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재판소행
‘아, 이것 참으로 멋이 있구나!’
하고 속으로 개가를 불렀다.
나 같은 것이 가치도 없고, 무게도 없고, 볼 것도 없고, 쓸데도 없는 미련하고 못난 것이 어쩌다가 주님의 손에 붙들려서 이같이 가치 있는 인간이 되어서 주님의 그 굉장하시고 높으시고 의로우신 이름으로 손에 수갑을 차고 갓을 쓰고 짚신을 신고 노끈으로 허리를 동이고 죄수의 몸이 되어서 죄인의 모양이 되었는가. 아! 이 특권은 나의 인간이 피조물의 영장된 것을 말하는 것이고, 그 중에도 가장 가치 있게 주님 앞에서 택함을 입은 증거이고, 그가 그 얼마나 크신 은사로 나를 아신다는 표적인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찬송을 욱! 하고 참으며 그래도 기쁨이 넘쳐서 온몸이 가벼워지고 즐거워짐을 억제할 수 없었다. 뚫어진 구멍으로 이리저리 보노라니 내 뒷편으로 흰옷을 입은 성도들이 줄줄이 서서 나온다.
나는 아! 하고 감탄하며, 맨 앞에 서서 나오는 천사 같은 최권능 목사에게 허리를 굽히고 절을 했다.
그리고 나는 수갑을 찬 내 손으로 짚갓을 번쩍 들어서 내 얼굴을 보인즉 그는 깜짝 놀라서 나를 보고 “아!” 하면서 허리를 굽혀 마주 절한다. 그의 연로한 얼굴에는 아직도 예수님으로 인해서 자리를 잡은 빛나는 자랑의 기색이 더욱더 빛나는 것 같았고 흰옷을 입은 그의 모양은 그의 양털같이 흰머리와 햇빛 못 본 백조같이 희어진 얼굴과 함께 경건한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웃음이 빙그레 돌았다. 나는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로 가시던 주님을 향해서 그의 이적의 떡을 먹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향하던 태도와 말버릇들이 문득 기억되었다.
“아! 나같이 천하고 보잘것없고 가치 없는 인간이 이 무슨 영광으로 이 성도들의 반열에 참여하여 쇠고랑을 차고 짚갓을 쓰고 짚신을 신기고 노끈으로 허리를 매고 중요하게 택함을 받고 씌움을 받고 보내심을 받은 순교도들과 한 줄에서 내 주님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독생자의 음성을 들으며 따르며 순종하여 순교할 수 있게 되었는가? 아, 이 영예의 자리를 왜 내게 주었습니까? 저는 감당할만한 인간이 못 됩니다. 너무도 너무도 높고 귀하고 장한 이 상을 무슨 연고로 제게 주신 것일까요. 죽고 또 죽어서 내 몸에서 그리스도만을 나타내겠습니다. 아버지여, 더 충성하겠습니다. 더 청종하겠습니다. 결심은 이미 되었으니 일을 일으키시는 이도 여호와시요 성취하시는 이도 여호와시오니 당신의 능력의 팔로써 내 결심을 받아 당신의 사랑의 능력으로써 마침내 이루어지게 하시옵소서.”
길은 미끄럽고 짚신은 쪽발이라 노인 목사님인 최 목사님은 더욱 걸음을 잘못 걸으셨다. 앞선 간수가 소리를 지르며
“하야꾸 하야꾸 하시레(빨리 빨리 뛰라).”
손에 든 채찍으로 막 후려갈겼다. 연로한 최 목사는 미끄러지면서 채찍에 얼굴을 다쳐서 뒤로 자빠졌다. 피가 흘러서 흰옷을 물들이며 그는 동여매인 노끈을 의지해서 일어나려고 허우적거렸다. 앗 하고 나는 가슴에 숨이 멈추는 것같이 놀랐다. 간수가 넘어진 최 목사를 사정없이 채찍으로 후려갈겼다. 바로 뒤에 있던 성도가 최 목사님을 일으켜서 다시 가게 한다. 비틀비틀하면서 빨리 가지 못하니 제일 젊은 어떤 청년 죄수(이 사람은 우리 그룹이 아닌데 같이 끌려갔음) 한 사람을 앞에 매어 놓고 호령을 하니 이 청년 죄수는 사정없이 달아난다. 자꾸 넘어지는 최 목사님은 질질 끌려서 피를 물리며 넘어진 채로 끌려간다. 나는 터질 듯한 아픈 가슴을 안고.
