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의 대중화와 민족화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하는 1949년까지의 문학계의 양상은 이전 시기에 제기된 문예 대중화의 방향이 한층 발전·심화되는 연속성을 보여주는 한편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노선을 벗어나 독자적인 '민족화'의 길을 걷는 단절성을 이중적으로 보여준다. '문장을 향촌으로, 문장을 군대로'라는 슬로건이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민족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인 상황에서 전 국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농민대중과의 연대는 민족의 존망을 좌우하는 동시에 혁명의 성공을 보장하는 관건이기 때문이었다.
선지자선교회
이런 맥락에서 좌우익이 다시 손을 잡고 중화전국문예계항적협회(中華全國文藝界抗敵協會)를 창설(1938)하기에 이르렀고, 대부분의 문예활동은 이 단체의 지원 하에서 전장활동단, 전장방문단, 항일선전대 등에 의한 공연, 낭송, 대자보, 보고문학 등 쉽고 신속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여유가 허락되지 않았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고 보면 이러한 사정은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국민당 통치지구나 공산당 통치지구, 일본 점령지구 등을 막론하고 대동소이하게 나타났다.

문예이론의 측면에서 이러한 상황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은 '민족형식'에 관한 논의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옌안문예좌담회연설(延安文藝講話, 1942)이다. 국민당 통치지구와 공산당 통치지구에서 공히 촉발되어 1년여 동안 지속된 민족형식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마오쩌둥의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맑스주의는 중국의 구체적인 특징들과 결합하고 특정한 민족형식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서양식의 틀에 박힌 글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고, 공허하고 추상적인 어조도 감소되어야 하며, 교조주의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리하여 신선하고 발랄하며 중국 인민들이 좋아하는 중국적 풍격과 분위기가 이를 대신해야 한다." 이런 대의에서 논의의 방향은 자연히 인민대중들이 향유하고 있는 구형식과 민간형식의 운용 문제로 흘러갔고, 대체적인 결론은 민족의 문제가 형식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존재전이 문제에까지 이어져 있다는, 다시 말해 작가가 인민대중 속에 직접 뛰어 들어가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예작품을 써낼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정리되었다.

한편 옌안문예좌담회연설에서 마오쩌둥은 문예의 대중화, 민족화의 문제를 더욱 구체화시키면서 지식인들로 하여금 인민대중의 입이 될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같은 극단적인 요구 역시 바깥으로는 일본과 대적하고 있고 안으로는 국민당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 연설의 주요 내용이 문예의 복무대상 문제, 문예와 혁명의 문제, 문예와 생활의 문제, 보급과 향상의 문제, 작가 세계관의 개조문제, 찬양과 폭로의 문제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요구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의 긴박성을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창작자유가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 창작의 자유를 요구하는 자에 대해 제한과 비판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자명하다.

이로부터 '5·4 신문화운동' 이래 줄곧 계몽자로서의 지위를 점하고 있었던 지식인들의 입지는 이제 거꾸로 인민대중의 구체적인 삶에 의해 검증을 받아야 하는 피교육자의 위치로 전락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연설에서 마오쩌둥이 제시한 일련의 지침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까지 줄곧 침범할 수 없는 권위로 작용하면서 중국 근현대문학의 특수한 생리와 독특한 힘과 어두운 그림자를 동시에 배태하게 된다.1)

각주

  1. 1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의 문학적 상황에 대해서는 제5장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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