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일본인들
이튿날 아침에 나는 또 청년들에게 부축을 받아서 일본인 거리로 나갔다. 나는 참 놀랐다. 일본인들이 모두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손에 비와 걸레를 들고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것이었다. 들은즉 그 중에는 과거에 유명한 고관들과 큰 부자였던 몇몇도 보인다는 것이다.
경관들도 섞여 있는데, 더욱이 형사들은 출옥 수인과 사람들에게 끌려가서 죽도록 맞아서 거의 죽을 뻔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했다. 우리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그들이었지만 그렇게도 권력으로 이 땅에 군림하던 그들이었던 만큼 지금 그들을 보는 내 가슴은 웬일인지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그 얼마나 이 땅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그들인가? 거룩한 공회를 발로 밟고 믿는 자들을 한치도 용납함이 없이 그들의 노예가 되게 하고 그들이 섬기는 신의 부하가 되지 않는 한 배급도 아무것도 안 주고, 성을 바꾸고 그들이 사는 양식을 따르지 않으면 공사에 출입할 수도 없게 할 뿐 아니라 죄 없고 죄 짓지 못하는 성도들을 그 얼마나 무시무시한 고문과 학대와 천대와 핍박과 압제로 이 강산을 흐렸으며. 피로 젖게 하여 왔던가?
나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그들은 이제 내 눈앞에서 저 모양들이 되었구나. 들은즉 그들은 그렇게도 높이고 그렇게도 위하고 그렇게도 자랑하던 그들의 신을 항복되자마자 신사에 올라가 자기들의 손으로 모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병들어 죽어 가며 헐떡거리는 개로 밖에는 더 비유를 하지 못하겠다. 그렇게도 천하고 불쌍하고 가련한, 이 졸지에 엎드러진 원수에게 나는 울음과 탄식을 느끼며 가슴이 저리도록 설움이 복받쳐 오는 정을 금할 길 없었다.
울고 울며 보고 서서 나는 아!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도 졸지에 이렇게도 비참하게 저렇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을까? 나는 또 수많은 일본인들이 각 읍과 촌과 곳곳에서 줄을 서서 이 평양성을 향해 나아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줄을 서서 오는 그들은 모두 단소한 여름 옷 한 벌 입은 것뿐이고, 저마다 팔에 빈깡통을 매어 달고 허리띠 하나 매지 못하고 노끈으로 허리를 동이고 있었다. 여자들은 머리를 간단히 잡아매었다. 보고 섰는 한인들에게 절을 자꾸 하며 모여든다. 그들에게는 보따리 하나 쌀 용기가 없었다. 보따리에나 허리띠 속에 무엇을 넣어 간다는 의심도 받을까 겁나서 그야말로 단벌 거지가 되어 빈깡통을 팔에 매어단 초라한 모양과 배고프고 시달려 피곤이 극도에 달한 표정들이었다. 불안과 두려움은 그들의 얼굴의 상징같이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었다. 아! 하고 나는 다시 눈물겨운 탄식의 소리를 크게 질렀다.
“우상을 섬기는 자는 우상과 함께 망하느니라.”
나는 이 말씀을 다시 기억하고 또 이 말씀을 일본 제국 의회와 일본인 대장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전하여 내 사명을 다한 일을 주님 앞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원수가 주리면 먹이고 갈하면 마시우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또 기억났다. 나는 옆에 부축한 청년들에게 있는 돈을 다 나누어주라고 하고 나도 내게 있는 많은 끄집어내어서 모두 한 장씩 주었다.
이 서서 보는 각 모양의 사람들은 요 며칠 전까지 이 거지 떼 일본인들 앞에서, 용감한 자도 엎드렸고 대담한 청년들도 그들의 종이 된 것을 자랑해 왔었다. 남녀 노소가 그들 앞에서, 그 신 앞에서 맥을 못추고 벌벌 기면서 절대 복종하여 왔었다. 과거 독립 만세를 부르고 나무에 달려 죽음을 당하고 팔을 꺾이고 살을 찢긴 애국자들의 가족들도 우리 중에 섞여서 이 모양을 보고 통곡을 한다.
역사는 반복하고 주의 말씀은 이제 더 굳건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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