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유황불로 일본은 망합니다

  선지자선교회

우리들이 먼저 들어가 기다리고 있을 때 큰문이 열리더니 여비서 두 사람이 몸을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구세군 중장복을 입은 우상같이 무표정한 노인을 양편에서 부축하고 모시고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들 앞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혔다. 비서 한사람이

 

이분이 야마무로 구세군 중장이십니다.”

 

할 때 나는 깜짝 놀라며 그 우상 같은 노인을 쳐다보았다.

 

중풍에 걸려서 전신 불수가 되었는지 손도 발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마음대로 못 하는 오십 남짓한 노인은 흐린 눈으로 우리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일어나서 나와 박 장로와 그 아들 박영창 씨를 소개했다. 그는 몹시 더듬는 말로 무엇이라고 했으나 내가 알아듣지 못하자 비서는

 

이처럼 먼길을 오셨다구요. 무슨 할 말이 있으면 하시라고 하십니다.”

 

나는 조그마한 시골에서 자랐는데, 내가 장성한 후에 나와 같이 자라난 친구와 전쟁에 나간 일이 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친구였는데, 전쟁터에서 그 친구는 불행히도 전사하여 그 시체를 가져다가 우리가 자라난 시골 신사에다 묻었습니다. 나는 몇 해 전에 내 고향에 찾아갔는데 내 친구가 묻혀 있는 그 신사에 가서 절을 하고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어 준 것을 감사했습니다. 물론 나는 당신들이 다 아는 기독교인이 아닙니까? 이와 같이 나는 기독교인들이 신사에 가서 나라를 위해 죽은 혼들에게 머리를 숙여 절하는 것을 죄라고 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앉으시죠.”

 

하며 의자를 권하는 대로 각각 의자에 앉았다. 그의 첫 말이 우리들이 이 왕가에서 왔는가 해서 서둘러서 우리를 만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먼저 나는 마음속의 주님의 지시를 간구하면서 조용히 일본말로 대장을 방문하게 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왕족도 귀족도 아니며 다만 일본서 공부한 여성으로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큰 사명을 띠고 생명을 걸고 일본 나라에 경고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이분 박 장로도 역시 같은 사명을 받았는데 일본말을 몰라서 나와 동행해 은 것입니다.”

 

그는 나의 이 인사를 듣자 더욱더 친절한 태도와 부드러운 말로 감탄하면서

 

어떤 일이든지 다 내게 말해 주면 내가 직접 처리는 못 해 줄지라도 간접으로 정계의 친구들을 통해서 도움이 되어 줄 터이니 모든 것을 숨기지 말고 말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하십시오.”

 

하였다. 그의 관대하고 온후한 태도는 어딘지 믿음성 있는 지도력을 풍기고 대단히 좋은 인상을 주었다. 나는 또 의논하듯이 호소하듯이 말했다.

 

대장께서 조선 총독 재임 당시와 오늘은 너무나도 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예수를 믿고 교회마다 큰 부흥이 일어나고 방방곡곡에 교회가 서고 주일이면 각 곳에서 예배당 종소리가 흘러 넘쳤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크리스천은 살인죄수와 같이 악형을 받고, 더욱이 믿음을 지키려고 애쓰는 목사와 장로들은 감옥에서 무서운 고문에 쓰러져 죽습니다. 요행히 경찰의 손을 피한 사람들은 산과 들에서 헤매고, 이들의 식구들은 산산이 흩어져 유리 방황하니 진실한 크리스천들은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린양같이 순하고 정직한 교역자들을 억지로 일본 신사에 절을 시켜서 그들의 신앙을 유린하고 이중 성격자로 만들어 스파이로 삼고 신실한 자들에게 함정을 놓아 빠지게 해서 의인들은 투옥되고 갖은 악형을 다 겪으며 병신이 되고 죽기도 합니다. 이같이 하는 일본 나라가 과연 하나님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장께서는 나라나 백성이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을 거역하고 그 신자들을 핍박하고도 망하지 않는 일이 있을 것으로 믿으십니까?”

 

조용하게 앉아 듣고 있는 그의 얼굴 표정도 차차로 달라져 갔다. 나는 다시

 

대장께서는 성경을 어떻게 믿으십니까?”

