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문학

이제 서사(敍事)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로 하자. 서사는 '이야기 문학'을 총칭한다. 서사는, 이야기를 만든 사람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흐름에 따라 자율적으로 줄거리가 전개되는 장르를 말한다. 중국의 서사문학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국 역시 신화의 시대부터 서사 장르가 시작되었다. 중국의 신화는 이야기 구조가 완정하지는 못하지만, 단편적인 이야기 조각 속에도 원시인들의 노동의 즐거움과 괴로움, 우주의 창조, 자연에 대한 도전과 경외, 인간의 희망을 충분하게 반영하였다. 『열자(列子)』·『초사(楚辭)』 등의 책에 신의 이야기가 산재되어 수록되어 있고, 『산해경(山海經)』에 많은 신화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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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신화는 우언(寓言)형식으로 변화하였다. 우언은 신화의 세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는데, 춘추전국 시대에 인간의 이성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신의 이야기를 대신하여 인간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우언은 이야기성과 교훈성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우언은 '사(士)' 계층이 사회적 지배계층으로 부상하면서, 그들의 철학적 관점과 정치적 견해를 이야기를 통하여 전달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우언은 이야기 구조와 줄거리의 발전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지만, 중국의 이야기 문학이 교훈적 특징을 가지게 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서사문학은 한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신선의 이야기 형식으로 유행하였다. 한말에는 황노사상(黃老思想)과 무풍(巫風)이 크게 일어났고, 인도로부터 소승불교(小乘佛敎)가 전래되어 귀신지괴(鬼神志怪)와 관련된 이야기가 풍미하였다. 이것은 위진남북조 시대로 이르러 지괴소설로 등장하게 된다. 지괴소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간보(干寶)의 『수신기(搜神記)』에 실려 있다. 당시에는 지괴 뿐 아니라 지인소설(志人小說)도 등장하였는데, 지인은 지괴를 상대적으로 말한 것이다. 오늘날까지 애독되는 지인소설은 『서경잡기(西京雜記)』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남아 있다. 이것들은 후대 필기소설(筆記小說)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당대에 오면, 기이한 것을 기록하던 지괴소설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형상을 의식적으로 묘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을 '전기소설(傳奇小說)'이라고 부른다. 전기소설은 중국 고대 단편 소설의 시작을 열었는데, 중당(中唐) 시기에 최고로 발전하였다. 전기소설의 인물 형상은 다양하다. 기이한 신선의 이야기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문인들의 생활을 묘사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인과 기녀의 사랑과 갈등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당대 문인들의 낭만적 생활과, 당대 시정(市井)의 다양한 삶을 반영하고 있다.

당대에는 전기소설과 성질이 비슷한 새로운 문체가 나타났는데, 이것을 '변문(變文)'이라고 한다. 변문은 본래 불경의 이야기를 서술하거나 노래로 불러 표현하던 것인데, 이것을 '강창(講唱)'이라고 한다. 불경 이야기를 강창을 통하여 널리 대중들에게 선전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통속 문학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송대의 화본소설(話本小說)과 후대 백화소설(白話小說) 및 민간의 강창문학의 기원과 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서사문학은 송원(宋元)의 화본 소설과 문언(文言)소설을 거쳐 명대에는 『수호전(水滸傳)』·『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서유기(西遊記)』와 『금병매(金甁梅)』 등의 통속 장편소설 형태로 변화되었다. 이렇게 장편의 통속 소설로 발전하고 유행하게 된 원인은 두 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 명대에 들어 도시 사회와 상업 자본이 발달함에 따라 시민 계층의 문예에 관한 요구가 크게 증대되었고, 둘째, 문인들 역시 문학을 전아한 규범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문학 속에서 세속적인 즐거움과 희망을 찾으려는, 즉 문학에 대한 관념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편소설이 유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중국문학사에 있어 획기적인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편소설은 '장회소설(章回小說)' 형식으로, 각 장(章)과 회(回)마다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 이야기들은 전체 소설의 줄거리에 연계되어 있다. 이것은 민간설화 중의 '강사(講史)'에서 비롯된 것으로, 후대 장편 소설이 모두 이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명대 후기에는, 도시의 상업 자본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시정의 장사치들의 생활을 반영한 문언(文言) 단편 소설이 등장하였다. 이 소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이른바 '삼언양박(三言兩拍)'이다. '삼언'은 풍몽룡(馮夢龍)이 편집한 『유세명언(喩世明言)』·『경세통언(警世通言)』·『성세항언(醒世恒言)』을 말하며, '양박'은 능몽초(凌濛初)가 편집한 『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警奇)』·『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警奇)』를 말한다. '삼언양박'의 원서는 실전되었고, 다행히 명말의 포옹노인(抱翁老人)이 '삼언양박'에서 40편의 가작을 뽑아 『금고기관(今古奇觀)』을 편집하여 그나마 그 소설을 일부분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만명(晩明) 이후 통속문학의 유행은 청(淸)나라까지 지속되었다. 청초에는 재자가인소설(才子佳人小說)과 『요재지이(聊齋志異)』와 같은 단편소설이 유행하였지만, 두드러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청 중기에 오경재(吳敬梓)의 『유림외사(儒林外史)』와 조설근(曹雪芹)의 『홍루몽(紅樓夢)』과 같은 대작이 출현하였다. 이 두 소설은 청대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두 작가는 모두 몰락한 세가(世家)의 자손으로, 높은 문화적 소양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지위가 보잘 것 없었다. 이들은 특수한 인생 역정을 통하여 인정세태에 대하여 날카롭고 준엄한 시각을 견지하게 되었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및 통치 계층의 타락과 허위를 체험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이 창작한 소설 속에 봉건통치 문화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표현하였고, 인생의 새로운 방향과 정신적 진로를 모색하려고 하였다.

청대 후기에는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삼협오의(三俠五義)』 등의 협의소설(俠義小說)과 『관장현형기(官場現形記)』와 같은 견책소설(譴責小說)이 유행하였다. 청대 후기에는 문학적 성과는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유통되는 소설의 수량은 이전보다 월등히 많아졌다. 이것은 소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을 의미하며, 소설이 신문학 시기에 실세적 장르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중국의 서사문학은 명청 시대의 통속 소설에 이르러 대중성을 확보하고 실세적인 장르로 발전하는 등 빛나는 문학적 성취를 이룩하였지만, 이들 장편 역시 오랜 중국 서사 문학의 이야기 편린들이 모여 이룩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신화, 전설, 우언, 역사 이야기, 귀신지괴, 전기 등의 이야기 요소가 서로 뭉치고 재창작되었으며, 각 시대와 역사마다의 독특한 삶의 방식과 관념이 반영되어 대서사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중국의 서사문학은 결코 소설 장르 하나로 귀결되거나 한 시대에 국한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장르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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