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숙 11. 고향으로 호송

2016.01.0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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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향으로 호송

  선지자선교회

동경역에 도착하자 언니가 2등 차표를 석 장 사서 우리들에게 각각 한 장씩 나누어주었다. 플랫폼에 들어가니 우리가 탈 급행차는 떠날 준비를 다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다. 2등 객차로 올라타는 우리들 뒤를 물론 형사가 따라 탔는데 미안하게도 내 가방을 들어서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이때 내 언니의 봉사와 사랑은 참으로 우리들에게는 큰 기쁨과 위로를 주었다.

오후 2시 정각, 긴 벨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지자 기차는 소리 높이 기적을 울리며 동경역을 서서히 출발했다. 플랫폼에 떨어져 남아서 있는 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잘 가라고 했다. 자리를 잡고 앉은 나는 시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케 하셨도다 새 노래 곧 우리 하나님께 올릴 찬송을 내 입에 두셨으니 많은 사람이 보고 두려워하여 여호와를 의지하리로다.”

 

기차가 달리면서 울려 나오는 차바퀴 소리는 나에게는 소란스럽지 않고 찬송가에 맞춰지는 반주와 같아 나는 내 마음껏 찬송을 불렀다. 나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많은 찬송을 자꾸 부르고 또 부르면서가 늘 하는 것과 같이 자작 가사와 자작을 메조소프라노로 불렀다.

 

어린양이시어

내가 주님의 사랑을 아는 것을

증명을 세웠습니다.

나는 내 이 사랑이 참인 것을

내가 보고 이같이 기쁜 것이에요.

나는 또 순종하겠어요.

정말 진정으로 순종하겠어요.

내가 앞으로 산다는 것은 오직

순종하기 위해 사는 것이 될 것입니다.

! 나는 순종이 기쁘고 좋아요.

힘이 들고 어떤 때는 캄캄하고

아득하고 힘에 넘쳐도

나는 순종이 좋아서

주님 앞에 순종만 하겠어요.

나는 마음을 놓고 실컷 잤다. 잠을 깨어 보니 어느새 연락선은 부산에 와 닿았다. 일본으로 경고를 하기 위해 이 부산을 거쳐 갈 때의 그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리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 때문에 해직된 수상서 직원들을 생각할 때 미안했다. 우리가 그 무섭고 불가능해 보이던 경고 사명을 다 끝마치고 돌아오면서 수십 명의 형사들에게 붙들려 감시 아닌 보호를 받으면서 마치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개선 장군과 같이 의기 양양하고 장하게 돌아오는 이 길은 너무도 찬란한 것만 같았다. 물론 앞으로 닥쳐올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간단한 결정이 벌써 되어 있었다.

 

서울에서 다시 세 사람의 형사가 교대한 후 우리는 평양까지 갔다. 박 장로와 그 아들은 그의 고향인 구장으로 호송되고 나는 정복한 순사 한 사람과 형사 한사람의 호송을 받으면서 내 고향이 박천까지 갔다. 그들은 나를 박천 경찰서장에게 데리고 가서 인계했다.

 

서장은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며 형사가 전해 준 노트를 받아들고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두터운 서류를 내어 보이면서

 

당신이 일본과 한국 경찰을 뒤집어 놓은 안중호 씨 딸이오?”

 

나는 자랄 때는 몹시 몸이 약했고 머리를 안 빗으려고 해서 언제나 사내아이같이 깎았다고 한다. 나는 귀신을 극성스럽게 섬기는 할머니가 언제나 마음이 불안정하고 모든 집안 사람들을 못 견디게 굴뿐 아니라 본인도 항시 병중에 있는 것을 보고 늘 이상히 여겼다. 그래서 할머니가 귀신들을 위해 잔치하는 굿을 준비하느라고 여러 가지 음식을 다 장만해 놓으면 그 음식에 모두 침칠을 해서 귀신에게 더러운 침 묻은 음식을 먹인 일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더 아파 큰일이 났다. 나는 그가 섬기는 귀신들에게 화가 나서 할머니 지팡이에 말똥을 칠해서 귀신 당직에다 갖다 놓아 할머니가 기절하게 되어온 집안에 소동을 일으켰던 시절의 담대했던 나를 회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