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0 14:38
17 ● 엄마! 고아원에 안 갈래요
1944년 7월, 나와 동생은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 날까지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리부터 큰 슬픔에 잠기게 하고 싶지 않은 어머니의 애틋한 애정과 배려 때문이기도 했다.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아서야 큰오빠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큰오빠는 뼈만 남은 초췌한 얼굴에 눈물이 흥건한 채로 나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구나, 동희야. 당분간 동장이랑 둘이 고아원에 가야 하겠구나.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고아원이라니? 내가 거길 왜 가? 난 고아가 아니잖아.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고아원에 가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부모 형제가 멀쩡히 살아 계시는데, 내가 왜, 어째서 고아원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사정이 그렇게 됐구나. 우리 착한 동희는 엄마랑 오빠 맘 잘 알지, 그렇지? 나중에 하나님이 다 갚아 주실 거야.
나는 그제 서야 뭔가 어렴풋이 가슴에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한없이 침울했던 분위기, 금식기도, 피신하기로 결심하던 날의 무겁던 침묵, 오빠들의 울음, 어머니의 한숨...... 그러나 고아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만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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