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숙 20. 최덕지 선생

2016.01.0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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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최덕지 선생

  선지자선교회

주 간수가 교대해 섰을 때에 나는 주 간수에게 탄원을 해서 제5감방 최 선생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최 선생은 나를 보더니 얼굴에 반가운 표정을 했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볼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가 거의 다 죽어 가는 몹시 시달려 풀어진 비참한 형세일 줄로 알았는데 그의 얼굴은 비록 입에 자갈을 물려서 흥하게 보이지마는 그 눈은 빛났고 그의 모양과 태도는 백절불굴의 결심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끓어오르는 동정심을 가지고 그를 들여다보았지만 그의 태도와 눈빛을 보고 내 마음에 더 큰 존경심과 경의의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는 뭐라고 말을 했지만 분명히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염려 마라, 미안하다.”

 

어느 날 과장이 감방을 순회했다. 그러고 나서 그 이튿날 최 선생의 수갑을 풀어놓고 자갈도 입에서 치워 버렸다. 최 선생은 매일 세 번 씩 찬송하고 성경 외우고 장시간 기도를 여전히 큰 소리로 하였다. 음악에 예민한 나로서는 그의 찬송 소리가 비록 크고 높아도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감명을 주고 복음을 선포하는 나팔 소리같이 들렸다. 그의 기도 소리는 어떻게 유창하고 똑똑한지 모든 죄수들 귀에 여지없이 하나님의 법은 서고야 만다는 것을 아름답고 선명하게 선고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지다가 오는 날이면 그는 쇠문을 열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그를 전같이 때리고 못살게 굴었다. 매를 많이 맞고 고난이 많은 그를 주 간수에게 부탁해서 가보면 그는 메말라 다 죽어 간 화초에 비가 내려서 다시 살아난 것같이 그의 얼굴은 환하게 화색이 피고 그 눈에는 자신이 있고 그 입에는 화려한 미소가 감돌았다.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을까 싶었다. 최 선생은 겸손하게도 내게 몇 번이나 절을 했다.

 

나는 서서 들여다보며 고개를 숙여서 절을 해도 그가 마루에서 내게 절하는 것같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더 괴로웠다. 내 감방에 돌아와서 나는 자책하는 괴로움이 나를 불안하도록 했지만 최 선생의 그 피어 오른 것 같은 가득한 기쁨과 승리로운 힘을 볼 때 주님이 그와 같이하시는 것을 보았으므로 감사하고 기뻤다. 나는 후지다가 오는 날은 종일 무섭고 괴로웠다. 이것이 정말 감옥이었다. 나갈 수도 없고 면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감옥, 곧 생지옥이었다. 나는 주님께 내 심령이 이같이 눌려서 최 선생이 매를 맞을 때마다 왜 이렇게 괴로운지 이 후지다를 먼 곳으로 옮겨 주시지 아니하면 최 선생보다 내가 더 비참하니 판단해 주시라고 자꾸 부르짖었다. 어느 날 후지다가 감방에 서 있지를 못하고 자꾸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는 것을 보았다.

 

주저앉으면 노곤해져서 그런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 선생의 찬송 소리만 나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뛰어들어가서 쇠작대기로 사정없이 때리는 것이었다. 때리고 나서는 시멘트 바닥에 나와서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일이 얼마 동안 계속되더니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나는 주 간수에게 왜 후지다가 안 오는가를 알아보라고 했더니

 

후지다는 폐병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나는 기뻐하면서도 그 어느 구석에 내가 이만치 아직도 나대로 있구나 하는 것을 의식할 때 한심하고 꺼려지고 평안치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를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 선생같이 담대하지 못하고 두려움이 없는 믿음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동시에 아직도 나라는 것이 살아 있어서 나를 미약하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이 여러 모양으로 변해서 어떤 때는 인정으로, 어떤 때는 욕심으로 특히 식욕 정욕 등으로 어떤 때는 자랑으로 연정으로, 교만으로 예속적으로, 법으로, 부정으로 불평으로, 심지어는 낙심으로 나타나는가 보다.

 

나는 이 가 완전히 죽으면 예수님과 항상 동행할 수 있으며 그렇게 이 일을 위해서 기도하면서도 용이하게 죽어 없어지지 않는 것이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