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9 02:09
37. 최봉석 목사
그는 위대한 권능을 가진 현대의 기적적 신앙의 용사였다. 그가 예수를 믿은 것은 바로 16세 청소년 때였다.
그는 선교사 언더우드의 영향을 받아서 능력의 복음을 그대로 받은 신앙인이었다.
그가 우상을 극히 섬기는 부모에게 예수 믿고 복을 받자고 아무리 권해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친척집에서 굿을 하기 때문에 부모님은 모두 친척집으로 갔고 그는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 그가 시렁 위에 나란히 올려 있는 귀신 당직들을 쳐다보니 괘씸하고 분한 생각이 나서 곧 일어나서 변소에 가서 더러운 것을 삽으로 퍼다가 귀신 당직에 모두 고루고루 부어 버렸다. 그는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밖에 나와 있었다.
굿집에서 돌아온 부모들이 방에 들어서자 고약한 냄새에 코를 쥐고 그에게 달려들더니 미친 것같이 그를 결박해서 나무에 동여매어 놓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렸다. 그들은 기진 맥진해 방에 들어가서 귀신 당직을 자기들의 손으로 집어 밖에 모두 던져 버렸다.
젊은 그는 너무 매를 맞고 많은 피를 흘려 기절을 했었다. 깨어 생각하니 아무래도 그의 부모는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자기를 죽일 것 같았다. 동여맨 밧줄을 이빨로 끊고 깊은 밤중에 도망을 쳐서 언더우드 선교사 집으로 갔다. 밖에서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가 밝아질 무렵 문을 두드리니 선교사의 부인이 나와 집 안으로 데려가 씻어 주고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힌 후에 먹을 것도 주고 숨겨 주면서 성경을 가르쳐 주었다. 그로부터 그는 선교사 집에서 일을 도우며 먼 촌으로 선교사를 따라다니며 전도도 했다. 아침저녁으로 성경과 찬송가를 배우며 지내다가 결국은 그 부모가 기어이 찾을 것을 알고 무서워서 더 있을 수가 없어 걸어서 만주로 도망을 했다. 걸어서 전도를 하며 교회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한인들의 집을 찾아가서 그들이 섬기는 귀신을 먼저 불사르고 집 안을 깨끗이 한 후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찬송을 가르치고 성경을 주고 모일 곳을 정해 놓고 사람들을 모았다.
얼마나 잤는지 깨어 보니까 벌써 아침이 되었는데 저쪽에서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소를 끌고 오는 것이 보였다.
‘아! 농촌이 가까이 있구나.’
했지만 더 걸어갈 힘이 없었다. 그는 말 탄 사람이 소를 끌고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얼마쯤 앉아 있으니 그 일행은 마침 최 목사 앞으로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지나가면서 소가 똥을 누면서 말을 따라갔다. 최 목사가 무심결에 소가 누는 그 똥을 보니 그 속에 희고 노란 것이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그것이 무엇인가 하고 보니 모두 콩알이었다. 그는 그 콩알을 모두 손으로 집어서 껍질을 톡톡 벗기면서 급하게 입에 넣고 막 씹어 먹었다. 그 콩은 약간 삶은 콩이지만 딴딴해서 소가 소화를 못 시킨 모양이었다. 그가 그것을 씹어 먹어 보니 과히 못 먹을 것은 아니었는고로 소 똥 속에 있는 콩을 모조리 다 주우며 그 소가 간 뒤를 따라갔다고 했다. 그 콩을 먹고 힘을 얻어서 그는
“예수님! 소똥에서도 먹을 만한 익은 콩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힘이 났으니 주님 복음을 전하는 데 편히 데려다주옵소서.”
그는 누구에게나 남자는 형님이요 여자는 누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내 어머니에게도 누님이라고 하고 언니보고도 누님이라고 하고 나보고도 누님이라고 했다. 나는 그 노인 목사님에게 누님이라고 불릴 때마다 폭소가 나와서 장판방에 데굴데굴 구르며 웃어댔다. 우리는 그가 전도 다니며 시장하고 주릴까 염려해서 언제나 너그러이 용처를 드렸다.
