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목사 아내와 부부 싸움

교회와신앙 20170530() 12:51:04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선지자선교회

어느 수요일 오후였다. 새벽에 교회로 가면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남편인데 그날따라 예배 시간 전 잠시 집에 들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무엇 때문인지는 기억되지 않으나 대화 도중에 의견의 일치가 되지 않아 적지 않은 갈등과 함께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수요일 저녁 예배 시간이 가까워오고 저녁 식사도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니 내 마음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할 일을 해야 하는 터이라 밥상을 차리고 먹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밥을 먹고 교회로 나섰다.

 

어떤 부부든지, 아니 어떤 관계든지 다툼이 있고 나면 제일 먼저 보이는 현상은 대화의 단절인 것처럼 우리 부부 역시 아무 말 없이 서로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시간에 쫓겨 각자 부지런히 교회로 향했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내가 정한 자리에 앉았고, 남편도 마찬가지로 강단에 올랐다. 남편이나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예배 시간과 아무런 다름이 보이지 않았다. 예배는 시작되었고 이윽고 설교 시간이 되었다.

 

설교가 내 맘에 하나님 말씀으로 들어올 리 없었다. 그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듯 고개는 들었으나 눈길은 아래로 깔고 말씀을 사모하려는 마음 전혀 없이 형식적으로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하나님 말씀도 나는 다 거부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남편 목사 입에서 나오는 말에 속으로 딴죽을 걸고 있었다. “말은 잘하시네. 당신이나 실천해 보시지.” 등등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겁고 캄캄한 마음 한 쪽으로부터 작은 음성이 들려옴이 느껴졌다. “, 왜 마귀 짓을 하는 것이냐?”라는 작지만 강한 메시지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내 행위는 정말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툰 사건의 진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일 후의 내 행동거지는 철저히 주님이 싫어하는 짓을 하고 있었다. 주님으로부터 칭찬은커녕 꾸짖음을 당할 나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다툼 자체도 그러려니와 몇 가지 점에서 마음이 불편했다. 첫째는, 의견의 충돌이 예배드리기 불과 한 두 시간 전이기에 남편 목사님이 잠시 후면 하나님 말씀을 대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어떠한 내용이었든지 막론하고 백분 양보하든지 아니면 수요 예배 마친 후로 미룰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설교하는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하나님 말씀으로 받지 않고 인간의 말로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뱉어내고 있었으니 은혜를 사모하기는커녕 마귀 짓을 하고 있었던 점과 셋째는, 예배를 예배로 드리는 것이 아닌 그저 때우기식으로 앉아만 있는 위선과 가식인 내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런 나의 자세를 하나님께서 결코 용납하실 리 없다. 결국 나는 이래저래 손해만 보았던 예배 시간이었다.

 

이렇게 예배 전에 부부 싸움은 백해무익한 것인데 목사 부부도 인간인지라 하필 그 때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느 부부에게나 의견 충돌은 있는 법이다. 목사 부부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그것이 때를 가려 있었으면 좋으련만 부부가 함께 있다 보면 언제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생기는 것이 부부 싸움이다. 싸움에 좋은 시간이란 없다. 그러므로 예배 전이라 해도 비껴가는 것은 아니었다.

 

목사 부부의 부부 싸움, 예배를 앞두고 다툰 이야기들은 많다.

 

내가 잘 아는 목사님 중에 에너지가 조금 모자라는 소심하신 A 목사님이 계시다. 그러기에 평소에는 늘 조용하신 성격의 소유자로 설교도 조용조용히 하시는 편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토요일 저녁에 부부싸움을 좀 거하게 하신 모양이다. 주일 예배 시간까지 어제의 분이 가라앉지 않아 좀 흥분되어 있었다. 그래 그런지 주일 설교에 힘이 들어가고, 평소와는 다른 파워풀한 설교를 하셨다고 한다. 부부 싸움이 그 목사님이 설교하는데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었던 것이다.

 

B 목사님은 토요일 저녁 내내 부부 싸움을 하느라 밤잠을 잘못 주무시고 주일을 맞았다. 주일 아침, 도저히 설교할 마음이 아니었다. 드디어 설교 시간이 되자 힘들게 강단에 오른 목사님은 성도들을 향하여 솔직히 자신의 상태를 고백했다. 부족한 이 사람이 어제 밤에 아내와 부부 싸움을 하여 오늘 설교를 못하겠으니 성경말씀만 봉독하고 그것으로 은혜받자고 하시면서 우리 부부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말로 설교를 대신했다고 한다. 그날 온 성도들은 그 어떠한 설교보다 더 큰 은혜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C 목사님도 주일 오후 예배 전에 사모님과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목사님은 성격이 소심하신 분이셨다.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저녁예배에 조차 나가지 않고 있었는데 예배 시간이 다 되어가자 교회에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은 내가 지금 부부 싸움을 해서 설교를 도저히 못하겠다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결국 그 목사님은 그 일로 해서 교회를 사임하게 되었다.

 

여기서 보는 것처럼 부부 싸움 후에 목사님들의 행동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부부 싸움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어찌 부부 싸움을 안 할 수 있겠는가. 목사 부부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여느 부부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목회자 부부는 부부 싸움마저 일반인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구별된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 다툼이라는 것이 그렇게 계획적인 것이 아니다. 어쩌면 사탄은 그것을 더 노리는지도 모른다.

 

사실 목사 부부는 부부 싸움을 할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온종일 목회 일을 하고 저녁에 탈진 상태로 귀가한 남편 목사와 다툴 시간이 없다. 그것은 다른 남편들과 다르게 새벽기도회가 있기에 일찍 자야하고 또 맘을 편하게 해 주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 우리 목사 아내들이기 때문이다. 남편 목사의 심기가 불편하면 성도들에게 그 영향이 간다는 생각 때문에 혼자 가슴앓이 하는 사모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때는 상한 마음을 대화로 풀어야 하거늘 풀지도 못한 채 혼자 상한 맘으로 잠을 청할 때도 있다.

 

부부 싸움이라는 것은 삶 속에서 불편한 사람이 내가 지금 많이 불편하니 내 말 좀 들어 봐 줘요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특히 목사 부부에게 부부 싸움은 대체로 아내인 사모님들이 거는가 보다. 늘 성도들과 교회 일에 쫓기는 목사인 남편이기에 여느 아내들과는 차별된 삶을 사는 사람이 목사 아내다. 그러기에 혼자 참으며 감정을 누르다가 드러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것이 하필이면 예배드리기 전이 될 때가 있으니 그 때마다 목사 아내는 다투어서 마음이 상하고, 또 남편 목사 마음을 불편하게 해 주었으니 죄인이 되는 심정이다.

 

이렇게 다툼은 목사 아내에게나 목사님 자신에게나 유익하지 않다. 아무리 외적 에너지가 모자라는 목사님에게 에너지를 충족시켜 준 동기가 되었을지라도 예배 전의 싸움은 더 큰 잘못이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싸울 일이 있더라도 예배 전 만큼은 어떻게든 피하도록 해야 한다. 다른 시간의 싸움보다 상상할 수 없는 손해가 있으니까.

 

그보다 목사님은 예배에 중요한 설교자이며, 목사 아내는 예배를 돕는 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지 방해자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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