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형론의 관점에서 바라본 중국문화

지금까지 논의의 맥락대로, 문명(文明)이나 문화(文化)를 우주적 질서(文)의 발생과정(明) 혹은 우주적 질서(文)의 내면화과정(化)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추세가 인류 문화사(문명사)의 보편적 흐름이라면,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선지자선교회
인류의 문화사의 보편적 흐름 속에서 시대적·지역적으로 상이한 문화의 형태가 존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 고대 그리스에는 고대 그리스적인 문화가 존재하고, 중세에는 중세의 고유한 문화가 존재하며, 또 우리 한민족에게는 우리만의 문화가 존재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어떤 객관적인 방향이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존재한다면 이것으로부터 중국문화의 실질을 연역해 낼 수 있는 길이 있을까?

문화인류학의 중요한 주제가 되는 이런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도 정치(精緻)한 설명의 기제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다음에 제시되는 대목 속에서 우리는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로를 발견할 수 있다.

"문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한 민족의 생활 양식(樣法)에 불과할 뿐이다. 생활은 또 무엇인가? 생활은 지칠줄 모르는 의욕(Will)-여기서 말하는 "의욕"은 대략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욕(의지)"에 가깝다-과 그것의 끊임없는 만족·불만족일 뿐이다. 민족과 생활을 통해서 왜 그것이 표현해내는 생활 양식은 상이한 특징을 형성하는가?

그것은 생활 양식의 가장 근본 원인이 되는 의욕이 상이한 방향으로 분출되기 때문에, 드러나는 양상 또한 상이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한 문화의 근본 내지는 원천을 찾고자 한다면, 문화의 근원이 되는 의욕을 보아야 하며 이 문화의 방향이 왜 다른 문화의 그것과 상이해지는가를 보아야 한다. 이 방향이 어떻게 상이한가를 알려면 이미 드러난 그 문화의 특성을 통해 그것의 원래 출발점을 유추해낼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1)

좀 독특해 보이는 이 관점에서, 문화는 한 민족의 생활 양식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은 문화를 이원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인용문에 따르면, 문화의 표층세계에는 생활양식이 존재하는 반면 이것의 심층에는 지칠 줄 모르는 모종의 힘(충동)이 존재한다. 위에서는 그것을 '의지(의욕)'라고 부르고 있다. 인간은 이 의지(의욕)로 인해 본능적으로 분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의지를 가진 인간, 의욕하는 인간은 자신이 마주하는 어떤 국면 속에서 끊임없이 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인류에 내재된 공통적 조건이다.

그러면 인류의 조건이 이처럼 동일한데 시기적·지역적으로 왜 생활양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의지(의욕)가 분출되는 방향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욕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속성이지만, 의욕이 일단 문제를 마주치면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식에는 상이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지(의욕)가 분출되는 방향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의 차별성이 생활양식의 차이를 규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문화의 심층세계의 상이한 방향·방식이 문화의 표층세계의 차별성을 규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의 의지(의욕)가 어떤 국면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의 몇 가지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문제를 마주치면 노력분투하여 국면을 개조시켜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이면 모두가 생득적(生得的)으로 갖추고 있는 '본래의 방향(本來的路向)'이다. 둘째, 문제를 마주치면 해결을 구하거나 국면을 개조하려 하지 않고 이 상황 자체에서 자신의 만족을 구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기 의욕의 조화일 뿐이다. 셋째, 문제를 만나면 이러한 문제나 요구를 근본적으로 취소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유형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리가 따르는 면이 없진 않지만, 이와 같은 세 가지 유형을 문화유형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서양문화, 중국문화, 인도문화라고 부르는 문화유형의 기본 생리가 대체로 위의 순서에 부합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유형화가 가능해진다.

"서양문화는 의욕의 앞으로 향한 요구를 근본정신으로 삼는다."
"중국문화는 의욕의 조화와 중용을 근본정신으로 삼는다."
"인도문화는 의욕의 억제와 취소를 근본정신으로 삼는다."2)

유형론이란 늘 일반화의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일단 이 점을 접어두고 생각해 본다면 위의 유형화는 어느 정도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유형론에 따르면, 중국문화는 세계에 대한 인류 의욕의 운동방향이 '조화와 중용'의 경향을 취하는 단계에서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조화와 중용'의 구체적인 양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주론을 향해 열려 있던 시선을 이제 보다 낮은 곳으로, 그러니까 현실세계의 지평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각주

  1. 1梁漱溟, 『東西文化及其哲學』, 『梁漱溟全集』弟一卷 352쪽, 山東人民出版社,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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