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과 지속 혹은 폭로와 은폐의 합주곡

'계몽'의 시대를 주도한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인 리쩌호우(李澤厚)는 중국의 근현대사를 '계몽과 구망(救亡)의 이중변주'라는 구도로 설명한 바 있고, 이에 대해 '계몽과 구망의 합주'라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비유를 빌어 1980년대의 문화 지형도를 거시적으로 조망해 볼 때, 우리는 거기서 단절과 지속이라는 시간의 두 가지 운동방식이, 혹은 폭로와 은폐라는 인식의 두 가지 방향이 연출해내는 합주곡을 들어볼 수 있다.
선지자선교회
'5세대' 감독 중 한 사람인 천카이거(陳凱歌)가 만든 영화 『현 위의 인생(邊走邊唱)』 (1991)의 한 장면처럼, 이 노래는 현실 역사가 첨예하게 드러내는 단층과 대립을 문화관념 속에서 선험적으로 화해시키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실역사의 '길을 걸으면서 (이) 노래를 부른' 악사는 다름 아닌 '계몽' 시대를 주도해 낸 '문화 영웅', 즉 지식인 자신들이었다. 현실 역사의 층위에서 이것은 분명 역설이었지만, 문화의 층위에서 이 역설은 충분히 소화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합주가 양가성(兩價性)에 기반한 진정한 합주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 그들은 톈안먼 광장을 물들인 '피의 일요일'에서 자신들이 청산했다고 믿고 있었던 '등이 굽은 난장이'의 존재를 다시금 아프게 확인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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