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과 몸뚱이

2010.09.16 15:43

김반석 조회 수: 추천:

■ 신발과 몸뚱이
선지자선교회
찢어진 신발을 수리할 때마다 신발을 하나 새로 장만해야 되겠다 싶으면서도 미룬 지가 벌써 3-4년이 되는 것 같다. 주로 신고 다니는 신발은 선교지 오기 전부터 신기 시작했으니 10년은 넘게 먹은 신발이다. 그래도 아직은 신발 바닥이 든든해서 뒤축부부만 고무판을 새로 붙여주면 여전 그냥 신고 다니기에 큰 불편이 없다. 아니 새 신발 보다는 발에 10년이 넘게 익은 신발이 훨씬 편한 것이다. 신발 위 부분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안쪽과 옆이 터진 것을 기워서 수리한 것이 여러 번 되는가 보다. 그러다보니 보기에는 너덜거리게 보인다.

외지 순회를 하고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이 신발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그러한 것은 침대 기차를 탔는데 아래층과 중간층과 위층 중에서 맨 위층에 타다보니 오르고 내릴 때마다 신발을 벗었다가 신었다가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번 신발을 벗고 신고하다보니 이 신발이 유독 눈에 들어왔고 그러다보니 옆구리가 터진 모양이 보이고 그것을 보니 이 신발을 오래도 신고 여러 곳을 다녔구나 싶다. 어떤 때는 진자리를 어떤 때는 마른자리를 밟았을 것이고 또 어떤 때는 깨끗한 길을 어떤 때는 더러운 길을 밟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째 건 일을 하는데 쓰인 신발이다.

이 몸도 어느새 나이가 먹어가고 그 먹은 만큼 몸뚱이는 후패해 간다. 이 몸뚱이도 어떤 때는 진자리를 어떤 때는 마른자리를 밟았고 또 어떤 때는 깨끗한 길을 어떤 때는 더러운 길을 걸었다. 그래도 어째 건 일을 하는데 쓰인 몸뚱이다.

이 10년 넘게 먹은 너절한 신발이라고 어떻게 천대할 수 있겠으며, 이 먹은 나이만큼 후패한 몸뚱이라고 어떻게 천대할 수 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