헌병대 앞을 지나서 재판소에 왔을 때 나는 놀랐다. 성도들 가족들이 모두 재판소 마당에 와 있었다. 내 어머니도 용사같이 조용하고 온순한 자태로 그들 중에 섞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모여서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 하며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면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갑자기 간수 하나가 앞에 나오더니 수도 호스를 대고 찬송을 부르는 가족들에게 막 물을 쏘아 대었다. 이 추운 날에 물을 부으면 곧 얼음이 되어서 그 얼마나 춥고 괴로울지 그들은 알면서도 그대로 계속 찬송을 부른다. 우리는 재판소 문으로 들어가서 수인 대합실에 한 사람씩 집어넣어졌다. 이 대합실은 앉을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캄캄한데다 한 사람 몸이 겨우 들어가서 서 있을 때, 밖에서 문을 닫으면 절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좁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똑바로 서서 기다려야 했다. 노끈은 풀리고 짚갓은 벗기어졌지만 쇠수갑은 그대로 채워져 있었다. 죄수들이 각각 하나씩 갇힌 후에 못된 간수 셋은 형무소로 돌아가고 늙은 간수 한 사람과 젊은 일본인 간수 한 사람이 남아서 수인들을 지키게되었다. 캄캄하고 조그마한 굴 속 같은 데 서서 있어야 하는 이 대합실은 또 코를 찌르는 악취가 가득했다. 더구나 몹시 추워서 이가 덜덜 떨렸다.
일본인 간수가 문을 열더니 나보고 나오라고 했다.
나는 나와서 먼저 그 젊은 간수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게 사납고 악하게는 안 보였지만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간수는,
“도망하지 않을 수인에게 수갑 채워 둘 필요가 없으니 수갑을 풀어 주게.”
하고 젊은 간수에게 명령했다.
“세상에는 겉으로 보기는 기쁘고 즐거워 보여도 속으로는 무참하게도 불행한 이들이 많지 않아요? 우리는 반대랍니다. 겉으로 보면 불쌍해 보이고 미련해 보이고 고집 불통이고 못 알아듣는 자 같아도 사실은 너무 기쁘고, 너무나 감사해서 왜 내게는 일생일까? 이생이나, 십생이나, 백생이나, 천생이었으면 이 천생으로 하나님 말씀을 다 청종해서 더 고생하고 핍박을 받아 죽어 드렸을 것인데 하는 때가 있어요. 저는 감옥에서는 늘 우는데 그 우는 것은 배가 고파서도 울었는지 모르지만 정말로 우는 것은 너무도 주님 은혜가 감사해서 말로는 암만 감사하다고 해도 시원치 않고 또 내 감사한 뜻을 다 나타내지 못해서 막 울기만 하지요. 울면서 감사합니다. 이런 힘이 없으면 어떻게 저 같은 것이 하루는커녕 한 시간이라도 그 감옥 속에 살아 있을 수가 있겠어요? 비록 저뿐만 아니라 이 세상 역사를 보면 우리와 같은 이들이 어느 시대에나 있었어요. 그래서 하나님의 뚜렷한 법은 서 왔지요.”
나는 벌떡 일어나서 그를 따라 재판소로 들어갔다. 부장은 다른 성도들을 젊은 간수에게 부탁하고 자기도 나를 호위해 따라왔다.
재판소에는 판사가 높은 자리에 앉았고 검사가 그 옆자리에 있고 서기들이 밑에서 필기 준비를 하고 큰 테이블 좌우에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위엄을 부리고 나를 정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워 보여서 마음속에서 웃음이 터질 듯한 것을 참고 예수인답게 자연스러운 태도로 지정해 주는 자리에 가서 서 있었다. 나는 똑바로 서서 판사의 얼굴과 검사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죄 가운데서 살며 죄를 먹고 마시며 사는 죄의 자식들, 귀신의 자식들인 그들이 무죄하고 죄를 안 지으려 하고 죄에서 멀리 하려고 죽음을 대비하고 있는 예수인들을 정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참 기묘하고 익살스럽고 언어 도단이고 볼 만한 일이다. 나는 엘리야가 갈멜 산에서 바알의 선지자들에게
“오! 예수님 내 구주여, 이러한 확고한 신앙을 당신의 종들에게 주신 일은 참 귀한 일이고 나도 그 중에 하나이니이다. 그 신앙의 용사들에게 부탁하신 당신의 사명이 분명히 온 세계 위에 알려져서 주께서 이제도 살아 계시며 역사하시고 동행하시는 것을 만국 백성으로 알게 하셔서 오직 영광을 주님께만 돌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죽는 일, 좋습니다. 사는 일, 순종하겠습니다. 증거하는 일, 담대하겠습니다. 주님이 신용하실 일만 하고 주님 음성에만 충직하겠나이다.”
