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인 문화) 124. 춘절

2014.08.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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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

[ 春節 ]

춘절은 음력 1월 1일로서, 우리의 설날에 해당하는 중국 최대의 명절이다. 춘절을 보내는 것을 과년(過年)이라고 하는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농업사회인 중국에서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를 택하여 천지신명과 조상들에게 지난해의 풍요로운 가을걷이에 대해 감사하고, 올해의 풍성한 수확을 기 원하기 위하여 발생한 명절이 바로 춘절이다.
선지자선교회
서양에서 매년 12월이 되면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술렁이듯이, 중국에서도 1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춘절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다. 우선 음력 12월 8일에는 납팔죽(臘八粥)을 먹는다. 납팔죽은 오곡이 풍성하여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라오서(老舍) 『뤄튀샹즈(駱駝祥子)』의 "새해가 가까웠군. 어느덧 납팔일이니.(年節越來越近了, ᅳ晃兒已是臘八.)"에서 보듯이, 춘절의 분위기는 납팔죽을 먹으면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이어서 음력 12월 23일에는 조왕신(竈神)에게 제사를 지낸다. 엿이나 단 음식을 제사 음식으로 올리는 것은 조왕신이 달게 먹고 옥황상제에게 좋은 말을 해서 집안에 복을 내려주기를 기원하기 때문이다. 춘절의 전날 밤인 음력 12월 30일, 즉 제석(除夕)에는 온 가족이 모두 모여서 연야반(年夜飯)을 먹는다.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 있다면, 그의 밥그릇과 젓가락을 함께 준비하여 모든 가족의 단란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연야반을 먹은 다음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환담을 나누거나 TV 및 오락을 즐기면서 밤을 지새는데, 이것을 수세(守歲)라고 한다.

바야흐로 새해로 넘어가는 순간인 자정이 되면, 천지를 뒤흔드는 폭죽(鞭炮) 소리가 춘절을 알린다. 요란한 폭죽 소리는 사악한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명절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폭죽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화재를 유발하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등 폐해가 커짐에 따라, 베이징 등의 대도시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드디어 춘절 아침, 일찌감치 조상에게 차례(祭祖)를 지낸 사람들이 친지나 가까운 사람을 찾아다니며 세배(拜年)를 한다. 물론 축하와 덕담이 오가고 세뱃돈(壓歲錢)을 주는 것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한편 춘절 기간에는 집집마다 연화(年畫)를 사서 실내에 붙인다. 봄을 맞이하는 기쁨을 표현하고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연화는 사악한 귀신을 쫓는 신의 모습, 복이나 행운을 기원하는 내용, 신화·고사나 풍속을 그린 것 등 소재가 매우 다양하며, 최근에는 영화배우나 풍경화 등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춘련(存聯)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붉은 종이에 검은색이나 황금색으로 길상이나 축복의 말을 적어서 대문에 붙이는 것을 가리킨다. 이런 춘련으로는 붉은 종이에 복(福)이나 춘(春)을 써서 실내에 거꾸로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인의 가정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이렇듯 다양한 풍속과 행사로 진행되는 춘절은 현대 중국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전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납팔죽이 캔으로 만들어져서 판매되고, 손으로 빚던 교자(胶子)가 냉동 교자로 대체되며, 세배는 전화, 호출기 및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하면, 연하장(賀年片)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백 종을 찾을 수 있는 등 춘절의 풍속도가 변해가고 있다. 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변하는 명절 분위기는 당연한 풍경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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