 여죄수들이 모두 당신 앞에서 치를 떠는 것은 일본말을 모르고 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랍니다. 똑똑히 아셔야 해요. 나는 법도 알고 일본어도 당신같이 천한 말은 못 해도 세련된 일본말은 당신보다 더 잘한다고요. 그러니까 나는 당신 앞에 무서운 것이 없지만 당신은 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자! 이제는 제 감방으로 가도 되는가요?”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더운 차가 있는데 한 잔 안 드실래요?”
나는 웃으면서
“그건 너무 과분스러워서 그만두지요.”
내 감방으로 온즉 히가시 간수도 머쓱해진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너무 내 멋대로 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감방에 들어와서 히가시 간수에게 쇠를 잠그라고 했다. 나중에 안즉, 공장에서 교대한 간수가 옆방에서 다른 두 간수와 함께 간수장과 나의 언쟁을 모조리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소문은 온 형무소에 퍼졌는데 나는 모르드개와 같이 높아지고 간수장은 하만같이 낮아졌다. 죄수들마다 내 방을 지나갈 때는 내가 보든지 안 보든지 일단 서서 절을 하고 간다.
내가 마당에 나오면 청소부들도 모두 절을 하고 심지어는 간수들도 나를 대접하고 내게 절을 하고 내 앞에서는 모두 겸손했다. 청소부들은 틈을 내서 물을 떠다 주고 간수들도 몰래 가서 사 오는지 무엇인가 조금씩 주려고 했다. 나는 한편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에 감격하고 감사했지만 무언가 이렇게 되는 것이 마땅한지 의심스러워서 조심했다.
나는 복음을 담은 질그릇이다. 질그릇이 잘못하면 금이 가기 쉽고, 더러워지기 쉽고, 또 깨지기도 쉽지 않은가? 나는 모든 사람이 높여주면 줄수록 두려워졌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감방에 갇혀 있으려고 했지만 간수마다 내 방문을 열고 또 내 방문뿐만 아니라 3방문도 열어서 조수옥 씨와 함께 앉아 이야기도 할 수 있도록 애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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