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해 보이는 도로교통과 더불어 중국의 거리가 주는 강한 인상 중의 하나는 차도만큼이나 널찍하게 뻗어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그야말로 자전거가 홍수를 이루고 있어서 웬만한 초보는 거리를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핸들과 핸들 사이에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의 틈만 남긴 채 앞뒤,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찬 자전거 숲 속에서 정숙 주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자칫 삐끗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자전거에 영향을 미쳐서 자전거의 흐름에 일대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자전거는 생활의 일부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페달을 굴릴 줄만 알면 누구나 자전거를 가장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며, 등교, 출퇴근, 쇼핑 등을 위한 수단으로 자전거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자전거가 중국인 생활의 일부가 된 데에는 자전거 타기의 권장,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전거 가격, 자전거 전용도로의 확보 등이 일조를 했겠지만, 중국의 많은 도시가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자전거와 관련된 이색적인 풍경 중의 하나는 자전거 주차장(存車場)이다. 큰 건물이나 시장, 지하철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자전거 주차장이 있으며, 관리인이 10전(一毛)이나 20전(兩毛)의 주차비를 받는다. 또 하나는 줄줄이 늘어선 자전거 수리점이다. 게 중에는 정식 점포도 있지만, 자전거 수리(修車)라고 페인트로 쓴 목재 입간판을 길가에 기대어 놓고 손님을 맞는 노점들도 많다. 그래서 자전거에 바람을 넣는다든지(打氣), 자전거 펑크를 때우는 일(補胎)을 쉽게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자전거 페달을 급하게 밟지 않는다. 마치 한쪽 페달이 내려가는 힘으로 다른 한쪽 페달이 올라오는 것처럼, 힘들이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 어쩌다가 야트막한 언덕이라도 만나면 지레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끌고 가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자신이 산 세월만큼이나 오래도록 자전거를 타왔기 때문에, 힘주어 땀흘리며 자전거를 밟는 (것과 천천히 가는 것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요즘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태 때문인지 그네들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자전거 운전도 변하고 있다. 이전의 평범한 자전거가 변속기가 달린 컬러풀한 자전거로 바뀌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길가에 늘어선 자전거 수리 노점들이 카센터로 바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