나는 그들이 내게 무엇을 물을지 알았다. 생각한 바와 같이 조서에 쓰여진 것을 물을 것이다. 검사가 조서를 들고 내 이름과 주소와 이력을 물었다. 똑똑한 말로 대답했다. 검사도 얼마 동안 나를 보고 있더니
“57번, 경찰서에서 조서가 넘어왔는데 그 조서에 무엇이 기록되어 있는지 모두 기억하는가?”
“검사님, 당신은 만일 어떤 병에 걸린 미련한 사람이 더러운 진탕물을 먹으면서도 좋은 약인 줄 알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먹게 하는 것을 보면 불타는 마음으로 그것은 진탕물이니 먹으면 죽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겠어요? 검사님과 판사님은 모든 체면과 다른 무슨 이유를 붙여서 혹 그 병자가 진탕물을 약으로 알고 먹든지 말든지 내버려두실 지 모르지만 저는 검사님 말과 같이 교육을 받았고 생각이 우수하고 훌륭한 친구를 가졌고 경제적 곤란을 당해 본 일없이 살아서 유달리 복된 저로서 병든 사람이 허둥지둥 진탕물을 약물이라고 먹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약이라고 권하고 안 먹는 사람에게는 억지로 먹이고 있으면 어떻게 이것을 보고 가만히 내 체면과 내 평안만 생각해서 내버려 둘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병자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이 진탕물인 것과 그 진탕물을 먹으면 오히려 병에 걸리고 죽는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하는 줄 압니다. 나는 내가 섬기고 따르는 예수님이 그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기 위해 죽으셨고 또 내게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나는 내가 살든지 죽든지 간에 이 아는 사실을 무관심하게 둘 수가 없습니다.”
나는 검사와 판사를 똑바로 보았다. 그들은 내 말을 들으며 흥분했다. 노했을 것이다. 검사는
“누가 진탕물을 먹는다는 것인가?”
나는 서슴지 않고
“대일본 제국은 심한 병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종, 생사 화복을 손에 가지시고 다스리는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의 충실한 종들을 살인 강도같이 학대하고 멸시하고 죽이고 살 수 없이 만들어 놓으면서 일본 신도인 진탕물을 억지로 국민들에게 마시게 해서 일본 민족은 병이 들어 비틀거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고 모두 한걸음으로 달음질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일본 의회원과 대장들에게 말했고 경고했습니다. 왜냐하면 나 하나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대일본 제국 인민과 그 아래 통치를 받는 인민은 너무도 많은 수효이기 때문에 그들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핍박을 받고 있는 이 거룩되고 죄 없는 어린 양 같은 목사들은 다 나와 같은 일본인의 교육을 받지 못했고 나와 같이 일본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죽기만 하는 것입니다. 일본인 통치하에 인구가 그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검사님! 그 많은 수 가운데 이 나라 보배는 당신들이 정죄하고 죽이려는 이 목사들밖에 없습니다. 일본 관헌은 얼마나 병이 들었는지 아세요? 속으로는 일본이 망하기를 원하고 바라면서 행동으로는 이 죄 없는 목사들을 잡아 주는 유다같은 한인들에게 좋은 직업을 주고 하지만 정말 하나님을 순종하고 인간들의 복을 위해 희생하고 죽기까지 하려는 이 귀한 성도들을 미친개와 같이 때리고 짓밟고 코에 고춧가루 물을 붓고 손가락을 장작으로 패고 팔을 꺾으며 먹이지 않고 입히지 않고, 쇠로 만든 채찍으로 머리를 때리며, 검사님께서는 이래도 일본이 강하게 서리라고 믿어지십니까? 역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일까요? 하나님을 대적하고 크리스천들을 핍박하고 선 나라가 오늘날 이 천하에 어디 있습니까?”
