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문학

중국의 시가문학은 4·5·7언시 외에 사부(辭賦), 악부(樂府), 사(詞) 등의 양식을 모두 포괄한다. 중국의 시가문학은 민간에서 떠돌던 노래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을 최초로 정리한 것이 바로『시경(詩經)』이다. 여기에 실린 시가들은 대략 305편으로, 서주(西周) 초기(기원전 11세기)에서 춘추(春秋) 중엽(기원전 6세기)까지 약 500년 동안 불리던 민가와 종묘제례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들은 몇 편의 사시(史詩)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서정시이다. 이것은 후대 중국시의 서정적 전통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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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시들은 인간의 삶을 벗어나는 환상과 허구 세계를 표현한 극소수의 몇 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상생활과 경험을 위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후대 중국 시가가 현실성을 가지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들 시들은 기본적으로 4언을 위주로 하고 간혹 2언에서 9언까지가 섞여 있으며, 부(賦)·비(比)·흥(興)의 표현 수법이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시경의 시보다 약간 늦게 장강(長江) 이남의 초(楚) 지방에서는 중원지방의 노래와 다른 노래가 유행하였는데, 이것을 일반적으로 초사(楚辭)라고 부른다.

초사는 남방의 온난한 기온과 풍부한 물자를 기반으로 하여 나온 노래이므로, 북방에 비하여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생활이 편리한 남방은 집단의 힘을 발휘하여 자연을 극복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초사에 반영된 내용 역시 종법과 정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초사라는 명칭은 『사기(史記)·장탕전(張湯傳)』에 처음 나온 것으로, 그 본래 의미는 초나라 지방의 노래 가사이다. 이후에는 전국시대 굴원(屈原)이 창작한 새로운 시체(詩體)를 가리키는 전문 명칭이 되었다. 서한 말에 유향(劉向)이 굴원과 송옥(宋玉)의 작품 및 한나라 사람들의 모방작을 모아 『초사』라는 책으로 묶었다. 굴원의「이소(離騷)」가 초사의 대표작이므로, 초사를 '소(騷)' 또는 '소체(騷體)'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사는 본래 초나라의 노래에서 나온 것이지만, 점점 노래로부터 독립하여 시가의 형식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노래하지 않고 음창(不歌而誦)'하는 부(賦)로 변화되어 한(漢)나라 때 유행하게 되었다. 한편, 『시경』의 시들이 한나라에 와서 음악에 맞추어 부르던 '가시(歌詩)'형태로 변화되었는데, 이것을 위진 이후에 '악부(樂府)'라고 불렀다. '악부'란 본래 음악을 관장하던 관방의 기구였는데, 후에 시가의 형식을 지칭하는 전문 명칭이 되었다.

위진(魏晉)시대 문인들이 악부의 구제(舊題)를 이용하여 시를 지었는데, 이것을 '악부'라고 하였다. 당나라에 이르러서는 악부구제를 사용하지 않고 악부시를 모방하여 시를 지었는데 이를 '신악부(新樂府)'라고 하였다. 악부시는 하층민들의 일상 생활과 어려움과 고통, 인생의 무상함, 생기발랄한 상상력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악부시는 중국 서사시의 기초를 마련하였을 뿐 아니라, 오언시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한나라 때의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북조(北朝)의 「목란시(木蘭詩)」, 당나라 때의 위장(偉莊)이 지은 「진부음(秦婦吟)」을 악부의 3대 명작으로 뽑고 있다.

『시경』의 4언시는 동한(東漢)부터 5언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는데, 반고(班固)의 영사시(詠史詩)를 현존하는 최초의 5언시라고 할 수 있다. 4언에서 5언으로 변화된 것은 단순히 글자가 하나 더 추가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가의 구조가 4언보다 치밀하여, 풍부하고 자세한 내용과 작가의 감정 변화와 기복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4언에서 5언으로의 변화는 심미의식과 인성의 발전을 의미한다. 7언시의 경우, 서한 후기와 동한 전기에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인 형식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5언과 7언은 당나라에 들어 완전한 형식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5·7언으로 글자수를 맞추고, 운율과 평측, 그리고 대우를 강구하는 시가체가 완성되었는데, 이것을 '근체시(近體詩)'라고 부른다. 근체시는 자구와 형식이 자유로운 '고체시(古體詩)'와 상대되는 의미를 가진다. 근체시는 절구와 율시로 나누어지는데, 절구는 4구로, 율시는 8구로 이루어져 있다. 당나라에 와서 근체시가 완성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시를 창작하고 감상하는 계층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귀족(사족(士族)이라고 함)이 시의 창작을 전적으로 담당하였다. 그러나 당나라에 들어와서는 제왕, 고급관료 외에도 하급관료와 일반 사인 및 승려, 도사, 기녀 등도 시를 창작하고 향수하게 되었다. 당나라는 중국의 남북 문화를 통합시켰고, 외국문화와의 교류를 통하여 다채롭고 생기가 넘치는 문화를 탄생시켰으며, 이러한 문화적 추세에 따라 지배계층으로 새로 등장한 문인지식인들에게 시가가 주요하고도 보편적인 글쓰기의 하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전당시(全唐詩)』와 『전당시보편(全唐詩補編)』에 약 3,600명 시인의 55,000여 수가 실린 것을 보면, 이 당시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보편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둘째, 이때의 시가는 사회의 여러 가지 상황과 현상, 그리고 변화에 대한 체험과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때의 시가에는 시인들의 인생관과 이상, 다채로운 감성이 표현되어 있다. 또한 예술 풍격과 유파가 매우 다양해져, 맹호연(孟浩然)과 왕유(王維)와 같은 자연주의 시인, 두보(杜甫)와 백거이(白居易)와 같은 사실주의 시인, 이백(李白)과 같은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이 배출되었다.

시가는 당나라 이후에도 그 정형성을 유지하면서 근대시 이전까지 고유성을 유지하였다. 근체시는 새로운 노래 형식인 사(詞)로 변화되었다. 사는 송대에 발달한 시가이지만, 이미 당말(唐末) 오대(五代)부터 그 모습을 보인다. 사를 '장단구(長短句)' 혹은 '시여(詩餘)' 등으로 달리 부르는 것을 보면, 사는 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가 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형식에 있다. 시가 노래의 가사로서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는 이미 존재하는 악보에 붙여진 각각의 가사를 의미한다. 그 악보를 '사패(詞牌)'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보살만(菩薩蠻)이라는 사패가 있으면, 여기에 여러 사람이 가사를 붙일 수 있다. 시가 대체로 5·7언으로 글자수가 한정되어 있는 반면에, 사는 가사의 길이에 따라 소령(小令)과 대령(大令)으로 나누어질 뿐 글자 수는 한정하지 않는다.

송대에 사가 발전하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를 들 수 있지만, 경제적 구조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즉 송대에 상업 경제가 발달하고 도시 문화가 이전 시대보다 흥성함에 따라 문학도 서민 대중들의 예술적 욕구를 수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중들의 연회나 가무 등에는 형식이 정형화된 시보다는 형식이 자유롭고 음악성이 뛰어난 사가 더욱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송사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구양수(歐陽修), 유영(柳永), 소동파(蘇東坡), 이청조(李淸照)를 들 수 있다. 시가는 송대 이후에는 기본적인 형식의 변화 없이 근대 이전까지 지속되었고, 근대문학 이후에는 백화시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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