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이화원(頤和園)에 갔을 적의 얘기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곤명호(昆明湖)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배경으로 이만큼 멋있는 광경을 연출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그녀는 정말 이뻤다. 그녀와의 오늘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곤명호를 등지고 포즈를 취했다. 갑자기 그녀가 '난주어뉘여우(男左女右)'라 하면서 자리를 바꿔 섰다. 남자는 양(陽)에 속하므로 같은 계열인 왼쪽에 서고, 여자는 음(陰)에 속하므로 오른쪽에 선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결혼 기념사진에서도 이런 모습의 신랑신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 신혼여행 사진을 찍은 건가?

이처럼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습속과 부닥치며 생활한다. 그럼 중국인은 일생동안 어떤 습속 속에서 살아가는 걸까? 그런 습속들은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감추고 있는 걸까? 여기에서는 삶의 중대한 순간인 출생, 결혼 및 죽음과 관련하여, 중국인들의 일상에 녹아있는 의식과 습속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