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나무 작은 나무

 

잎이 무성한 큰 나무가 있다.

잎이 등성한 작은 나무가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높게 본다.

사람들은 대체로 잎이 등성한 작은 나무를 낮게 본다.

그러나 잎이 무성한 큰 나무에게 열매가 있는지 봐야 한다.

그러나 잎이 등성한 작은 나무에게 열매가 있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열매를 맺되 나쁜 열매를 맺는지

그리고 열매를 맺되 좋은 열매를 맺는지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고신측 무척산기도원이 떠오른다. 무척산 기도원은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 있다. 열일곱인가 열여덟인가 하는 나이에 무척산기도원에 며칠 금식기도를 하러 올라갔다. 지금은 모르겠으나 그 당시 무척산을 오르는 초입 우측 산등선에는 감나무 과수원이 있었다.

우리 어릴 때는 감나무가 아주 높고 컸다. 그런데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큰 나무에 단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감이 달려 있지 않았더다면 감나무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높고 큰 나무냐? 낮고 작은 나무냐?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과실이 맺혀 있느냐? 맺혀 있지 않느냐? 이것이 큰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