 

하고 대담하게 물었다. 그는 내 얼굴을 자애스러운 눈으로 보면서

 

나는 독일에서 공부를 했는데 내가 하숙하고 있던 집 아주머니가 바로 열렬한 크리스천이어서 아침마다 식탁에서 성경을 꼭 읽은 후에야 식사를 하였던 고로 성경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거역하고서는 서지 못하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주일이 없어졌습니다.”

 

라고 했다.

 

무엇? 주일이 없어졌다니?” 나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겨우 참으면서

 

수백의 교회는 전쟁 물자를 만들어 내는 공장이 되었습니다. 교회에는 어느 교회나 일본인 신(가미다나)이 강대 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목사는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시국 강연을 해야 되고, 진실한 신자들은 들로 산으로 동굴 속으로 헤매며, 충성스러운 목사와 장로들과 집사와 전도사들은 감옥에 잡혀가서 죽도록 고문을 당하고 가정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잘하고 권세를 좋아하는 신자들은 스파이가 되어 잘 믿겠다는 신자를 경찰에 잡아다 주어서 크리스천들이 살 수 없는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그는 더 들을 수 없다는 듯이 놀란 얼굴과 목소리로

 

아니,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나는 유창한 일본말로

 

미나미 총독이 부임한 이후로 5년 간 시정 방침을 세우고 모든 한국인을 일본인화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변절시켜 일본 신도를 믿게 하고, 한국인은 한국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일본말을 해야 되며, 이름과 성을 모두 일본식으로 고치고 누구나 일본 신도의 신을 섬기게 하기 위해 기독교인을 핍박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자가 어떻게 우상을 섬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들은 목숨을 걸어 놓고 신앙의 절개를 지키려 하는고로 믿음이 있는 이마다 핍박을 받고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는 큰 충격을 받고 어리둥절해하면서

 

20세기 현대에 그러한 야만의 짓을 하는 미나미를 없애 버려야 한다.”

 

하며 발을 쾅쾅 굴렀다. 나는 소위 일본의 국보적 존재라고 하는 히비끼 중장이 이와 같이 즉석에서 판단을 내리는 데 놀랐다. 그는 내 말을 더 듣고자 하면서도 혼자만 들을 수 없다는 듯이

 

나는 하나님이 당신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것으로 느끼오. ! 이 말을 혼자 들을 수 없으니 마쯔야마 대의사 집으로 갑시다.”

 

미나미 총독은 일본인 신을 높이기 위해서 모든 한국인으로 하여금 신사에 가서 절을 하게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 알지도 못하는 신을 기뻐 섬기는 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고 못살게 하자 한국인의 인심은 오히려 하나로 뭉쳐 한국은 독립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10전씩에 팔면서 섬기라고 강요하는 일본 신은 10전짜리 종이입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그것을 강제로 팔아서 집에 모시라고 하기 때문에 부득이 10전씩 주고 사다가 모시기는 고사하고 돼지우릿간이나 변소에 끼워 놓고 ‘10전짜리 종이 신아하고 침을 뱉기도 하고 가미 가미 지리가미 하나가미’(종이 종이 휴지종이 코 푸는 종이 똥 씻게 종이)하고 업신여기고 미워하고 천대하고 있지요. 포악하고 잔인한 고문으로 예수를 잘 믿겠다고 하는 목사와 장로를 도둑놈같이 학대하고 핍박합니다. 매를 맞고 병신이 된 이와 죽은 이들이 그 얼마나 많으며, 또 이로 인해 모든 한국인들은 의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친구와 친척은 물론 동리 사람들이 모두 일본을 저주하고 하루 속히 망하기를 밤이나 낮이나 속으로 빌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들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어리벙벙해서 이게 무슨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하는 표정들을 했다.

 

나는 계속했다.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고생도 모르고 자랐지만 일본말을 이만치 하는고로 하나님이 나를 불러서 가서 이 모든 사실을 전하라고 보내신 것입니다. 몇 번이나 뜻 있는 몇몇 목사님들이 일본에 와서 이 사실을 말하려다가 모두 연락선과 기차에서 잡혀서 감옥으로 끌려가 비참한 형벌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나 같은 여자를 보내신 거지요,”

 

히비끼 중장은 마쯔야마 대의사에게

 

그래서 그 미나미 놈이 지난번 국회에 와서 무어라고 자신 있는 말을 지껄이고 갔었구먼. 그자를 불러오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데.”

