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8 20:05
제 6 장 천년 왕국
조수옥: 우리들은 성경말씀을 충실히 믿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20장 4절에 “저들은 부활하여 그리스도와 더불어 천년동안 왕 노룻하리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너희들은 천년왕국을 믿느냐고 질문할 때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니 믿습니다”하고 확실히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무 준비도, 마음에 새겨 둔 대답도 없이 손해가 되는지, 득이 되는지의 계산도 없이 마음에 있는 대로 대답하여 ‘예’면 ‘예’, 아니면 ‘아니오’라고 말한 것뿐입니다.
성경에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너희들을 끌어다가 넘겨줄 때에 무슨 말을 할까 미리 염려하지 말라 말하는 자는 너희들 자신이 아니라, 성령이시니(막13:11)” 하셨으니 이것이 심문하는 자들 앞에서 제가 한 증거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성경대로 대답해 주기를 의도했고, 그 바램대로 대답하여 치안유지법 위반죄에 걸려들었던 것입니다.
조수옥: 박해와 고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해결해 주실 거라는 약속을 한층 더 강하게 믿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견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옥중에서 참고 견딘 것은 주께서 곧 오실 것을 기대함으로 인내하고 기다렸다는 것보다는 매 순간마다 언제나 주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는 확신에서 오는 평안이었습니다. “재림이 임박했다. 곧 오신다”라는 것뿐이었다면 박해가 계속되는 동안은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지만 박해가 끝나는 순간에는 긴장이 풀리고 말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 날을 못보고 죽는다고 탄식한다거나 아쉬운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승리할 것은 정해져있고, 또 진리를 위해 죽을 것도 각오하고 있는 이상, 죽음은 곧 승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안정되었습니다. 내가 죽어서 싸우지 못한다 해서 주님의 승리가 도리어 패배한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으며 주님은 벌써 십자가에서 승리하셨기 때문에 나는 쓰러져 넘어질지라도 주님의 승리를 증거하고 죽는 것이기에 후회스럽다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식사는 하루세끼 들어왔는데, 쌀이나 보리가 아니어서 처음부터 사람이 먹기에는 어려웠지만 이마저도 점점 더 나빠져 썩은 콩깻묵이 들어오기도 했지요. 감방에는 이뿐만 아니라 벼룩이 득실거렸지만 특히 가장 괴롭던 벌레는 빈대였습니다. 어찌나 물어대는지 가려워서 긁고 나면 피가 나고, 피가 나면 더 달라 들고. 이와 빈대가 또 얼마나 많은지 손으로 쓸면 수십 마리가 손바닥에 잡힐 만큼이어서 온몸이 물란 자국, 핏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평안도 사람들은 재판정에 가끔 끌려나을 때 울타리 밖에서 먼 눈으로라도 가족들의 얼굴을 잠깐 볼 수 있었지만, 경남지역의 사람들은 거리가 멀어 그것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세는 하루하루 악화일로에 있다는 느낌이 올 정도로 끌려나갈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확실한 정보나 정세는 알지 못했죠. 나중에 우리들 전부를 사형하기로 결정한 날 바로 직전에 일본이 항복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더 고생스러웠습니다. 담요를 돌돌 감고 옆으로 누워 잤는데, 자기 자신의 체온 이외에는 온기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체온으로 언 담요를 따뜻하게 하고 나서 데워진 담요로 다시 제 몸을 덮는 것이어서 잠이 들 수 없을 만큼 추웠지요. 자고 있는 동안, 이 밤에 주님 곁으로 가는구나하고 생각하던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밤이 새고 잠이 깨면 담요에 얼음이 새하얗게 얼어서 마치 두꺼운 판자처럼 딱딱해 있고, 드디어 아침식사 때가 되면 반쯤 얼어붙은 콩깻묵 밥이 들어옵니다. 먹기는 먹어야 되니까 하는 수 없이 그냥 먹게 되면 몸 속의 창자까지 얼어붙는 느낌에 온 몸이 벌벌 떨려 왔지요.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 225 | 7. 현대의 엘리야 | 선지자 | 2016.01.09 |
| 224 | 6. 평양성으로 가라 | 선지자 | 2016.01.09 |
| 223 | 5. 피난 길 | 선지자 | 2016.01.09 |
| 222 | 4. 초가집 | 선지자 | 2016.01.09 |
| 221 | 3.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 선지자 | 2016.01.09 |
| 220 | 2. 음악 선생 | 선지자 | 2016.01.09 |
| 219 |
1. 귀향
| 선지자 | 2016.01.09 |
| 218 | 백영희목사님의 직계 제자 박기천 조사님 | 선지자 | 2016.01.09 |
| 217 |
박기천 조사님
| 선지자 | 2016.01.09 |
| 216 | 순교자 박기천 전도사님 | 선지자 | 2016.01.09 |
| 215 |
조수옥 선생님과 옥중성도
| 김반석 | 2016.01.08 |
| 214 |
조수옥 전도사님 생애 요약
| 김반석 | 2016.01.08 |
| 213 | 조수옥 원장의 오늘 | 김반석 | 2016.01.08 |
| 212 | 제 10 장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 | 김반석 | 2016.01.08 |
| 211 | 제 9 장 작은 자들에게 봉사하고 | 김반석 | 2016.01.08 |
| 210 | 제 8 장 해방 그 후의 비극 | 김반석 | 2016.01.08 |
| 209 | 제 7 장 옥중에서 | 김반석 | 2016.01.08 |
| » | 제 6 장 천년 왕국 | 김반석 | 2016.01.08 |
| 207 | 제 5 장 다시 체포되어 유치장으로 구속되다 | 김반석 | 2016.01.08 |
| 206 | 제 4 장 신사참배 거부투쟁과 교회의 분열 | 김반석 | 2016.01.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