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인 문화) 135. 출생

2014.08.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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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중국의 거리나 시장에서 종종 갓난아이를 안거나 업은 여인네들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갓난아이들의 머리모양이다. 정수리에 한줌 정도의 머리카락만 남기고 몽땅 깎아버린 모습이다. 왜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머리를 깎는 걸까? 알고 보니 머리를 깎아 주는 것은 아이가 건강하여 머리카락이 검고 머리숱이 많기를 바라는 것이고, 정수리에 머리카락을 남기는 것은 맥박이 느껴질 만큼 민감한 부분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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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출생과 관련된 습속이나 의식은 모두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물론 혈연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혈통을 잇고, 농경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문화적 배경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은 임신과 관련된 금기사항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임산부는 태교에 신경을 써야하고,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으며, 언청이나 목이 짧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도록 토끼나 자라고기를 먹지 않는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에 일정한 표시를 하는 풍속도 있다. 산시성(山西省)의 어떤 지역에서는 문둔테에 흰 종이나 빨간 종이를 놓고 그 위에 숯을 올려놓는다. 흰 종이는 남자아이, 빨간 종이는 여자아이의 출산을 나타내며, 숯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왕성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의미이다. 이런 풍속을 기문(忌門)이라고 하며, 지역마다 독특한 방식이 있으나, 모두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여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한편 아이가 출생한 이후에는 시기별로 세삼(洗三), 만월(滿月), 백일(百日/百歲), 돌(周歲)과 같은 의식을 통해 새로 태어난 아이의 축복을 기원한다. 세삼은 아이가 태어나서 3일이 되는 날 목욕을 시키는 의식을 말하는데, 전생에서 따라온 더러움을 씻는다는 미신적 성격뿐만 아니라, 청결로써 질병을 예방하려는 현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대부분 병원에서 아이를 낳기 때문에 이 의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만월은 아이가 태어나서 1달이 되는 날이다. 아이의 머리를 깎는 습속은 일반적으로 이날 실시한다. 아이의 배냇머리를 조심스럽게 깎은 후, 주머니에 넣어 침대머리맡에 걸어두는데, 이것은 잡귀의 침입을 막고자 하는 액막이 풍속이다. 머리카락과 함께 눈썹을 깨끗하게 밀어버리기도 하는데, 이것은 '사물을 잘 관찰하는 눈을 가지기(別沒[眉]眼高低的)'를 바라기 때문이다.

만월뿐 아니라 백일이 되면, 친척이나 친지들이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고 건강을 축원하기 위해 방문한다. 주로 장명백세(長命百歲)가 새겨진 은으로 만든 자물쇠를 선물하여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거나, 농장(弄璋)이나 농와(弄瓦)가 쓰여진 붉은 봉투의 축하금을 전달한다. 농장은 남자아이를 위한 것으로 높은 벼슬을 하여 집안을 빛내라는 의미이고, 농와는 여자아이를 위한 것으로 가사에 충실하라는 의미이다. 남아선호의 문화적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서 1년이 되는 돌에는 특별한 의식인 돌잡이(抓周)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아이 앞에 책, 연필, 주산, 실, 돈, 장난감 등을 놓고 아이가 무엇을 잡는가를 본다. 이걸 보고 아이의 성격이나 미래의 직업 등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홍루몽(紅樓夢)』에서 가보옥(賈寶玉)이 연지나 분을 잡는 장면은 이 소설의 복선인 셈이다.

사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만큼의 축복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임신하다'를 '경사가 있다(有喜)'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현재 중국의 가족계획에 따른 '1가구 1자녀 정책'은 불법아이(黑孩子)나 낙태 문제뿐만 아니라, 어린 황제(小皇帝)현상 등을 촉발하고 있다. 인구 증가 억제와 이에 수반되는 부작용은 영원한 평행선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