그는 또 내 간증을 듣고 나서는 그렇게도 나를 사랑했다. 거의 하루에 한 번씩은 찾아왔다. 먼데서부터 들려오는 ‘예수 천당’ 소리만 들리면 우리는 부엌에 가서 갖은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그는 내 집 앞에 오면 ‘예수 천당’을 안 했다. 나는 한번 물어 보았다.
“목사님! 왜 먼데서는 예수 천당을 소리치고 우리 집 가까이 오시면 조용하시는가요?”
“아, 누님은 형사들이 잡으러 다니니까 아끼고 숨겨 주어야지, 그렇게 푼수 없이 막 행동하면 되나? 나는 이번 기회에 나 혼자 순교할 것으로 각오를 했더니 이렇게 많은 성도들이 다 같은 마음으로 신앙을 지키는 것을 보니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도 기뻐요. 무서워 마시오. 내가 앞장을 서서 매는 몽땅 다 맞아 줄 테니 염려 말아요.”
“내가 지금까지 거칠고 험한 길만 걸어왔는데 그런 모든 고생과 고통에 대한 위로와 상급은 나는 내 상상 이상으로 흐르고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이렇게 귀한 부녀들에게 이렇듯이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예수님이 하시는 것이 아니고는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라고 하며 맑고 깨끗한 눈에 눈물이 그윽한 것을 보고 나는 참 만족했다. 나는 그가 너무 심각해진고로
“목사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면 저더러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제는 고치셔야 안 합니까? 저는 목사님이 누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복장이 터질 것 같아요.”
한즉 그는 눈을 둥글게 뜨면서
“왜? 왜 복장이 터진단 말이오?”
한다. 그는 왜 그 말이 그렇게 야단스럽게 들렸는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목사님! 우리 이제 다 순교해야 되지 않아요? 그렇죠?”
“그럼.”
“그런데 저는 아직 철이 안 들었는지 본래 설익어서 싱거워 그런지 별치 않은 일에도 자꾸 웃음이 나서 웃기를 잘해요. 지하 교회 기도 회원들은 모두 점잖고 거룩하고 침착한데 저만 자꾸 건들건들해 보이는 것 같애요. 얼마 동안은 웃지도 말아야 안 합니까? 죽으려고 준비중이니 좀더 깊어지고 거룩해져야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목사님은 손녀 같은 저를 누님이라고 부르고 또 내 어머니보고도 누님이라고 부르니 그러실 때마다 너무 우스워서 참으려고 해도 복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누님이라고 마시고 제게 이름이 있으니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야스가와(안씨) 같은 그런 멋쟁이가 그런 미친 노인들만 좋아서 따라다니니 그게 웬일이야?”
하고 질문한 일이 있다. 나는 곧
“나는 예수를 믿고 따르는데 그런 사람에게서 예수님의 자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더니 그 후 구가는 최 목사를 괄시하지 못했다.
그는 그의 원대로 이 판국에 순교했다.
용사여! 권능의 용사. 내 가슴에 깊이 엉겨지고 맺어진 그 신앙의 권능을 보여 준 이여! 그 어이 이 옥고가 괴로워도 찬란한 권능의 용사를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우리 모든 성도들의 궁극 목표인 그 목적지에 먼저 도달한 자는 먼저 경기를 마친 셈이다. 허덕이며 더듬으며 나는 그 어느 날에 이 경주 마당에서 내가 달릴 코스를 다 마치고 끝이 날까?
자유 해방
그렇게도 좋고 그렇게도 기쁘고 그렇게도 속이 시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무엇이 내 마음속의 그 무엇을 꽉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뚜렷하고 강했다.