 

당신은 하나님을 사랑하니 저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소?”

 

나는 그가 가리키는 일본신학교를 멀리 바라보았다. 엄숙해 보이기까지 조용한 공부할 만한 곳이었고, 또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는 당신이 내 딸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내 딸이 되어서 저 신학교에서 공부해서 이 죽어 쓰러져 가는 일본 기독교를 위해 큰 부흥사로 일해 주기를 원하오.”

 

이 중장의 딸이 되어.’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일본 기독교의 보배와 같은 중장의 양딸이 되어서 화려한 대도시 동경에 와서 과거 그 옛날같이 기쁘고 복되게, 그리고 이 신성한 신학교에서 공부를 한다는 일은 굉장한 일 같았다. ! 그 얼마나 좋을까. 신학교에서 내가 좋아하는 신학 공부를 해‥‥. 그러나 동시에 내 속에서 강한 힘이 고개를 들었다. 마귀가 예수님에게로 와서 자기에게 절을 하면 천하 영광을 다 준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나는 내 몸을 떨었다. 그래서

 

중장! 중장께서는 나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보는 모양이신데, 나는 산사람이 아니고 죽은 사람입니다. 내가 여기 온 것은 죽어서 주님께 드려 놓고 송장으로서 온 것입니다. 만일 내가 이곳에 산 사람으로서 일을 하러 왔더라면 나는 좀더 지혜 있게 또 좀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슬기롭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죽어서 왔기에 아무 체면이나 눈치나 경우나 사정이 없이 꼭 죽은 사람으로 행세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장의 친절은 진심으로 감사하나 나같이 죽은 사람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니 그는 감격해서 눈물이 흘러내려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긴 한숨을 내쉬더니

 

나는 내 생애에 이렇게 뜨거운 감화를 받아 본 일이 없었소. 이것은 참으로 역사적인 것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나는 팔순이 넘도록 살아왔지만 오늘에야 지금까지 살아온 보람을 찾고 또한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후회되며 부끄럽기만 합니다.”

 

1939324일이었다. 이날 제74회에서는 일본 제국의 중의원 종교 법안이 상정되는 날이었다.

 

박 장로는 긴장해서 그의 아들로부터 여호와 하나님의 대사명이다라는 말을 일본말로 번역해서 수없이 연습하고 있었다.

 

이 며칠 동안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될 길에 대해서 많은 토론을 했다. 박 장로의 주장은 우리들 자신이 일본국법을 무시하고 비합법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국회에 들어가서 우리가 큰 소리로 외치고 경고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들은 당연히 구속될 것이고 왜 경고문을 던졌느냐고 우리를 조사할 테니 그때에 모든 수난 실정을 다 밝혀 말할 수 있고, 또 이렇게 경고를 해야만 모든 대신과 대의사들과 일본 국민 전체에게까지 알려지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투옥되어야 우리가 죽어서 그들에게 경고하는 것이 되는 것이고, 그들이 우리를 심문하게 되면 그때 모든 한국의 실정을 말해서 알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박 장로가 아침 식사시간인데도 식당에 내려오지 않았다. 웬일인가 해서 그의 방으로 올라가 보았더니 그는 먹글씨로 두루마리 백지에 장문의 글을 쓰고 있었는데 국한문으로 일본 제국은 회개하고 폭정을 철회하라는 경고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본 제국 제74회 의회에서 종교를 선정하는 데 앞서 어느 종교가 참된 종교인가를 시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기는 기독교의 예언자이니 자기와 일본 신도와 불교의 제관들을 내세워서 장작더미 위에 앉혀 놓고 불을 질러 타지 않는 편이 참종교라는 것으로 시험해 보고 국교를 창정하라는 것과, 여호와 하나님을 불경하고 사신 숭배를 강요하면 일본 제국은 패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폭탄적 경고문을 의회에 가지고 가서 던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즉각 반대했다. 일본으로 하여금 회개하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을 질러 놓고 불 속에서 시험을 한다는 것은 일본인이 듣지 않을 것이고, 또 일본 의회에서 경고문을 던져 의회를 소란케 한다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못하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백의 민족으로서 일본 제국을 경성시키는 최후적인 그의 사명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었다. 박 장로와 그의 자제는 죽을 각오를 한 표정이 확실했다. 죽을 때가 왔으니 죽자 하는 태세였다. 나도 죽는 데는 찬성이다. 죽는 판이라면 그것도 좋다. 그러면 나도 따라 죽는다. 예수를 위해 죽기를 원했고, 또 죽으려고 나선 판에 이제야 죽을 기회가 왔으니 위법이니 죄수니 걱정할 필요가 뭐냐? 죽는 사람들을 따라서 같이 죽으면 되는 것이지 규칙이니 규례를 다시 더 논하지 말고 눈을 꼭 감고 내 뜻에 맞고 안 맞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고 죽는 판에 죽어 보자! 내 성격에 맞춰서 나 좋은 대로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슨 희생의 죽음일까? 하나님의 정의와 섭리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판단하려는가! 모든 기도는 우리를 바르게 그의 뜻대로 인도해 왔을 것이다. 내게도 결심은 되었다. 나는 급한 마음으로 신변을 정리했다.

