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의 특징

『논어·옹야(論語·雍也)』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니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며 어진 사람은 정적이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기쁘게 살며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중국의 어떤 유명한 학자는 문화유형을 대륙문화(혹은 농업문화)와 해양문화(혹은 상업문화)로 나누고, 농업문화에 속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중국을 들었다. 위의 『논어』에 나오는 구절도 이와 연관지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물을 해양으로 산을 대륙으로 본다면 '지자'는 해양문화의 대표이고 '인자'는 농업문화의 대표라 할 수 있다. 또한 해양문화가 '동적'이라면 대륙문화는 '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지자선교회
중국은 예로부터 농업을 위주로 한 농업국이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중국은 공업이나 상업보다도 농업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토지가 필요하고 알맞은 기후, 때에 맞는 비와 같은 자연적인 혜택이 필요하다. 이런 연유로 농업문화는 밖으로부터 무엇을 얻거나 약탈하기보다는 생활 터전 안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자급자족이란 삶의 방식을 택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에 대항하기보다는 조상 대대로 한 곳에 살면서 자연의 혜택을 받기를 바라 왔다.

위에서 말한 농업을 중심으로 한 대륙문화의 특징을 '천지인'이란 기준과 당시 사회현상에 따른 몇 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하늘이나 땅을 도전의 대상이나 정복해야 할 그 무엇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람과 더불어 함께 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 왔다. 우리가 중국철학을 접할 때 자주 듣는 '천인합일(天人合一)', '물아일체(物我一體)'도 바로 이런 관념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만물일체 사상은 한편으로는 '중용'이라는 종합적인 사유방식을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철학에서 인식론이나 논리학이 크게 발전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어떤 사물을 인식하려면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의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철학에서는 '나와 너', '자연과 인간'을 구분 지으려고 하기보다는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관념이 우세했으므로 분석적인 사고방식은 종합적인 사고방식에 비해 덜 발달하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국은 농업을 위주로 살아 왔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여러 세대가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생활하는 대가족제도를 형성해 왔다. '사세동당(四世同堂)'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대가족이 한 지붕 밑에서 평화롭게 잘 살아가려면 나와 가족 간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리하여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가족제도가 성립되었고, '인륜'을 최대의 덕목 중 하나로 생각하며 살아 왔다. 주나라 이래로 유지되어 온 '종법제도'는 이런 가족관계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제도이다.

농업은 상업과 달리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자급자족으로 자족할 줄 아는 삶의 방식을 취한다. 그러므로 작은 것을 따지기보다는 육감이나 직관에 의한 계산 방식을 취한다. 또한 절기의 변화에 따라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거두어들여 저장하는 삶의 패턴을 영위해 왔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도 직선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겨울이 온다', '달도 차면 기운다', '사물도 끝에 이르면 되돌아온다'라는 말처럼 시간이 반복·순환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중국의 유명한 학자가 쓴 「차부두오선생전(差不多先生传)」의 내용을 보기로 하자. 이 글의 줄거리는 중국을 대표하는 사람은 '차부두오선생'인데 그 이유는 치밀하게 계산하거나 따지지 않고 대충 대충하는 중국인의 특징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루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흰 설탕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아이는 노란 설탕을 사왔다. 어머니가 나무라자 아이는 '흰 설탕이나 노란 설탕이나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을 했다. 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북성의 서쪽에는 무슨 성이 있냐?'고 질문을 하자 학생이 '섬서성(중국어 발음 산시성)'이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틀렸다고 하면서 '산서성(중국어 발음 산시성)'이라고 고쳐주자, 학생은 '산시성과 산시성은 비슷한 것 아니냐?(陝西同山西, 不是差不多嗎?)'고 반문했다. 하나만 더 예를 들면 가게 점원이 돈계산을 할 때 늘 '千'을 '十'으로, '十'을 '千'으로 적자 주인이 나무랐다. 그러자 점원이 말하길 "'千'과 '十'은 획 하나 차이인데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상에서 중국철학의 특징은 농사꾼의 철학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농사꾼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유방식이 분석적이기보다는 종합적이다. 그러므로 인식론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둘째, 외향적이기보다는 내향적이고 보수적이다. 셋째, 국가나 사회, 정치 등의 문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가족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둔다. 즉 가족중심적 혹은 혈연중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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