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동경행
최권능 목사가 목이 메어서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겨 둘 말을 하나 해주시오.”
했다. 나는 조용히 엄숙한 태도로 에스더 4장 16절을 인용하여
“죽으면 죽으리라”했다. 그들도 모두 낮은 음성으로 “죽으면 죽으리라”하며 감격했다. 그리고 최 목사는
“우리들도 죽을 때가 오면 담대하게 기뻐 죽겠습니다.”
한즉 모두 일동이 “아멘!” 하면서 결심들을 보여 주었다. 나는 늘 어디를 가든지 차표는 왕복표를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차표만은 왕복 차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을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동경에 가서 일본 정부에 경고하고 으레 그들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양에서 동경까지의 표 2등 편도 두 장을 샀다. 하나는 내 것이었고 하나는 박 장로를 위해서였다. 우리들은 집에서 떠나 역으로 갔다. 나를 작별하기 위해서 성도들은 각각 떨어져서 따로 따로 평양역에까지 전송 나와주었다.
마침내 나는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제각기 숨듯이 여기저기 흩어져 보이는 성도들의 모습이 이 마지막 길을 떠나는 나를 격려하기 위해 용감한 얼굴들로 선 자리에서 저마다 바른손을 들어 위를 향해 보여주었다. 그것은
“저기, 저 천성문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싸우자!”
아!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간이 인간의 직책을 다할 때 그것은 수목과 화초와 자연계의 모든 만상이 그 직책을 다하는 것같이 아름답고 거룩한 것이다. 이만큼 살았으면 족하도록 산 감이 든다. 이렇게 내 주님 위해 죽을 기회가 내게도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영광스럽고 복된 특권이 아닐 수 없다. 잘 죽어야 한다.
“오 주여! 죽다가 못 죽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죽어도 잘 죽어야겠습니다. 주님 위해 죽다가 못 죽으면 실패요, 수치요, 비참한 불행입니다. 고이 아름답게 담대하게 죽게 하옵소서.”
“자, 이것이 어찌된 일이오! 하나님이 저 형사들을 소경으로 만든 것이 분명하지 않소? 형사들이 모두 나를 보지도 못하니 말이오.”
한다. 그리고 큰 소리로
“주는 나의 피난처시니이다.”
했다. 나는 더욱더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하지 말라고 손짓으로 알렸더니 아주 불평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아, 참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니.”
하고 다시 형사들을 헤치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때 기차는 부산역에 도착하였다.
‘결국 붙잡혔구나.’
하고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바라보고 있으니 참으로 이상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순사는 껄껄대면서 의기가 양양해서 무어라고 떠들고 있었다. 순사는 박 장로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고 한복을 벗고 예복으로 갈아입는 그를 옆에서 도와 주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슬금슬금 그들에게 가까이 갔다. 박 장로는 나를 보더니
“이제야 오는군! 자, 이 나리님이 내가 대사의 예복을 갈아입는 데 도와 주고 있으니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어요?”
한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연락선이 뛰이 하고 기적을 울렸다. 나는 급한 말로 “기선이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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