지금부터 제74회 의회를 다시 개회하겠습니다.”

 

하는 스피커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날 토의하게 되어 있는 문제를 설명한 후 안도 대의사가 의정단상에 올라서니 장내에는 5백여 명이나 되는 대의사들의 박수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러나 우리들 방청객들은 말도 서로 못 하고 옆으로 얼굴을 돌리지도 못했다. 그는 간단히 인사하고 나서 곧 그가 토론하고자 하는 종교 문제에 대한 말을 시작하였다. 그는

 

이번 이 74회 의회는 큰 역사적 기록을 남기게 될 것으로 믿는바 그것은 종교 문제를 처리하는 의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일본제국은 현재 지구의 동반구를 지배하려는 웅대한 포부와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착착 모든 과업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미 만주는 일본의 것이 되었고, 중국 대륙도 머지않아 일본의 지배 하에 들어오게 될 것이며, 남양과 기타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민족이 역시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고는 안 될 시기가 가까이 오고 있다. 이러한 중대한 시국에 처한 우리들은 보다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한 것이다. 물질적인 힘은 남양과 또 우리의 지배 하에 들어간 대륙의 풍족한 자원을 생각할 때 우리는 부지런히 일만 하면 모든 물질은 풍족하게 될 터이니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적인 강한 힘이 필요한데 이 정신적인 것은 오직 종교만이 해결하는 것으로, 이 정신적인 면에서 힘을 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종교를 택해서 우리 일본 제국의 종교로 정하고 그 외의 모든 민심을 혼란케 하는 것은 사교이므로 국가의 권세를 세우기 위해서 없애 버려야만 한다.”

 

에호바 가미사마노 다이시메이다(여호와 하나님의 대사명이다).”

 

라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그 경고문을 아래층 회의장을 향해 힘껏 던져 버렸다. ! 그 순간, 이 삼엄한 분위기의 의사당 안은 와락 하는 소리와 함께 수라장이 되고 박 장로가 던진 그 경고문은 밑으로 쏜살같이 떨어졌다. 어느새 달려들었는지 세 명의 경비원이 와락 박 장로에게로 달려와서 그를 현장에서 체포하여 데리고 나간다. 이때 박영창 씨도 총총히 그의 뒤를 따라나갔다. 경호원이 박 부자를 데리고 나가버린 후 어떤 수위가 뒤따라 나오는 내게로 오더니

 

당신도 이들 중의 한 사람입니까?”하고 묻는다. 나는 서슴지 않고

 

그렇다.”

 

하니 나를 다른 경비원장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즉각 심문을 시작했다.

누구의 방청권을 가지고 들어왔는가? 이름과 연령, 현재의 주소, 그리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박 장로 부자와의 관계는? 박 장로가 던진 경고문의 내용은 무엇이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

 

를 대충 물어서 속기한 후 나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그 방에는 벌써 박 장로와 그의 아들이 잡혀 와 있었다. 우리들을 곧 차에 태운 채 어디로 인지 데리고 갔는데 알고 보니 동경 경시청이라는 곳이었다. 우리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한 그 중대한 최후 경고 사명은 끝내 이렇게 결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