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놀이

양주동(梁柱東) 박사가 일본에 있을 때의 일화라고 전한다. 어느날 유학 온 한국 여학생을 보고 첫눈에 반한 그가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아울러 그녀의 한문 실력도 알아보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 '左糸右糸中言下心'이라고. 며칠 뒤 그녀가 보낸 '三口一點牛角不出'이란 답장을 받고,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한다. 전자는 연모한다향(戀)는 뜻이고, 후자는 허락한다(許)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모난 꼴 속에 몇 개의 요소를 가진 한자는 일찍부터 중국인들 놀이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한자수수께끼(謎語)와 주령(酒令)을 들 수 있다.
선지자선교회
한자수수께끼는 원소절날 등롱에 적어 놓은 수수께끼(燈謎)를 푸는 것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으며, 한자에 대한 지식을 기초로 기지를 발휘하는 놀이이다. 조조(曹操)도 이런 수수께끼를 즐겼던가 보다. 어느 날 새로 지은 승상부의 문을 쳐다보던 조조가 아무 말 없이 '活' 자를 써놓고는 가버렸다. 무슨 뜻일까? 재기발랄한 양수(楊修)가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문을 좁히도록 하였다. 문(門) 활(活)을 썼으니, 문이 너무 넓다(闊)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한자의 요소를 뗐다 붙였다 하는 식의 수수께끼 놀이는 요즘에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夫人何處去 (二)
·八十八個人, 掛成八卦陣, 如果沒有它, 大家活不成 (米)

한편 주령은 술을 마실 때 흥을 돋우기 위한 놀이로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형식을 좇아 나머지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이어 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에 유행하는 '什麽尖尖, 什麽圓圓(XX는 뾰족뾰족, XX는 둥글둥글)'을 보자.

시장: 筷子尖尖, 盤子圓圓, 我去過的飯店有千千萬, 我吃過的酒類有萬萬千, 我掏了ᅳ分錢沒有? 沒有!
(젓가락은 뾰족뾰족, 접시는 둥글둥글, 내가 가본 술집은 많기도 많고, 내가 먹어본 술도 정말 많네. 내가 한푼이라도 쓴적 있을까? 없지!)

부장: 筆杆尖尖, 筆頭圓圓, 我寫過的文章有千千萬, 我發表過的文章 有萬萬千, 有一句货話沒有? 沒有!
(펜대는 뾰족뾰족, 펜끝은 둥글둥글, 내가 쓴 문건은 많기도 많고, 내가 발표한 문건도 정말 많네. 한마디라도 진짜가 있을까? 없지!)

교수: A尖尖, 0圓圓, 我敎過的學生有千千萬, 我培過的高才生有萬萬千, 有一個留在國內的沒有? 沒有!
(A학점은 뾰족뾰족, 빵점은 둥글둥글, 내가 가르친 학생은 많기도 많고, 내가 길러내 인재도 정말 많네. 한 명이라도 국내에 남아있을까? 없지!)

요즘의 세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주령이다. 그리고 획권(劃拳) 역시 주령의 일종으로 선술집에서 붉은 얼굴과 높은 목소리로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주당이라면 한번쯤 배워봄직한 놀이니, 흥미 있는 사람은 찾아보시길. 이외에도 중국인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애호하는 놀이라 하여 더욱 유행하였던 브리지게임(橋 牌), 패를 뒤섞을 때 소리가 참새 떼 지저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마작(麻雀/麻將), 그리고 바둑(阐棋)과 장기(象棋) 등을 즐기면서 여가를 보내기도 한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자오락, 에어로빅, 가라오케 등에 몰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