서기는
“아! 놀랐습니다. 57번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저도 보기를 원했는데 과연 굉장하시군요”
나를 위로했다. 부장도 머리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판사와 검사는 죄인 같고 57번이 판사 같은데, 57번이 타이르는데는 판사나 검사도 끽소리도 못 하는군요”
그는 혀를 쩔쩔 굴린다. 나는 부장에게
“아하, 부장님. 당신은 간수 부장인데 죄수인 내게 그런 말을 한다면 큰일난다우. 아주 간수답게 나를 억눌러야 하지 않아요?”
“누가 당신을 죄수라고 해요? 옳은 것을 옳다 하고 틀린 것을 틀리다구 했는데.”
나는 이 사람이 간수이고 일본 사람이고 또 수십 년 이 일을 해 먹고 살아온 사람이 이렇게 상식 있는 사회인 같은 말과 태도를 하는데 놀랐다. 너무나도 일본인 관리형에서 벗어난 말투였다. 그래서 나는 돌아와 가만히 생각하니 모든 것이 마치 꿈만 같이 생각되었다.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러한 사실이 이 포악한 일본인 관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도무지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만 같았다.
나는 길선주 목사가 철야 기도를 할 때 새벽이 되면 큰 고함을 지르며
“아버지, 만족합니다. 이 정도면 넉넉하고도 남으니 이제 은혜 그만 부으소서. 그만 하세요!”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는 이야기를 기억했다.
모든 시대의 성도들이 주님이 친히 성신으로 오셔서 같이하실 때에 그 경험은 거의 다 같은 것같이 생각된다. 아! 나 같은 것! 약하고 가치 없고 수에 들지도 못할 나 같은 것에게 어쩌면 주님은 이렇게까지 하시는가! 나는 죽어도 더 죽기를 원했다. 그를 위해 죽는 일이라면 죽어도 더 죽고 또 살아야 한다면 살을 갈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서 그를 증거해야만 하겠다고 내 마음을 더 굳게 했다. 성도들은 한 사람씩 불려서 이름과 주소와 이력만 묻고 별로 질문이 없었는지 빨리 끝냈고 우리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수갑을 채워서 밖에 나온즉 성도들의 가족들은 그 추운데 물벼락을 맞아 얼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예수의 이름 권세여 엎디세 천사들”을 부르며 우리들이 나오는 것을 꼬박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도 그 중에 섞여서 담대히 괴로운 빛이 하나도 없이 태연하게 서 있었다.
‘나를 권면하시는 이가 내 어머니도 권면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할 때 더 큰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각색 죄수
그것은 그 남자가 남의 재산인 경희를 유괴해 내어 손해를 끼쳤다는 죄목이었고, 경희도 공범자로 잡혀 온 것이다. 나는 경희를 다시 보았다. 그는 얼굴이 좀 까무잡잡한 편이지만 매우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너무 시달린 탓인지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울기는 울어도 슬픈 기색도 없이 울기만 했고 말을 하면서도 거의 아무 표정이 없이 실의에 찬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가 우는 것은 그 청년이 그리워서였고 그 청년과 영영 못 보게 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고 운다고도 말했다. 또한 자기가 다시 돌아가야 할 그 지긋지긋한 창녀 생활을 생각하여 운다고 했다. 살 길을 찾지 않은 지는 오래 되었고 죽으려고 해도 죽을 길이 없어서 운다는 것이었다. 목이라도 매어 죽으려고 몇 번 했어도 자기를 죽도록 놓아두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더 있어 주었으면 숨이 끊어졌을 텐데 숨이 지기 전에 또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한번은 어떤 손님에게 하루를 팔려서 대동강에 뱃놀이를 하러 갔다고 한다. 그래서 야! 이제는 죽을 기회가 왔구나 하고 대동강에 손님과 같이 가서는 놀 새도 없이 단번에 물 속에 뛰어들어갔는데 이 손님이 왈칵 물 속에 뛰어내려 와서 배 밑에 들어간 자기를 건져내더니 당장에 경찰에 보고하고 자기를 주인에게 돌려보냈었다고 한다.