‘나는 결국 순교를 못 했구나. 순교의 대열에서 떨어졌구나. 자격 부족일 것이다.’
하는 감이었다.
한편 연로하신 성도들이 옥고로 순교하신 것을 생각하면 섧고 터질 듯이 아팠다. 왜 나는 못 이루었을까? 나같이 들썩들썩하는 신앙을 가지고야 어떻게 그 별스러운 순교의 영예를 차지할 수가 있을까? 즉 무엇 하나 내세울 수 없는 내게 순교라는 높은 상급은 합당할 리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낙제생! 섧고 분했다.
그러나 눈앞에 떨어진 이 별다른 1등상인 자유는 나를 한없이 위로했다. 특등상 순교에는 미끄러졌을지라도 1등 상급인 이 자유로써 나는 감사를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극도로 흥분된 우리 수인들은 종일 아무도 밥을 먹지 않았다. 그날 밤은 자는 이도 없었다. 감방에서 이야기와 환성과 노래로 밤을 새웠다.
일본은 너무도 일찍이 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2,3년은 끌어갈 것으로 누구나 다 생각했는데 이같이 급하게 항복을 하고 물러났다는 것은 너무도 상상 밖이었다. 아직도 수인들은 믿지를 못해서 정말인가 하는 이가 많았다. 일본인들이 그 얼마나 전쟁에 승리를 하며 지구 절반을 다스린다고 호언 장담하던 말만 들어왔던 우리들에게는 그들이 패전했다는 것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마치 태양이 쬐는 맑은 날에 벼락이 떨어진 것과 같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여간수장과 일본 간수들은 자기끼리 모여 울기만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인 간수들도 모두 태도가 변했다. 내게 못되게 굴던 간수들은 내 눈앞에 보이지도 않았고 간혹 보이더라도 그 전의 기세와는 반대로 죄인꼴이 되어 나타났다.
17일은 왔다. 히가시 간수의 말에 의하면 내가 사형받을 날은 8월18일, 즉 내일 오전중이었다는데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웬일일까?
아하! 나와 성도들과 애국 동포들을 죽이려던 사형틀은 누구를 위해 준비되었던고. 구태여 사형을 면했다는 것으로는 별 승리감을 가지지 않았다. 차라리 나를 죽였더라면 나는 순교했었고 다시 이 육체를 거느리고 사는 고통에서 자유롭게 되어 그 장하고 영광스런 순교자의 반열에 참여했을 것인데 나는 그러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신을 알기 때문에 더욱더 그 은혜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내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와 같이 다시 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꿈 같은 상급이었다. 그렇게도 훌륭한 어머니! 그렇게도 고생을 많이 하신 어머니! 그에게 나는 이 몸이 다하는 날까지 효성으로 섬겨 받들어야 할 것을 가슴 저리게 느꼈다. 그렇게도 사랑스럽고 그렇게도 엄격하나 자애로운 여성인 그가 어머니인 것은, 내게 금광이 있는 것보다 왕의 딸이 된 것보다 더 굉장하고 높은 자랑이었다.
17일 밤 11시에 온 감방문은 열리고 몇 간수가 와서 나를 부축하고 여감옥문을 나섰다. 형무소 광장을 나서니 철문은 닫혔는데 밖에는 수천에 달하는 군중이 웅성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남감방에 갇혀 있던 성도들이 하나씩 나와서 줄을 섰다. 문에 섰던 한국인 간수가 큰 소리를 지르며
“이 천사 같은 목사님들과 선생님들은 6년 전에 일본인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으시고 믿음을 지키시고 갖은 고난과 고역을 겪으시고 이제 나오시는 것입니다.”
하니 온 무리는 만세를 부르며
“예수의 이름 권세여 엎디세 천사들 금면류관을 드리고 만유의 주 삼세”
하고 온 땅이 진동하게 불렀다. 옥문은 크게 활짝 열리고 우리는 문 밖으로 나왔다. 누가 주선해서 예비했는지 인력거가 수십 대 준비되어 있었다. 성도들을 모두 인력거에 태우고 수천의 무리는 찬송을 부르며 행진했다. 어둔 평양성엔 찬송 소리가 우렁차게 불려져서 진동을 하고, 장사진을 친 예수교인들은 줄을 서서 따라온다. 모두 숨어 있었던 기독교인들은 산에서 굴에서 또 비밀리 숨어 신앙을 지키던 가난한 집에서, 순교도들의 가족들과 친척들은 대성 통곡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환성을 지르며 수없이 모여들었다. 여기 크고 놀라운 환희와 비극이 섞여서 광란곡이 되어 평양성은 흔들리고 요란했다.
나는 먼저 어머니를 찾아 부둥켜안았다. 너무도 좋아서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메고 목이 메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앞서 인도하고 뒤로 옹호해 오는 형제 자매들과 같이 집으로 왔다. 또 다른 모든 성도들도 우선 우리 집으로 다 오게 되었다.
우리 집은 조그마한 셋방이었는데, 집주인이 큰집을 그대로 열어서 모든 출옥 성도들을 다 받아들였다. 수없이 많은 맛있는 음식이 준비되어서 큰상에 잔뜩 쌓여 차려졌다. 그러나 출옥 성도들이나 가족들이나 거기 온 사람 중에 음식을 먹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너무도 흥분이 되어서 아무도 음식을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간청으로 흰밥을 한술 떠서 입에 넣으니 모래같이 깔깔하고 무미했다.
모두 앉고 서고 해서 마당과 방에 가득 찬 형제 자매들이 소리를 높여서 출옥 성도들과 같이 감사의 예배를 드렸다. 찬송이 변해 울음이 되고 또 출옥하신 이기선 목사님이 기도를 드리는데 모두 울음바다로 변했다. 알고 보니 감옥에 넘어갈 때엔 28명이었는데 출옥자는 그 절반인 14명이니 그 나머지는 모두 감옥에서 순교를 하였던 것이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 265 |
조선예수교 장로회 총회 임원들 신사참배
| 선지자 | 2016.01.10 |
| 264 |
한경직 목사 템플턴상 수상-나는 신사참배를 한 죄인입니다
| 선지자 | 2016.01.10 |
| 263 | 한경직, 박윤선 나는 신사참배 죄인입니다 | 선지자 | 2016.01.10 |
| 262 |
신사참배와 서정환 전도사
| 선지자 | 2016.01.09 |
| 261 | 43. 미국행 | 선지자 | 2016.01.09 |
| 260 | 42. 어촌과 왕지네 | 선지자 | 2016.01.09 |
| 259 | 41. 소련군과 주영하 | 선지자 | 2016.01.09 |
| 258 | 40. 대자연의 탄식 | 선지자 | 2016.01.09 |
| 257 | 39. 유황불 | 선지자 | 2016.01.09 |
| 256 | 38. 일본인들 | 선지자 | 2016.01.09 |
| » | 37. 최봉석 목사 | 선지자 | 2016.01.09 |
| 254 | 36. 주기철 목사와 손가락 회화 | 선지자 | 2016.01.09 |
| 253 | 35. 높은 자보다 더 높으신 이 | 선지자 | 2016.01.09 |
| 252 | 34. 회개하는 간수 | 선지자 | 2016.01.09 |
| 251 | 33. 밤길 같은 앞길 | 선지자 | 2016.01.09 |
| 250 | 32. 큰 바위와 물결 | 선지자 | 2016.01.09 |
| 249 | 31. 학살자의 급사 | 선지자 | 2016.01.09 |
| 248 | 30. 진짜 죄수 | 선지자 | 2016.01.09 |
| 247 | 29. 부친의 회개 | 선지자 | 2016.01.09 |
| 246 | 28. 파송객 | 선지자 | 2016.01.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