“선생님! 죽을 길이 없을까요?”
그는 말을 마친 후에 이렇게 내게 물었다. 나는 그 말에 놀랐다. 죽을 길을 찾는 자에게
‘오, 주여! 살 길을 가르쳐 주게 하여 주옵소서.’
이것이 내 속에 뜨거운 부르짖음이었다. 지금까지 인간이 아닌 것으로 더러워하고 싫어해 온 그녀의 입으로
“선생님 ! 죽을 길이 없을까요?”
기생 선화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담배, 담배”하며 수다스런 기생 선화를 나는 지금까지 내버려두고 말도 한 번 안 했지만 그를 주의해 보기 시작했다.
“아, 담배, 담배 한 모금만 한 번만 빨아 쑥 들이마셨으면,”
하고는 벌떡 일어나서 좁은 방을 이 구석 저 구석으로 왔다갔다하며 어떤 때는 이 사람 저 사람 사이로 다니면서 “담배, 담배” 하며 못 견뎌 그는 마치 아편쟁이 기생 영선이가 몸을 주리 틀며 못 견뎌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그는 한참 돌아다니다가는 간수가 소리치는,
“야까마시!(시끄럽다)” 하는 소리에 다시 펄썩 주저앉으면서
“아, 담배 한 대만 누가 준다면 나는 장작으로 장작이 다 부러져 없어지도록 매를 때린대도 맞겠는데 담배 한 대 누가 주면 집에 나가서 몇 백 원이라도 준다고 혈서로 계약서를 써줄 텐데. 아, 담배, 담배, 담배. 실컷 피워서 내 내장을 담배 연기로 한번 꽉 채웠으면.”
그는 못 견뎌서 이렇게 한없이 떠드는 것이었다. 나는 제각기 지껄이고 한숨 짓고 성내고 하는 복판에서 찬송가를 제법 크게 고요히 불렀다.
나는 언제나 아침, 낮, 저녁으로 나 혼자 예배를 보았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열고 좀더 사람들이 들을 만치 소리를 내어서 찬송을 불렀다. 북적북적하던 내 감방은 내 찬송가 소리에 하나씩 하나씩 조용해지므로 나는 계속해서 1절 2절 3절을 부르고 요한복음 10장을 외웠다.
성경을 누구나 들을 만한 소리로 외우니 모두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들어주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들이 모두 들을 만한 음성으로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는 동안에 몇 수인은 수군수군하기도 했지만 나는 주님 앞에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기도를 드리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니 몇 사람 특히 사기쟁이와 절도자는 코웃음을 치고 외면하고 있었고, 몇 사람은 듣는 둥 마는 둥했고, 몇은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멍하게 있고, 살인자 화춘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선화는
“그 소리 굉장히 좋은데요.”
내가 부른 찬송가에 이끌린 것 같았다. 나는 곧 그에게 내 앞으로 가까이 오라고 한 후에
“나는 음악을 공부했고 음악 선생이어서 좋은 찬송 백50장을 부를 수 있는데 좀 들어보겠소?”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제일 좋은 것 하나 불러 보시죠.”
나는 자신 있게, 그러나 기도하는 심정으로 주님과 그 보좌를 향해 호소하듯이 찬송 불렀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내 뜻과 정성 모두어 날마다 기도합니다
내 주여 내 발 붙드사 그곳에 서게 하소서
그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 :19, 20).
하신 뜻을 깊이 깨달아 느꼈다. 나는 여기 큰 만족을 느꼈다. 어떤 책에서 본 일이 있는데 “행복은 만족이다”라고 했다. 즉 만족이 있을 때 그것이 행복이라는 말을 기억했다. 나는 이 만족이 결국 내가 원하며 바라고 찾던 모든 행복의 절정으로 인도된다고 믿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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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 | 13. 평양 경찰서 유치장 | 선지자 | 2016.01.09 |
| 230 | 12. 유치장 이동 | 선지자 | 2016.01.09 |
| 229 | 11. 고향으로 호송 | 선지자 | 2016.01.09 |
| 228 | 10. 일본의 유치장 | 선지자 | 2016.01.09 |
| 227 | 9. 유황불로 일본은 망합니다 | 선지자 | 2016.01.09 |
| 226 | 8. 동경행 | 선지자 | 2016.01.09 |
